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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쟈 Nov 07. 2020

좋은 친구들?

영화 [좋은 친구들(Goodfellas] 리뷰


개봉: 1991.02.14

감독:마틴 스콜 세지

출연: 헨리(레이 리오타), 토미(조 페시), 지미(로버트 드니로),

         폴리(폴 소비노), 카렌(로레인 브라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헨리는 어렸을 때부터 갱스터 생활을 꿈꿨다. 그들은 어딜 가든지 대접받고, 무슨 짓을 하든지 용서받는다. 돈이 필요하면 강제로 뺏거나 훔치면 된다. 마피아 단원인 폴리의 심부름을 하면서 갱스터 생활을 시작한 헨리는 훔친 돈을 흥청망청 쓰는 지미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비슷한 처지의 토미를 만나 마치 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지미와 함께 트럭이나 비행기를 털어서 돈을 벌고, 결혼식에서도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그들은 가족처럼 함께한다. 늘 왁자지껄 모여서 함께 밥을 먹고, 서로 얼굴을 부비며 인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미는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을 모욕한 마피아를 쏘아 죽이고, 훗날 그 보복으로 그 마피아의 일파에게 살해당한다. 헨리는 폴리의 만류에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에 빠져 마약을 판매하다가 결국 경찰에 체포된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지미와 폴리로부터 살해당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검사에게 그들을 고발하고 증인보호 프로그램 속에서 무료한 삶을 살게 된다.


[출처: 다음영화 스틸컷]


영화는 1970년 뉴욕, 어두운 밤, 도로를 달리고 있는 세남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차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확인하고자 갓길에 차를 멈춘다. 자동차 후미등에서 비치는 붉은 조명이 그들을 비출 때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차 트렁크에 실린 남자를 죽인다.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바로 어린 헨리의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자세한 사정은 영화의 중반쯤에 다시 나오는데, 이때 그들을 비추는 붉은 조명은 마치 그들의 미래처럼 불길하게 보인다.  비슷한 장면은 이후에도 다시 나온다. 죽인 남자를 파묻은 곳에 콘도가 건설된다고 하여 그들은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다시 파내는 장면이다. 역시나 붉은 조명이 화면을 꽉 채운 상황에서, 셋은 땅을 파고 있다. 역겨운 냄새를 참지 못한 헨리는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지미와 토미는 웃으며 농담을 나눈다. 이때부터 그들의 어긋난 미래가 예상된다.


[출처: 다음영화 스틸컷]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행동하는 지미와 토미와는 달리 헨리는 그들보다 소심하고 조심성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큰 소리로 웃기는 농담을 떠드는 토미와 그의 농담을 듣고 과장된 얼굴로 크게 웃는 헨리, 흥겨운 한때처럼 보이는 중 토미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뭐가 웃기냐 ’고 묻는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는다. 친구라고 이름 붙여져 있지만 헨리는 토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는 관계인 것이다. 지미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루프트한자 사건으로 인해 600만달러라는 큰돈을 강탈하였지만, 이를 분배하기 싫은 지미는 일에 참여한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인다. 헨리도 물론 참여하였지만 지미에게 돈을 달라는 요구는 할 수 없다. 내레이션에서는 돈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사실은 돈을 달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맞는 것이다. ‘좋은 친구들’ 속에 진짜 친구는 없다. 그저 각자의 목적에 의해 잠시 같은 길을 가는 것일 뿐.


[출처: 다음영화 스틸컷]

따라서 영화의 결말은 당연히 예상되는 수순이다. 영화 초반 훔친 담배를 팔다가 경찰에게 붙잡힌 헨리가 공범을 불지 않고 혼자 처벌을 받았을 때, 지미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남자로써 아주 중요한 두가지를 배웠다. 친구를 배신하지 않는 것, 끝까지 입을 다무는 것” 결국 헨리가 자신들을 고발한다는 결말을 생각해보면, 붙잡힌 것이 어째서 헨리였는지 알 수 있다. 첫번째 체포되었을 때 갱스터로 받아들여 졌고, 두번째 체포되었을 때, 갱스터 생활이 끝났다. 패밀리에서 내쳐진 그는 순응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그동안의 생활을 포기하는 대가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출처: 다음영화 스틸컷]


영화의 대부분이 헨리의 내레이션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영화 속 토미와 지미의 모습은 아마도 헨리의 눈에 비친 모습일 것이다. 여기저기 돈을 뿌리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지미의 첫 등장 장면은 어린 헨리의 눈에 비친 지미의 후광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다. 이후 어른이 된 헨리는 카렌과 데이트하며 마치 그가 어릴 적 우상으로 보아왔던 지미처럼, 주변 사람과 여유 있는 태도로 인사를 나누고 팁을 뿌려 댄다. 무자비하게 사람들 때리고 순간의 기분으로 총을 쏘는 토미의 모습은 헨리가 원하는 강한 갱스터의 모습일 수 있다.


 “우린 모두 가까웠다. 외부사람이 끼어든 적은 없었다. 항상 함께 있어서 모든 게 더 정상처럼 느껴졌다.” 라는 카렌의 말처럼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 안에서만 생활하던 그들이 그 생활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형제와 같던 상대방을 배신하는 것보다는 그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 더 아쉬운 일이다.

헨리는 법정에서 검사 쪽 증인으로 출석하여 범인을 지목하라는 말에 망설임없이 폴리와 지미를 가리킨다. 그가 친구들을 배신하는 일은 그의 특별한 갱스터 일상을 포기하는 일 보다는 훨씬 쉬워 보인다. 법정에서 그는 마지막 내레이션을 하며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본다.


우리는 힘있는 영화배우처럼 대접받았다. 요구만 하면 뭐든지 가졌다. 보석은 종이봉투에 담겼고 침대 옆엔 코카인이 있었다. 모든 게 전화 한통화면 해결되었다. 아무 의미도 없었다. 필요하면 또 훔치면 됐다. 모든 걸 우리가 움직였다. 경찰, 변호사, 판사까지 매수했다. 다들 자기 몫을 챙겼고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다. 이제 그 모든 게 끝난 거다. 


[출처: 다음영화 스틸컷]


갱스터 무비의 대표격인 ‘대부’속 마피아들과 달리 이 영화 속 마피아들은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어딘가 조금씩은 부족한(순수 이탈리아 혈통이 아니어서 정식 마피아 단원이 될 수 없는 지미와 순수 이탈리아 혈통이지만 작은 키가 컴플렉스인 토미) 갱스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 말미 헨리의 하루는 어찌나 바쁘게 돌아가는지, 마피아의 일상이 나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영화 초반 헨리가 어릴 적 본 핑크 빛 필터가 씌워진 갱스터의 모습과 어른이 되어 실제로 겪는 갱스터의 모습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들의 우정은 그들의 총보다 가벼웠으며, 그들의 권력 또한 돈이 있다는 전제하에 유지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좋은 친구들이었다. 다만 그것은 네가 내 말을 잘 들을 때까지 유효한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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