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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Sep 15. 2024

끝날 것 같지 않은 일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햇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에서 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에게는 그녀가 ’봄날의 햇살‘이라고 불렀던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이 있었다.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가던 우영우 변호사에게 늘 든든한 내편, 최수연 변호사는 무심한 나뭇잎 사이로 비치던 햇살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올 시즌 최고 히트 선수인 김재열 투수 역시 그의 파란만장, 우여곡절의 야구인생에서 그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가 있었다. 사회인 야구에서 만났던 동료선수 P가 있었고, 그의 이니셜 P를 모자에 새기고 야구를 하며 그에 대한 고마움과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메밀꽃, 봉평


 또한, 축구선수 황희찬은 어릴 때부터 지금의 EPL 스타플레이어로 뛸 수 있기까지 물심양면 뒷바라지를 해왔던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을 팔뚝에 문신으로 새기고 골을 넣을 때마다 팔뚝에 키스를 하고 세리머니를 하며 감사를 전한다. 얼마 전 ’ 유퀴즈‘에 나와서 그 햇살 같았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며 한참 동안이나 목이 메어 말없이 울었다.



 근래 보았던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담장 너머에 살고 있는 폴란드 소녀가 밤마다 몰래 아우슈비츠의 유대인들이 노역을 하는 곳에 사과를 여기저기 흙더미 속에 묻어놓았다. 그 소녀는 어두운 밤에 수용소 철조망이나 담벼락 어딘가에 먹을 것을 몰래 숨겨뒀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캐릭터라고 했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그 폴란드 소녀의 선행에 대한 답례로 수용소 유대인이 직접 작곡한 악보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그 폴란드 ‘사과 소녀’의 실명은 알렉산드라 비스트콘-코워지이칙으로 당시 18살이었으며, 2016년 8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영화 속 ‘사과 소녀’가 사는 집과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모두 실제 고인의 집과 자전거이고, 그 소녀가 몰래 전달받은 악보는 요제프 불프가 작곡한 것으로 제목은 ‘햇살’이라고 한다.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 한 장’이란 시의 첫 구절,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그의 다른 시, ‘연탄재’처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라는 물음에 이제 답해야 할 나이가 되니 갑자기 TV를 보고 ‘햇살’ 이란 주제로 깊은 사색을 하게 되었다.


금강교, 월정사


 누구의 시처럼, 한때 이 땅에 살았다는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살기 수월했다는 것을 누군가 깨닫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일 것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꿈을 포기하고 싶을 때, 누군가 내밀어주는 따뜻한 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망에 빠진 우리에게 한줄기 햇살이 될 때가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사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다. 조급함(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바라기만 하는 것)과 절실함(제대로 준비를 한 상태로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구별해야 하니까. 그 힘든 시절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일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또한,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지만, 사실은 나쁜 인간들을 조금이라도 덜 만나는 게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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