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작년쯤,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라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행사의 광고문구가 SNS에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주상복합 아파트는 2027년 준공 예정으로, 분양가 100억~400억 원에 이르는 오피스텔과 아파트 73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시행사는 4년 전 해당 부지에 있던 강남의 모호텔을 사들여 주거단지로 재건축하기로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천박한 광고 카피는 SNS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고, 그런 광고 문구를 만들고, 승인하고, 채택했던 과정과 분양 광고카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는 그 천박한 광고 카피를 만든 카피라이터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길래, 그렇게 선명하게 부자들의 욕망을 표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몇 년 전, 회사일로 미국 서부를 둘러볼 때 잠시 시간을 내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게티뮤지엄(The Getty Center)을 둘러보았다. 게티뮤지엄은 미국의 석유재벌 폴 게티가 평생 수집한 수많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유명했다. 또한 백색건축의 세계적인 거장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설계 및 건축했기에 더욱 유명해졌고, 꼭 둘러보고 싶었던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그의 손자 폴이 로마를 여행 중 마피아에게 납치되었고, 몸값을 요구하는 마피아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절했다. 마피아는 그의 손자의 귀를 자르며 끔찍한 협박을 계속 이어갔다. 그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올 더머니(All The Money, 2018)가 ‘글래디에이터’(2000)를 연출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시행사는 게티센터를 건축한 리처드 마이어가 주상복합아파트의 설계에 관여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어느 트위터리안이 할머니와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세상의 멸시를 받고, 달랑 비행기값만 들고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건너갔다. 온갖 힘든 일과 모진 역경을 딛고 지금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선한 영향력의 트윗 글을 올리고 있다. 뉴스를 보면 임대아파트 이웃들을 그들의 단지 안으로 통행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해코지를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아래 글은 폭염이 한창일 때 트윗에서 읽은 글이다.
”차 안에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놓고 있어야 겨우 덥지 않은 오후 2시.. 붉은 신호에 막혀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내 차 앞으로 자기 몸의 2배는 큰 수레에 폐지를 가득 담아 끌고 가는 노인이 자세히 보인다. 저분 평생에 게으르게 사신 적이 며칠이나 있을까.. 열심히 살지 않아 가난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진심은 아닐까. 어찌 되었던 그 광고문구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지만 큰 화제가 되었다. 그 시행사는 곧 사과를 했고, 의도했든 아니든 광고의 목적을 달성했다. 어쩌면 그 시행사는 많은 비난을 했던 사람들은 어차피 그곳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존경할만한 부자들이 많이 있다. 이런 천박한 광고 카피로인해 편을 가르고, 모든 부자들을 일반화시킬 수밖에 없는 인식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사회적 불평등을 당연시하게 만들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환경을 고착화하는 경향에 반대한다. 한편, 로켓배송노동자의 죽음에 나의 편리함이 관여한 것은 아닌가 반성하고 있다.
사회적 차별은 그 시행사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전체의 경향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라는 유명 건설회사의 광고문구도 있었다. 굳이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계급의식을 양지로 끌어내고 당연시하는 천박한 세상이 되었다. 천박함은 인생의 재앙이고, 수치심을 잃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모욕이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그렇게 자신의 삶을 전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