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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30. 2024

한 마디 보태고 싶을 때 참고 가만히 있는 게 어른이다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어느 날 트위터를 둘러보던 아내가 영화 ’ 범죄도시‘ 4편이 개봉했는데, 트위터리안들의 평가가 좋다면서 지금까지 중 1,2,3편의 아쉬운 점을 모두 보완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평소에 우리나라 범죄영화는 너무 잔인하다며 멀리해 가끔은 혼자 영화를 보러 가곤 했기에 조금 의아했다. 아내가 볼 수 있는 범죄영화의 마지노선은 ‘맨온파이어’(Man On Fire, 2004) 정도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후에 올림픽공원에 가서  ‘미쓰김라일락’을 보고 산책을 하려고 했지만, 혹시 그 ‘범죄도시’ 4편을 보러 가겠느냐고 물었더니 기꺼이 가겠다고 말해 인터넷예약을 하고 집을 나섰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알다시피 전편이 모두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제 주인공 영화배우 마동석과 그의 영화는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화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땅끝마을 선착장, 해남


 한국의 범죄영화는 너무 잔인한 표현과 칼을 많이 사용하는 사실적인 표현의 연출이 많아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상실하기에 일부러 영화관을 찾지는 않는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똑같이 잔인한 장면과 빌런들을 볼 수 있지만 워낙 빠르게 카메라웍이 지나가기에 그런 잔인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제대로 볼 수 없게 연출한다. 그게 좋은 감독과 후진 감독의 차이다.



또한, 마동석이란 히어로가 오롯이 주먹만으로 통쾌하게 악당들을 시원하게 두들겨 패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아마도 그래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유머코드가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가끔은 눈을 가리던 아내가 중간중간 웃는 것을 보니, 그때 이미 4편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천만관객을 넘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었다.


홍가시나무


 언젠가 무슨 프로그램에서인가 가수 백지영이 마동석 배우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화배우가 되기 전 마동석이 가수 백지영의 개인 헬스트레이너로 일할 때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는 인간이 절대 꿈꾸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배우 마동석 씨와 찐친이에요.

근데 잘되고 친해진 게 아니고 동석오빠는 데뷔 초부터 제 담당 트레이너였어요.


속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었는데, 어느 날 동석오빠가 "나는 연기를 할 거야"라는 거예요.

응원해 줬더니 거기서 한술 더 뜨는 게


"무조건 할리우드로 갈 거야"라는 거예요. 거기서부터는 사실 응원을 못해줬어요.


트레이너로서도 성공하고 있는데, 그 꿈의 싹을 잘라줘야 더 행복하지 않을까 했던 거죠.


하지만 결국 성공한 거죠.

마블의 액션배우 마동석으로요. 


나중에 오빠한테 예전에 '할리우드에 갈 거야'라고 말했던 기억나냐고 묻자, 동석 오빠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나는 하루도 그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어."


그래서 누군가 원대한 꿈을 꾸고 있을 때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라고 배웠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충분히 공감했고, 나 또한 남들에게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함부로 한 적이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돌이켜보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의 겉모습만 보고 평가, 판단했던 적도 있었고, 어떤 일에 있어 충고나 조언을 듣고자 했던 후배에게 경험에서 오는 확신에 찬 말로 오히려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자책을 한 적도 있었다.



생각은 자신의 소유지만 말은 듣는 이의 몫이 된다.

회사생활을 할 때 언젠가 나를 아끼는 보스로부터 어떤 후배를 걱정해서 하는 충고나 조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충고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에게 충고나 조언을 하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다는 핀잔을 듣고 더 이상 충고, 조언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걱정과 배려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그 후배에 대한 실망도 한몫을 했다. 그렇게 누군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결국 쓸데없는 짓이 된다. 어떤 사실관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한 마디 보태고 싶을 때 참고 가만히 있는 게 어른이니까.



 더불어 누군가를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리는 평가와 판단 또한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매일 함께 생활하는 아내조차도 가끔은 이런 면이 있었나 놀랄 때가 있으니까. 오래전 영암 포뮬러원(F1) 레이스를 보고 싶어 했지만 그땐 여건이 허락칠 않았다.


 아니, 성의가 부족했다. 아내는 몬테카를로 F1 레이스를 직관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처럼 특히, 젊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봄날의 나무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듯, 그들 또한 끊임없이 매일매일 성장하고 발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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