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연히 열살짜리 아들 책상 밑에서 69년도 중학교 졸업 앨범을 발견했습니다.
제 아들 졸업일리는 없고, 열어보니 어머니 졸업 앨범입니다.
사진을 보니 앳된 소녀 모습인데 기분이 묘하더군요.
예전에 언론에 몇 번 소개되었던 적이 있죠.
매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복장으로 가족사진 찍기.
제 가족도 아닌데, 점차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런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실 매년 하고 있었어요.
매년 연말 졸업하는 (의국을 나간다고 해서 졸국이라고도 합니다) 치프 4년차 전공의들이, 그간 가르쳐주셨던 정형외과 교수님들과 학교 건물 앞에서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겁니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평생 간직할 한장의 기념사진이지만,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매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복장으로 사진을 찍는 겁니다.
그런 사진을 찍으면, 보통 의국 회의실 같은 곳 벽에 연도별로 주욱 붙여놓죠.
그 벽을 보면, 지금 늙으신 시니어 교수님이 젊으셨을 적에 어땠는지 시간순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환자분들의 엑스레이를 찍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래에서 정기적으로 엑스레이 사진을 볼때는, 시간 순으로 한번에 그 변화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얼굴의 주름만큼은 아니지만 뼈가 늙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뼈의 튼튼한 밀도 정도라던가, 관절염이 오면서 관절 주변에 자라나는 뼈들.. 살면서 골절되었던 삶의 흔적들, 그런 것들이 보입니다.
세월이 참 빠르구나.. 뭐 다들 아시는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런걸 느끼죠.
가족끼리 사진 찍는 것도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