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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I love it!

거칠어진 손으로 힘껏 난 박수를 쳤네

by 담담댄스

혹자는 열등감이 못난 마음이라 말한다.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살면서 겪은 열등감은 모두 당연한 마음이었다. 나보다 우월한, 잘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연스레 샘솟는 감정. 다만, 모든 경우는 아니었겠지만 대체로 열등감을 분노나 질투, 복수(?) 같은 나쁜 결의 마음으로 파생시키지는 않았다. 내가 인격적으로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마음이 아무 소용없음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MC 스나이퍼를 필두로 한 싸이퍼 곡 <Better than Yesterday>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무너지는 나를 막기 위해 공사판을 전전하던 그때,
화려한 조명 아래 밝게 빛나던 형제를 위해
거칠어진 손으로 힘껏 난 박수를 쳤네


많은 이들이 아웃사이더의 랩스킬에 반했겠지만, 나는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동고동락했던 이가 본인보다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을 때, 본인은 공사판을 전전하며 손이 거칠어져 가지만 그 손으로 힘차게,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는 말은 들을 때마다 울컥하는 게 있다.


사실, 열등감은 내 모든 업그레이드의 적절한 동기부여템이었다. 누구보다 뭘 못한다는 생각은 누구처럼 저걸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으니, 이런 기질을 물려준 어머니에게 감사드려야 하는 걸까.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부러울 때마다 나는 비슷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따라했다. 당연히 그걸로 먹고살 만한 경지까지 이른 것은 아니었으나 동료들 사이에서는 꽤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그저 그게 좋았다.


이런 패턴이야말로 내가 좀 더 즐겁게 살아가는 이유다.






나이가 들고, 회사에서도 연차가 쌓이다 보니 본의 아닌 구설에 오를 때가 종종 있더랬다. 나를 뒷담화에 올린 그분들의 마음이 열등감이라고 단정짓는 것도 너무 뻔뻔한 일이지만, 나를 위로하는 이의 말로는 그렇다고 했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좀 억울했다. 너도 나보다 잘하는 것이 있고,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나쁜 마음이 없는데, 그리고 해코지한 적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 답답했다.


그런 일은 늘 내가 말해 온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저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간이 내 편이었다. 뒷담화의 장본인은 정확히 '모든 사람을 까고 다닌다'는 구설에 오르게 됐고, 내게 생긴 오해도 어느 정도는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남의 이야기를 할 때 늘 조심하자는 교훈까지 얻게 됐다.


자격지심(自激之心)


참 좋아하는 말이다. 종종 오해를 받는 마음인데, 자격지심은 결코 열등감이 아니다. 정확한 뜻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어찌 보면 열등감보다 겸손에 가깝다. 열등감이든 자격지심이든 겸손이든, 이 모든 건강한 마음 덕분에 나는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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