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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쟈 Jul 02. 2021

희망과 절망 사이

영화 [레미제라블] 리뷰

개봉: 2021.04.15.

감독: 라쥬 리

출연: 이사 페리카(이사), 다미엔 보나드(스테판 루이즈), 알렉시스 마넨티(크리스), 제브릴 종가(그와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프롤로그 장면, 2018년 FIFA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가 승리하자 여기저기에서 흥분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리를 지르며 폭죽을 쏘아 올린다. 개선문 앞에 모여든 사람들은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인 삼색기를 몸에 두르고 한껏 기쁜 표정에 취해 있다. 거대한 기쁨의 물결로 가득한 개선문 광장은 마치 파리 혁명에서 승리한 그날과 같다. 그 순간만큼은 그들의 고향이 어디인지 피부색이 어떠한지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그러나 환희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축제의 장소는 순찰하는 경찰들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마약과 매춘의 소굴로 되돌아간다. 그곳에서 경찰은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적개심 가득 찬 눈길을 받는 존재이다. 새로 부임한 스테판 경감은 같은 팀 동료들과 함께 서커스 공연을 하는 집시들이 잃어버린 아기 사자를 찾는 첫 임무를 부여받지만, 단순해 보이던 일은 점점 더 꼬여가고 결국 인생 최악의 날을 마주하게 된다.


마을의 문제아 이사가 훔쳐갔던 아기 사자를 되찾아 서커스단에 돌려주고, 아이에게 사과를 시키는 순간 서커스단 단장은 이사에게 훈계를 하며 어깨동무를 하더니 갑자기 사자 우리로 끌고 들어간다. 사자는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고 놀란 스테판은 총을 꺼내서 이사를 놓아주지 않으면 사자를 쏘겠다며 위협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염병을 든 이사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과 연결되는데, 처음에 이사를 구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총이 결국엔 이사에게 향한다. 


나는 이사가 사자 우리에 끌려 들어간 장면에서 의아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사자 우리는 잠겨 있지 않았기에 아이를 구하고 싶다면 그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테판은 직접 들어가는 대신 사자를 향해 총을 겨눈다. 사자는 그저 훈련받은 대로 사납게 포효하는 것일 뿐 아이를 공격하지 않았다. 사자를 우리에 가두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훈련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총구는 그 사람이 아닌 사자에게 향한다. 


어째서 사자일까? 마을의 이슬람교 지도자인 ‘살라’가 하는 말처럼 사자는 원래 아프리카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데, 인간이 우리에 넣고 조련을 하며 제약을 만들고 속박한다. 이런 사자의 모습이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해 살아야 하는 이민자들의 모습과 겹쳐져 보인다. 결국 이사는 사자와 같은 입장이며, 정해진 규율과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였을 때 총구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영화 시작 부분에 월드컵 승리를 자축하며 터트리는 폭죽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부패한 권력을 향하는 무기가 된다. 기쁨의 폭죽이 분노의 불꽃이 될 때, 우리는 희망과 절망 사이의 거리가 그토록 가까웠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엔딩 장면의 페이드 아웃 화면에서 주위가 어두워질수록 불붙은 화염병을 든 이사의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은 무엇이 될까. 아직 화염병은 던져지지 않았고, 스테판의 총구는 서서히 내려간다. 집 안쪽에서 이들의 대치를 지켜보고 있던 뷔즈는 문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누구 하나의 선택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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