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이소라
박애주 작가님처럼 나에게도 최애가 있다.
숨소리조차 음률로 만드는 거장. 그녀의 목소리는 공간에 시나브로 스며들어 일순간 분위기라는 것을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불경스럽게도 최애의 목소리를 항상 듣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를 떠올린 것도, 목소리와 계절감을 연결 짓기 시작한 것도 최애 때문이다.
유난스레 보이는 예민함은 그녀를 완벽한 아티스트로 만드는, 타고나서 탁월한 자질이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왜 세상의 모든 아픔을 혼자 짊어진 것만 같은지. 감정의 찌꺼기마저 외면하지 못하고 쓰디쓴 알약을 씹어 삼키는 것마냥 혼자만 감내하고 토해내는지. 그 목소리와 숨소리는 왜 듣는 이가 이토록 미안하게도 위로가 되는지. 삶이 고달플수록 예술은 위대해지는 예술가의 숙명이자 사명에 나는 감사해야 할까 안타까워해야 할까.
겨울이 오지 않아도 차가운 바람이 분다 싶으면, 통과의례처럼 이 노래를 듣게 된다. 나는 아픈 걸까, 아프고 싶은 걸까, 아팠던 그때를 떠올리고 싶은 걸까. 바닥까지 마음을 처박고 나면 신기하게 다시 올라올 마음이 생겨난다. 생에의 의지, 생의 절실함 같은 것. 그리고 미안하게도 위로를 받는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최애의 목소리는 섬세하고 날카롭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음률을 만나면 이 겨울에 잘 어울리는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다가온다. 이 노래는 무려 '사랑'에 대한 노래다.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love is always part of me
이제 사랑을 알았다면, 최애와 함께 로맨틱한 무드로 떠나보자. 나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각자 추고 싶은 춤을 같은 장소에서 춘 적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맞잡고 눈을 바라보며 스텝을 맞춰 나가는 황홀경. 사실 그녀는 작사가로서도 무척 탁월한 감수성을 지녔고, 오늘 소개한 노래 모두 본인이 노랫말을 지었다. 같은 앨범 트랙에 내가 알고 있는 최애의 가장 처절한 노랫말과 가장 러블리한 노랫말이 연이어 나오는 아이러니에 그저 멍해질 뿐.
그리고 이 노래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최애와 나의 최애의 목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노래이기도.
깊은 밤
하늘 달빛으로 우릴 비춰주네
휘황하게
춤을 추며
그대 손을 잡고 나를 안아주네
황홀하게
이제 최애와 함께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추억 여행. 썩 유명한 노래는 아니지만, 그래서 보석 같은 노래다. 아마 이 노래는 메시지에 힘을 준 것 같지만, 나는 메시지를 감싸는 멜로디와 보컬이 너무 좋다. 잔잔한 수면에서 심연으로, 결국 햇살 아래로. 멜랑콜리와 관조, 희망 사이를 휘몰아치며 고된 마음에 마지막으로 후시딘을 사악 발라주는 것만 같다.
아마도 자리잡지 못했을, 어쩌면 지금도 그러할 그대들에게도.
문을 열어 저 어둡고 사납게 거친 하늘을 봐
아무도 도울 수 없어 나 혼자 일어서야 해
지금보다 더 힘들고 불안한 삶의 표적들이
내게 다가와
잊지 말아 이 푸르름의 날들을
아무도 관심 없지만 ㅋㅋ "겨울엔 OOO을 들어야지"는 소소하게 시리즈물로 기획해 보고 있다. 다음 가수가 누구일지, 한 번 맞혀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김 씨 성을 가진 두 아티스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요즘엔 이렇게 잘 부르는 사람들이 안 나오니 아쉽고, 이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잘 안 나오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