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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많다 vs. 없다

황금 밸런스 게임

by 담담댄스

큰 선거를 앞두고 항상 설문조사(a.k.a. 여론조사)를 한다. 정치성향과 지지 후보에 관계없이, 나는 여론조사를 1도 믿지 않는다. 선거 관련해서 나오는 모든 여론조사는 선거 당일 발표되는 출구조사 말고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도 같다. 나만 해도 그런 전화를 받으면 자동으로 발신자가 표시돼 안 받기 때문이랄까. 내가 빠진, 아니 내가 거부한 여론조사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내 연락처는 또 어디서 샌 거야?' 짜증만 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진짜 여론은 어떨까? 어느 쪽이 다수이고, 어느 쪽이 소수일까? 내게 구독자가 많다면 댓글로 받아보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처지가 못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유명해지면 꼭 설문조사를 받아보리라 하는 질문들이 있다.





1. 사람들은 대체로 남에게 관심이 많다 vs. 없다


오늘 글의 영감을 준 질문이다. 살면서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사람들이 대체로 남한테 관심이 없다고 믿는 편이었다. 그래서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자는 주의였다.


특히, 육아에 있어서는 남에게 관심이 많은 것보다는 없는 것이 낫다고 믿는다. 들리는 이야기는 주로 그런 것들이다. 옆집 애는 키가 크다, 유치원 누구는 벌써 구구단을 외운다, 친구 딸내미는 영어유치원에 다닌다 등등. 이런 이야기들은 분수에 넘치는 씀씀이를 유발하며,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라고 믿는다. 나이 먹을수록 '싫어'와 몽니만 늘어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올바른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지, 그것만 고민이다.


그런데 회사에만 오면 그렇게 남에게 관심들이 많다. 팀을 옮기면 왜 옮기는지, 보직해임이 되면 왜 그런지, 퇴사하면 또 왜 그런 건지...... 하다못해 누가 누구랑 그렇고 그렇다더라까지, 정말 많은 것들이 초미의 관심사다. 나는 알고 싶지 않아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까지 귀 닫고 살 수는 없는 법. 그러면 또 내 입에서 그 말이 퍼지게 된다.


꼭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나만은 누군가의 메신저 대화창에서, 휴게실에서 대화의 중심에 오르내리지 않기를 원한다. 출근했는지도 모르게 왔다가 신나게 일만 하고 퇴근했는지도 모르게 가고 싶다.


진짜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많은 걸까. 없었으면 좋겠는데......



2. (현재를 알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vs. 돌아가기 싫다


사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아마 대다수(60~70% 이상의 확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심지어 현재를 알고 간다면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을 주문처럼 되뇌며 과거에 떨어져도 중얼중얼 대고 있을 것만 같다. 아니면 가장 당첨자 수가 적었거나 당첨금이 이월된 로또 주간의 1등 당첨번호 6개를 구구단 외듯 중얼대거나 말이다.


그런데 나는 현재를 안다고 해도 돌아가기 싫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크게 공헌한 영화가 있는데 바로 「어바웃 타임」이다. 「어바웃 타임」에서는 이런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도널 글리슨)이 여름방학을 맞아 첫사랑(마고 로비)과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방학의 끝자락, 용기 내어 고백해 보지만 짝사랑녀는 "오, 미리 고백하지 그랬어"라며 정중히 거절한다.

결국 방학 초로 시간을 돌려 고백해 보지만 짝사랑녀는 "음.... 방학을 같이 지내보고 결정하는 게 어떨까?"라고 말하며 방학이 끝날 때에도 결국 고백을 거절한다.


이 영화에서 배운 점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마다의 정체성과 그로 인한 관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짝사랑녀는 남주를 원래부터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봐도 그 마음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법. 심지어는 과거로 돌아가다 자신의 아이까지 바뀌는 일도 생긴다. (수정되는 그 순간에 정자가 바뀐 것이다) 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면, 적어도 나한테는 확실히 먹혔다.


죽으나 사나 지금이 좋다


P.S. 그래서 이왕 돌아간다면 현재를 모르고 돌아가고 싶다. 아마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만 같다. 그때의 어리석은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지금 아무리 뭔가를 아는 척해도 몇십 년 후에 돌아보면 여전히 어리석을 것이다. 그래서 늘 기꺼이 어리석은 길을 택할 것이다.



3. 절친의 애인(또는 배우자)의 바람(또는 불륜)을 친구에게 알린다 vs. 모른척한다


전에도 몇 번이고 나는 오지랖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나는 무조건 친구에게 얘기할 것이다. 내가 고민할 거리는 할지 말지가 아닌, 어떻게 상처를 안 받게 전할지다.


사실 나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바람은 아니었지만 헤어진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친구의 전 여친이 다른 남자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헤어진 지 일주일 만에 깊은 연애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아마도 환승연애였음을 방증하는 꼴 아닌가. 더욱이 여자가 결별을 통보한 상황이라면 말이다.


나는 곧장 친구에게 얘기했고, 친구는 괜찮다며 쓴웃음만 지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얘기인데 본인도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확인사살을 당하니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확실히 끊어낼 수 있어서 고맙다고도 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졌다.


그러나 이 케이스는 오지랖을 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단한 논리는 없다.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 얼마 전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 사이의 일에는 간섭하지 말자고 해놓고선 내로남불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다. 순간의 불행으로 앞으로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그전에 하, 진짜 헛짓거리 좀 하지 말자.






내가 최근에 본 가장 황금 밸런스 게임은 이거였다.


참고 사는 결혼 vs. 이혼 vs. 미혼


나에게는 정답이 없다. 행복한 결혼생활 중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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