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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 성공하는 법* (Revised)

= 브런치에서의 실패에 대한 변명

by 담담댄스

성공을 원하십니까? 천 명의 구독자와 몇 백개의 라이킷을 원하시나요? 이젠 브런치에서 돈도 벌 수 있다죠!


구독자와 라이킷이 브런치에서 집필하는 목적이 될 순 없지만, 될 수도 있다. 나는 브런치에서 성공하는 법을 알고 있다. 물론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두 번의 브런치 활동을 했고, 두 번째 브런치는 1년 반이 가까워 오도록 구독자는 120명, 비웃으시지 않는 게 이상할 일이다. 나보다 훨씬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보다 운 좋게 나은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브런치에서의 성공을 논할 만큼 구독자가 많다고 보는 것은 200% 넌센스다.


그런데 한 번만 속는 셈 치고 들어보시라.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오래 머물다 보니 구독자 증가세가 유독 남다른 분들의 특징은 추려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혼, 퇴사, 이민 같은 개인사는 논외다. 그런 경험은 드문 일이며, 브런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그런 경험을 하는 분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망설임과 용기 사이에서 수없이 번뇌했을 작가님들의 결단이야말로 많은 이들의 공감이 절실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는 마땅한 것이다. 그 작가님들의 이야기는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구독과 라이킷, 댓글로 함께하고픈 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1. 한 우물만 파라


한 가지 주제로만 글을 쓰는 분들의 구독자 수가 많이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내가 본 작가분 중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구독자가 늘어난 분야의 글은 기업에서의 '인사(HR)'나 '기업문화', '회사생활', 'UX', '브랜딩/마케팅' 관련 글을 주로 쓰는 경우였다. 글쓰기, 달리기, 다이어트, 과학, 재테크 관련해서도 한 우물만 파신 분들의 경우, 올린 글 수 대비 구독자 수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


한 우물만 파게 되면 전문성과 이에 대한 신뢰가 생겨난다.


아, 이 작가님은 내가 이런 것들에 대해 궁금할 때 가서 보면
언제든 솔루션을 주시겠구나

또는

요즘 내 관심사는 이거였는데 딱 알려 주시네,
다른 데 갈 필요 없겠네


같은 인식을 주는 것이다. 즉, 전문성은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 담보할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아는 얘기는 '공감'하게 된다. 공감이 주제인 글은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실로 꿰기 어려운 구슬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글들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소비되기 십상이다. 이 경우, 작가보다 글 자체가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독자 입장에서는 한 번의 라이킷만 남기거나 어쩌면 통독만으로 지나칠 수 있다. 어쩌다 다음 메인페이지 같은 데 노출돼도 잠시의 조회수/라이킷 피크에 머무를 뿐, 다른 글 조회나 구독으로 이어지지 못하니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반면, 우리가 모르는 얘기는 '인지'하게 된다. 특히 내가 알면 도움 될 만한 이야기가 시리즈로 있다면 구독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유튜브에서의 구독 메커니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너무 전문적인 얘기라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일까?'와 같은 고민들로 충분히 지칠 수 있다. 그렇게 초반에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고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이로운 글은 언젠가 브런치 안에서든, 다양한 외부 커뮤니티나 SNS에서든 회자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브런치 메인페이지/발견 탭 등 노출 면에서 더욱 밀어주는 글은 크리에이터 배지를 달았거나 이런 전문성 있는 작가의 글이 우선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노출의 관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기가 있는 소재는 다름 아닌 '브런치'다 ㅋㅋㅋㅋ



2. 발행 주기는 1주에 1~2회가 좋다


이 항목의 전제는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구독자 100명/라이킷 30 미만의 작가님들에게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계신 작가님은 매일 발행하셔도 많은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챕터의 제목을 처음에는


발행 주기는 최소 1주일에 1회는 가져가라


로 썼다 지웠다. 내가 관계자도 아니고, 정확한 알고리즘(?) 메커니즘(?)을 모르니 단언할 수 없겠더라. 당연한 말이지만 드문 발행 주기로는 팬덤을 만들 수 없다. 글 하나가 마음에 들어 다음에 방문했는데 새 글이 없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고, 그런 작가를 구독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독했다손 치더라도 이탈의 명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너무 자주 올리는 것도 구독자 증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고?


글 이외의 작품도 보통 그렇지 않을까. 심혈을 기울여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충분히 감상되고 회자(바이럴)될 시간이 주어져야 흥할 수 있다. 너무 타이트한 발행은 이전 작품에 대한 여운은커녕, 기억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이 사람이 어떤 내용을 썼는지 곰곰이 살필 새도 없이 계속 새로운 콘텐츠가 이전 콘텐츠의 트래픽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기 작가가 아닌 이상, 대부분 우연한 기회나 답방의 차원으로 가장 최근에 게재된 글에 조회 수나 라이킷이 쌓이기 마련이다. 잦은 발행은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남겨도 금세 새 눈이 내려 발자국을 덮어버리는 것만 같다. 감상에도, 바이럴에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너무 잦은 발행은 부득이하게 글의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다. 첫 번째 법칙과 결합하여 한 가지 주제의 전문성 있는 글을 쓰려면 자료 조사와 더불어 논지를 가다듬는 작업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글을 매일 올린다는 것은 본업이 브런치 작가가 아닌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짧은 발행 주기로 이렇게 공들여 쓴 글이 쉽게 휘발되는 것도 작가 입장에서는 몹시 서운할 수 있다. 1주일에 한 편 내지는 두 편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3. SNS, 커뮤니티 등 내가 홍보할 수 있는 채널에는 모두 홍보하라


이 글을 쓰기 위해 구독자 급증 작가의 구독자 목록을 살펴보았다. 브런치 작가등록이 안 된 구독자 분들이 대다수 눈에 띄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브런치 자체에서 <X시, 브런치스토리 인기글>, <에디터픽 최신 글 / 신작 브런치북>에 오르는 메커니즘도 잘 모르겠다. (붐업을 위해서 신규 작가 위주로 올려준다는 얘기도 있고, 브런치 관련 글을 쓰면 된다는 얘기도 있다) 브런치에 오래 머무르면 머물수록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버려서 추천 알고리즘이 정교해짐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의 풀(Pool)도 좁아진다.


