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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an 18. 2024

전쟁이 아닌 평화, 신께서 그것을 원하신다

전쟁과 평화


 새해, 전 세계 인구의 삼분의 일이 각종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 토요일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만해협, 대만의 총통 선거가 끝이 났다. 예상이 빗나가지 않고 친중국의 국민당 후보가 아닌, 친미국의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가 총통으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표차이가 아니라서 전체 대만인의 민의를 대변한다고 보기엔 미흡할 뿐만 아니라, 입법의원선거에서는 과반을 얻지 못해 여소야대의 정국이 되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노선 때문에 중국은 그들이 독립을 선언할까 노심초사, 대만의 무력침공을 통한 흡수통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또한 지금의 현상유지 이상으로 대만이 독립하겠다고 오버하지 않기를 바라며 직접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다.


 대만해협의 현상유지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유가 한미동맹을 맺고 있는 관계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되면 이래저래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닐 수밖에 없다. 내부불만이 폭발직전에 내몰린 북한 또한 오판하지 말란 법도 없다.



 군사적인 동맹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수입의 사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적대적인 관계에서 오는 우리의 경제적인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대혼란이 될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되면 대만은 국민총생산(GDP)의 40%, 한국은 23%, 중국은 17%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대충격과 함께 공급망 차질로 인해 세계 경제는 10% 후퇴할 수밖에 없고, 코로나사태이상으로 세계경제가 소용돌이 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생산차질 및 수출타격으로 주변국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대재앙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대만은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58%(TSMC)를 점유하고 있는 등, 근현대에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95년부터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우리와 같이 1945년 일본의 패망과 함께 51년 만에 해방되었지만, 그 후 대만을 통치하기 위해 중국본토에서 파견된 국민당 정부의 관료와 병사들은 대만 원주민들을 무력으로 강압하는 정치를 폈다.



 원래부터 대만에 살아왔던 본성인과 중국본토에서 건너온 외성인, 즉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1947년 2월 28일 일련의 사건과 더불어 본성인들의 대대적인 저항이 시작되었고, 본토에서 진압군이 도착한 이후 잔인한 유혈진압이 시작되었으며  약 3만 명에 달하는 대만 본성인의 사망과 행방불명이 발생했다.


 그 후, 결국 1949년 모택동의 공산당에 패퇴한 장개석의 국민당이 본격적으로 대만으로 건너가 중화민국을 수립하고 대만을 통치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1947년, 그때 내린 계엄령이 40년간 지속되었고 2.28 사태의 피해자들이 사과와 배상을 받는데 무려 50년이 넘게 걸렸다. 우리의 불행한 과거인 제주 4.3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평화의 문, 올림픽 공원


 홍콩배우 양조위가 열연한 대만 영화, ‘비정성시’( 悲情城市, 1990)가 1950년 일본 영화,  라쇼몬(羅生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이후 아시아영화로서는 39년 만에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대만에서 금기시되었던  그 2.28 사태를 이해할 수 있는 이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의 최고상을 받지 못했다면 대만에서 개봉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를 만든 감독, 허우 샤오시엔은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 때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해 지난해 은퇴하고 말았다.



 다시 전쟁 이야기로 돌아가면,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예멘 후티반군과 미영연합군의 전쟁등 세계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전쟁은 어떠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합리화한들, 그 대의명분은 허울뿐이고 결국은 서로 죽고 죽이다 보면 마지막엔 증오와 광기만 남는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싸울 뿐이다.


 남북한도 서로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전쟁을 말하는 것이 제일 쉬운 일이다. 반대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이스라엘의 전쟁도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대부분인 민간인 2만 5천 명 이상의 죽음 밖에 무엇을 얻었는가. 이스라엘 시민들이 이제 와서 100일이 넘는 전쟁이 피로하다며 대대적 반대시위를 한들 무슨 설득력을 갖겠는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의 십자군 전쟁은 화려한 미장센의 영화일 뿐이고, 그 십자군전쟁조차도 실제로 세계 역사상 200년 동안 지속된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고 한다. 나중엔 같은 기독교도인 비잔틴제국을 짓밟고, 무차별 약탈과 학살로 그들의 욕망을 채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에 나설 때마다 외쳤다. Deus lo vult!!(데우스 로 불트, 신께서 그것을 원하신다)



 물론, 오래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그 십자군전쟁의 잘못을 사과하셨지만, 그처럼 전쟁은 인간을 철저하게 파괴시키고 승자든 패자든 모두 수없이 많은 인명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으니 결국 서로 모두 패자일 수밖에 없다.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되었던 대만 지우펀의 화려한 홍등의 야경과 함께 그 영화의 한 장면을 촬영했던 식당에서 멀리 해안가 불빛을 내려다보며 평화를 소망하고 싶다. 앗쌀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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