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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쟈 Oct 17. 2020

비밀 아닌 비밀

영화 [슬랙베이:바닷가 마을의 비밀]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슬랙베이에서 관광객들이 연쇄적으로 실종되자, 형사 마섕과 그의 조수 말푸아는 조사를 위해 이곳에 방문한다. 그들은 조사 과정에서 가난한 어부 출신의 브뤼포르 가족과 언덕 위 전망 좋은 곳에 대저택을 지어놓고 여름마다 휴가를 보내는 페테겜 가족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 가족들은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비밀이 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 가족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 영화의 목적은 아니다. 

관광객 실종사건과 브뤼포르 가족의 비밀은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건 비밀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많은 사람들을 구해서 구세주로 불리는 전설적인 어부였으나 현재는 홍합을 따고 관광객들을 (안거나 배에 태워) 건네주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는 브뤼포르 가족은 외지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을 죽여서 먹는다. 그들이 사람고기를 뜯어먹는 장면을 나데주가 무심히 지켜보는 것으로 보았을 때 그것은 비밀이라기보다는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인 것 같다. 그들이 사람 고기를 보관하는 장소와 먹는 장소도 전혀 비밀스럽지 않다. 잡아온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눕혀 놓았다가 노상에서 썰고, 야외에 둘러앉아 입 주변에 피를 묻히며 뜯어먹는다. 


근친결혼을 하고 있는 페테겜 가문의 비밀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만난 경찰에게 사촌과 결혼했음을 밝히고, 그것이 그들이 부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설명을 하는 앙드레의 모습을 보면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불과하다. 남성과 여성의 중간쯤의 성을 가졌거나, 물리적인 성은 남성이지만 정신적인 성은 여성으로 보이는 빌리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남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여자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그가 양성의 존재임을 주변 사람에게 드러낸다. 

[출처: 네이버 영화]


계속되는 수사의 실패로 인해 몸이 부풀어 오르는 형사 마섕 역시 그의 부푼 몸으로 자신의 능력 부족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너무 부풀어 종국에는 하늘로 떠오른 그의 몸은 실종되었던 크리스티앙과 오드, 빌리가 돌아오고 나서도 여전하다. 물론 범인을 잡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 그럼에도 그들은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면서 축배를 들고 있다. 


브뤼포르 가족과 페테겜 가족은 가난한 바닷가 낡은 집과 전망 좋은 언덕 위의 대저택으로 대비되는 만큼 외양적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사한 점도 있다. 남들에게는 추악한 진실이 그들 자신에게는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는 점이 그것이다. 


브뤼포르는 과거에 배를 타고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아서 먹듯이, 이제는 그들의 배를 타는 사람에게 그물을 던져 낚아 올린다. 오드를 잡으러 간 그는 몽둥이로 그녀를 때려 쓰러트린 후 그녀의 얼굴 위로 그물을 집어던진다. 이미 기절한 그녀의 얼굴에 그물을 던지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은, 이제 물고기 대신 사람 고기를 잡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가 과거에 생선을 손질하던 통과 도마는 이제 인육을 손질하는 도구가 되었다. 


오랜 근친결혼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페테겜 가문 사람들의 삐걱거리는 신체와 불완전한 정신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안하게 보이나, 그들에게는 오랜 전통이며 부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이다.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이사벨과 앙드레의 바닷가 산책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순결한 신부처럼 흰 옷을 입고 긴 스카프를 두른 이자벨은 주변 경치를 바라보며 ‘거룩하다’며 감탄을 하고, 앙드레는 통발을 끌어올리는 평범한 어부를 바라보며 ‘미의 정수’이며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라고 감탄한다. 

아름답고 고귀한 것을 찾는 그들이 실은 지저분한 비밀과 함께 있다. 영화 초반 저택에 도착한 이자벨이 조각상에 묻은 얼룩을 닦아내기 위해 침을 뱉은 것처럼. 

그 비밀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그 조각상을 볼 때, 이자벨의 침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어졌다. 

만약 이자벨이 정말 성모 마리아의 은총으로 하늘을 날았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녀의 남편인 앙드레와 누이 오드의 관계, 그리고 끊임없이 이자벨의 뒤를 쫓는 크리스티앙의 눈빛을 잊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비밀은 여전히 그곳에 있으나, 그 비밀을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머지않아 빌리는 그의 사촌 여동생 중 하나와 결혼을 하고, 마루트는 아버지를 대신해 사람 고기를 자를 것이며, 실종된 사람을 찾는 마섕은 계속 실패하여 또다시 몸이 부풀어 오를 것이다. 그들의 일상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비밀 같지 않은 비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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