나도 첫 번째 브런치 활동 시기에는 정말 친한 지인들에게 구독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싸기질 다분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니지만, 결국 거미줄 같은 소셜 네트워킹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본인 SNS의 팔로워가 많은 분이라면 더더욱 가장 대표적인 글을 선별해 올려두고 자연스레 구독자를 유입하는 것이 좋다. 평소 SNS(특히 링크드인)를 하는 분들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에 100회는 타인의 피드에 노출이 될 것이다. 팔로워가 많을수록 다단계 피라미드 영업처럼 노출 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성향에 따라 몹시 부끄러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맨 처음 말했듯이, 브런치의 성공을 원한다면 감수해야 할 일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법칙과 결합해 전문성 있는 글을 브런치 발행주기에 맞춰 SNS에 올린다면 구독 확산세는 좀 더 늘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4. 손품을 팔아라


가장 본질에서 벗어났으면서도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한국인의 품앗이 정서상 어쩔 수가 없다. 브런치가 연결해 주는 모든 루트를 활용해 다른 작가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달고, 구독을 누르는 거다.



내 글이 잘 안 팔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서다. 브런치 월드에서의 흥행과 자기 글의 완결성/크리에이티브/통찰력은 대체로 상관관계가 적은 것 같다.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내 글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 브런치 월드에서 흥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따금 글을 올리자마자 라이킷이 올라가는 경험, 많이들 해보았을 것이다. 선하트 후감상이라면 할 말 없지만, 난이도는 차치하더라도 글의 길이만 봐도 도저히 1분 이내에 감상이 불가한 글일 텐데 몇 초만에 라이킷이 올라간다면 아마 제대로 읽지 않고 무작정 라이킷을 눌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나는 이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브런치에서 성공을 하고 싶다면 브런치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와 개의치 않는 태도, 그리고 본인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탑재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소중한 내 글... 얼마나 잘 썼고 공을 들였는데,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눌러? 불쾌해!


보다는


어휴, 이렇게라도 트래픽이 올라가니 고맙다! 얼른 가서 답방하고 마음을 표현해야지!


가 훨씬 브런치에서의 성공에 부합하는 마인드일 것이다. 이건 개인적인 호불호이지만 극단적인 케이스로서 나는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관심작가가 0이거나 1(브런치팀)인 작가님들보다는 구독자 수보다 관심작가가 많은 작가님들을 더욱 응원하는 편이다. 오로지 나의 순수한 필력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다른 이의 글을 존중하고 독자로서 브런치 생활을 즐기는 이들에게 더욱 마음이 간달까. (그리고 그분들이 순수한 필력으로만 수많은 구독자를 확보했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나 역시 진정성이라는 핑계로 구독해 주신 많은 작가님들을 팔로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꼭 읽어야 하는 글이나 부족한 내 글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작가님들의 페이지에는 최대한 방문하고, 글을 읽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해도 감사하고도 송구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맞팔을 하지 않아 구독취소를 하셔도 진심으로 괜찮다. 오히려 구독과 관계없이 내 글 한 편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시고, 혹여라도 반응을 남겨주시면 그걸로 충분하다. 진심이다.



단, 내 글이 훌륭하지 않다면 아무리 손품을 팔아도 성장세는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위와 같은 성공의 법칙들을 넘어서는 단 하나의 명제 역시, '글을 잘 쓸 것'이다. 잘 쓴 글, 술술 읽히는 글, 필력이 남다른 글은 주제가 어떻든, 발행 주기가 어떻든, 홍보를 하든 말든 많이 읽힐 수밖에 없다. 가장 어려운 명제이기도 하다. 꾸준히 양질의 글을 발행한다면 당장의 트래픽이 아니더라도 출간 기회라는 더 큰길이 열릴 수 있다.






자, 이제 내 이야기를 해보련다. 나는 내가 말한 1, 2, 3의 법칙과는 전혀 무관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내 글은 주제도 종잡을 수 없고, 그렇기에 전문적이지도 않다. 어떻게든 한 주에 3건 이상의 글을 발행하려 안간힘을 쓴다. 애초에 익명으로 시작했기에 SNS에 홍보도 하지 않았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잘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4의 방법은 종종 하고 있다. 나도 성공하고 싶었나 보다 ㅋㅋㅋㅋ 결국 지금은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지도 못하겠고 그렇게 해본들 성공하지도 못했다. 1, 2, 3과 같은 성공의 방식을 깨달았을 때조차 굳이 기존의 방향성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성공보다 성취, 유명세보다 연대감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브런치에서의 목표가 꼭 성공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다. 숫자로 드러나는 객관적 성공이 아닌, 기분으로 알게 되는 주관적 성취를 위해서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의 마음이 내 마음 같다. 편하게,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것을 쓰시면 된다. 쓰다 지치면 쉬면 되고,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다. 나와 모두의, 얽매이지 않는 작문활동을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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