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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쟈 Dec 19. 2019

독서로 '일에 대한 철학'을 세우는 법

강상중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서평.


저자인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2세로 폐품 수집상으로 일하던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한국을 방문한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일본 이름을 버리고 한국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 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으며, 일본 근 현대사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하는 지식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서로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등이 있으며, 『마음』은 일본에서만 30만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자전적인 책입니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 일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반부에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일의 의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신이 직업을 정하게 된 과정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책의 종류에 따라 효과적인 독서 방법과 비지니스 퍼슨에게 도움이 되는 책, 그리고 그 책을 추천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대학 졸업장이 곧 취업으로 연결되던 ‘학력 사회 모델’이라는 프레임이 붕괴된 현 상황에서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 합니다. 아래의 발췌에서 보듯이 서두에서 핵심을 먼저 이야기 하고 각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보충 설명하는 형식으로 작성되어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면 이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일과 마주하면 좋을까요? 저는 이 책에서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 세가지가 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처방전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일을 할 때 특히 중요한 자세이자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요점입니다. 그 세가지란 바로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볼 것’, ‘다양한 시점을 가질 것’, ‘인문학을 배울 것’인데,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P17)

“그것은 바로 ‘나다움’의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먼저 사회에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자리가 완성되면 이제는 거기에 있는 모두와 동일하지 않는 나, 자기만의 개성과 장점을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 이 둘은 마치 세트처럼 사람이 일을 구하는 이유가 됩니다.”(P40)

저자는 자신에게 일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하면서 일을 그저 생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그 어떤 것’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사회 현상을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보아야 하며, 인문학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책을 통해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지를 설명하면서 비지니스 퍼슨에게 유용한 책에 대한 소개 및 해당 책에서 얻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자신의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정말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자기 재량과 자기 책임만으로 개인이 처한 상황을 극복해 보인 인물이라 하겠습니다. 크루소는 맨몸으로 남태평양의 외딴섬에 표착했기에 자기에게 닥쳐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섬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 즉 그곳에서 주어진 것들을 이리저리 짜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 해결 방법을 인류학에서는 ‘브리콜라주’라고 하는데요, 『로빈슨 크루소』 에서는 이 브리콜라주가 살아남기 위한 힌트와 지혜로 자주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P132-133)

추천 책 중 특히 『로빈슨 크루소』의 경우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동안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정신’을 읽는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자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점이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저자는 인문학을 다양한 시점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서평의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고전과 역사가 어떻게 일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와 사회를 배경으로 작성된 책이지만, 고학력 실업자가 넘쳐나고 샐러리맨들의 잦은 이직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독자들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책입니다.

직업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접근 해야 하며, 현대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자세는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직업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거나 ‘자아실현’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지는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구직자나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직장 생활에서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샐러리맨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용한 책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저자가 현재의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주변인의 도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기계발서 또는 에세이의 느낌이 물씬 나는 제목인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은 책의 내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원제가 ‘역경으로부터의 시고토학(일에 대한 철학)’임을 알리는데, 저자가 역경 속에서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 일에 대한 철학을 세우는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기에, 원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의 실제적인 예를 찾고자 하는 독자라면 실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독서를 통해 나를 채우면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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