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만큼 여름도 중요해
요즘과 어릴 때는 확실히 여름을 맞이하는 느낌이 다르다.
몇 달 전에 과거 여름의 풍경이라며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은 동네 사람들이 더워서 작은 아파트 단지나 골목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는 모습이었는데 댓글들이 굉장히 놀라움에 가득 차 있었다.
나도 잊고 있었는데 내가 어릴 때 동네에서 저랬던 거 같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작고 아담했고 종종 여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던 주민들이 꽤나 있었다.
끈적한 바닥에 누워 엄마가 잘라주는 수박을 먹다가 누워서 멍 때리기도 했으며 저녁이면 모기장에 들어가서
'전설의 고향'을 봤다.
그때는 여름이 되면 으레 납량특집이 하던 때라 내심 설레기도 했었다.
종종 아빠가 일찍 오는 날에는 바닷가로 드라이브도 가기도 했는데 모레 사장에서 굴을 파고 이것저것 만들고 발에 물 담그고 놀고 엄마 아빠는 멀리서 치킨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곤 했었다.
그러곤 집에 갈 때쯤 깔끔했던 엄마는 꼭 차에 타기 전 모래를 다 털고 발도 깨끗이 닦은 다음 차에 타라 했었다. 빨리 차에 타투고 집에 가는 길에 한숨 자고 싶어서 되게 번거로운 과정이라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그러지 않았으면 아빠 차는 모래파티였을 것이다.
여하튼 그런 재미 때문인지 여름에는 꼭 뭔가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고 생각보다 밋밋한(?) 시간들을 보낼 때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었다.
그래도 나에게 여름은 좋은 추억들을 많이 담고 있다.
고등학교 때 서울에서 학원 다니며 지하철 창가로 보이는 서울의 여름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촌놈인증합니다..)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열심히 그림 그리며 친구들과 어울렸던 기억, 작은 화실에서 여름캠프 갔던 기억 등등
요즘의 여름은 낭만을 곱씹기도 전에 엄청난 더위가 압살 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여름의 추억들이라는 단어가 떠올리는 낭만을 이번여름에도 느껴 봤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