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리얄리 얄라셩 주문의 비밀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by 로미코샤Romicosha

혹시 나쁜 상상을 막기 위해, 혼자만의 주문을 외워본 적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문은... 지금도 저를 따라다닙니다.




에피소드


관념 강박의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학원 가기 싫다. 무슨 일 생겨서 다시 집에 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터덜터덜 학원에 도착했는데,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너희 할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전화 오셨다. 얼른 집에 가 봐.”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제 어린 뇌는 이렇게 저장해 버렸습니다.

“내가 생각했기 때문에, 진짜로 일어났다.”


고등학교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친해지고 싶던 친구를 떠올렸습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걔가 타면 웃기겠다.

그러다 말 걸고 친해지면 좋겠다.”

그런데 진짜 다음 정류장에서 그 친구가 탔고, 실제로 친해졌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생각→현실화’ 경험이 반복되자

부정적인 상상은 훨씬 더 큰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생긴 게, 저만의 의식이었습니다.

불길한 상상이 스쳐 가면, 주문처럼 이렇게 중얼거렸죠.


“내가 지금 상상했다고 해서 현실이 되진 않을 거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꼭 두 번 반복해야 합니다.)


이 주문은 저에게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습니다.

문제는 중간에 방해받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남편과 비행기를 타고 갈 때 이런 상상이 스쳤습니다.

‘만약 이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떡하지?’


바로 주문 시전:

“내가 지금 추락을 상상했다고 해서...”


“여보, 땅콩 먹을래?”


순간, 제 마음속 재난 영화가 다시 시작됩니다.

추락, 비명, 미완의 주문.


“잠깐만 기다려봐...”


(... 처음부터 다시.)


남편: “어, 지금 얄리얄리 하는구나. 알았어.”

... 라면 좋겠지만.


저는 이 주문의 비밀을 남편에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마 모를 거예요. 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다는 걸.

(하하...)


그래서 결국엔,

남편 말에 “응” 하고 대충 대답해 놓고,

혼자 초스피드로 주문을 재시전합니다.

(‘얄리얄리 얄라셩’ 2회 반복 완료 후, 머릿속 재난 영화 종료.)


참고로, “얄리얄리 얄라셩”은 제 진짜 주문은 아닙니다.

그건... 조금 덜 웃기고, 덜 중독성 있고, 덜 문학적이에요.

하지만 비밀입니다. 부끄러우니까요.




심리 분석


이건 전형적인 관념 강박(obsessional thinking)입니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잘못된 연결이 반복되면,

떠오른 생각을 ‘무효화’하려는 의식적인 행동이 따라옵니다.


처음엔 안심이 되지만, 결국은 이렇게 됩니다:

강박적 생각 → 주문 → 잠깐의 안도 → 방해 → 다시 주문 → 더 강한 강박


이 루프가 반복되면서, 강박은 점점 더 강화됩니다.


이런 관념 강박의 밑바닥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법적 사고(Magical Thinking)가 있습니다.

생각과 현실 사이에 실제로는 없는 인과관계를 만드는 것이죠.


특히 ‘주문’이나 ‘의식 행동’은 현실을 통제할 수 없을 때

가상의 통제 수단처럼 작동합니다.

일종의 ‘마음속 주문 레버’죠. 하지만... 현실은 그 레버와 상관없이 흘러갑니다.




완화 팁


생각–현실 분리 훈련하기

불길한 상상을 일부러 그대로 두고 보기.

그리고 현실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몸으로 확인하기.


의식 줄이기 실험하기

주문 횟수를 일부러 줄여보기.

아예 중간에 끊고도 아무 일 없음을 경험하기.


상상을 웃기게 바꾸기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상? → 거대한 맥주잔에 퐁당 빠지는 상상으로 전환.


우연의 재해석 훈련하기

과거의 ‘생각→현실화’ 사례, 정말 내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기억에 남는 우연만 선별적으로 남아있는 건 아닐까요?


불완전 수용하기

불확실성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0%로 만들려고 애쓰기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잠깐! 제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심하면 꼭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성공담 공유


예전 같으면 비행기 안에서 불길한 상상이 스치면

몇 번이고 주문을 반복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일부러 중간에 끊고 그냥 놔뒀습니다.


가슴은 두근거렸지만, 몇 분 뒤 기내 방송이 흘렀고

비행기는 아무 일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혹시 집에 불이 나는 거 아닐까?”

이런 상상이 스쳤지만 주문을 외우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도 평소처럼 조용했습니다.




현실적인 고백


그렇다고 제가 주문을 완전히 끊은 건 아닙니다.

지금도 순간적으로 튀어나오곤 합니다.

이제는 그 주문이

“진정해, 내 자신...”

정도쯤의 의미로 작동하고 있어요.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같달까요.




마무리


강박은 제게 주문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그 주문은, 한때 저만의 최첨단 보안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주문이 세상을 지키는 게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간신히 버티기 위한 작은 장치였다는 걸요.


그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저는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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