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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後のあがき

나이 듦의 두려움에 대하여

by 봄날



최후의 발악(saigo no agaki), 일본 소설을 읽었던 것 같은데 언제 어디서 무엇을 읽고 기억해두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항상 이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아마도 어떤 집단이나 사람이 소멸되기 전 마지막 순간, 처절하고도 악독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최후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말의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최후의 발악이니까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범죄심리 관련 대학 교수가 자신은 동물 관련 프로그램만 즐겨본다고 말하자, 함께 대화를 나누던 여성 개그맨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었다.

“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에요 “

그 이유가 간결하고 분명했지만 왠지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 물론 그 대학 교수는 인간의 범죄 관련 연구로 인해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들을 대하면서, 이따금 그 범죄 상황을 인간이 했다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의 트라우마로부터 스스로 내린 결론이고, 직업적 상처 때문이라고 이해하려고 한다.


해당화

언젠가부터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사람을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회적 사건이나 대상을 많이 보아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정신적인 퇴화 현상이나 노욕을 부리는 사람들을 여기저기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지켜보게 되면서 그 생각이 더 공고해졌다. 물론 세상에는 뉴스에 나오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미담들이나, 모래알처럼 셀 수도 없는 선하고 아름다운 이웃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봉사와 희생으로 이웃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더불어 나누는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을 바라보며 이러한 생각을 바꿔 보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중이다.

얼마 전 총선거가 있던 날 나와 아내는 사전투표를 하러 나가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의 말을 했다.

“ 아빠, 엄마가 더 나이가 들면 그때는 너희들이 엄마, 아빠에게 선거가 있을 때마다 어느 후보를 찍으면 좋겠다고 반드시 말해줘. 그러면 앞으로를 살아갈 당대인 너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를게. “

나이가 들어가면서 늙는다는 게 가끔은 두려워진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고 정신이, 생각이 함께 따라 쇠퇴하고 늙어갈까 그것이 정말 두렵다. 젊은 시절 힘없고 가난한 이웃을 위한 그들의 삶과 희생이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일부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나서는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나 또는 사람을 이롭게 해야 하는 정치를 하면서 점점 이상한 소리를 내뱉다 못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가 더욱 그렇다.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위로하면서,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거라며 나의 생각을 돌려 보아도 그들의 마지막 발악을 보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일부지만 주변의 지인들 중에서도 젊을 때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이성과 사물의 이치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왔던 지인들이 이제는 나이 들고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거나 사회적으로 조금 더 신분이 상승했다고 갑자기 말이 안 통하는 고집불통 꼰대로 돌변한 경우가 그렇다. 아무리 존중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아도 그의 얘기 속엔 네 편 내편만 있을 뿐,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합리적인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냥 천민자본주의의 속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가진 게 그렇게 자랑스러워할 일인가, 오로지 나한테 이익이냐 불리하냐가 옳고 그런가의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다.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을까 점점 두려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쇠퇴하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도 과연 함께 늙어가는 것이 사실인가 하는 생각에 다다르면 더욱 그렇다.


오월 작약


지금 이 순간에도 뉴스를 보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의 일부 어른들이 여러 분야를 막론하고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조심해야 될 세 가지 중 마지막이 노욕인데, 왜 ‘노욕’을 마지막에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부처님께서도 “세상의 모든 만물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하니 늘 용맹 정진하라”라고 말씀하셨다.


나이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학습하고 세상의 변화를 업데이트해 나가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리되면 그들이 잘 나가던 시절의 성공 경험에만 의존해 세상의 변화와 전혀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참을 수 없는 노욕과 함께 메아리 없는 “最後のあがき(최후의 발악)으로 자신의 지위나 기득권 안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거나 소멸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스스로의 말이나 생각을 돌아보고, 맞는지 의심해 보고, 또 검증하고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나이 들고 몸이 쇠약해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정신이, 생각이 함께 늙어갈까 그것이 두렵다.




*표제부 사진은 올림픽 공원 귀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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