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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목바라기 Sep 03. 2022

6. 관절들의 아름다운 협업

 아기의 엄지손가락은 태어났을때는 아직 주인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신경발달이 덜 됐기 때문에요. 그래서 일정 시기가 지나기 전까지는, 최고라는 뜻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동작이 안됩니다. 

제 아들이 아기였을 때 자기 삼촌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면, 삼촌은 엄지 최고 동작을 하고 있는데 아들은 따라하려고 검지손가락을 올리고 있어요.  


 조금만 더 크면 관절은 완벽하게 자기것이 되죠. 여러개가 합동해서 아름다운 움직임을 정교하게 연출합니다. 아이 때는 배우는 능력이 크듯, 팔다리 관절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 배우는 능력이 큽니다. 뇌와 팔다리 움직임이 연결되는 과정이 뭔가 더 유연하고 대단해보입니다. 제가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쳤던 분들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더라구요. 

  

 불행하게도 이렇게 힘들게 오랜 세월에 걸쳐 적응이 된 팔다리는 한번 다치게 되면 돌이키기가 쉽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아킬레스건을 다쳤던 운동 선수가 모두 다시 복귀할 수 있는건 아니죠. 산업 재해 심사를 보러가면 손가락이나 다리를 다쳤는데 여러 차례 수술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영영 회복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조별과제를 받은 대학생 그룹에서 한명이 제 역할을 안하고 놀면 나머지 조원이 힘들어지죠. 

관절도 하나가 문제가 생겨서 통증을 일으키고, 어쩔 수 없이 관절을 굳히는 고정수술을 받게 될 경우, 해당 관절의 통증이나 불안정은 해결되지만, 이삼십년 장기간의 시간이 지나면 옆에 있는 관절들도 관절염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인접 관절염이라고 합니다.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회사에서는 한명이 빠져도 대체할 수 있고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인체는 그렇지 못해요. 관절이 한개 고장나면 다른 곳에도 무리가 오게 됩니다. 

 한쪽 발이 문제가 생겨서 깁스를 하거나 하면 다른 발에 자연스레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럼, 안아픈 발이었는데도 거기가 아프고 문제가 생길 수 있죠. 


 반면에 원래 움직임이 거의 없는 무늬만 관절인 곳은, 문제가 생겨 고정 수술을 해도 인접 관절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발등은 움직임이 없지만 여러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로마 개선문의 아귀처럼 여러 뼈가 꽉 맞물려 끼어 안정성을 얻습니다. (개선문도 인체의 구성을 이해한 조상의 지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곳이 깨지면 마치 복잡하고 정교한 퍼즐이 흐트러진 것처럼, 원상복구하기가 다소 까다롭습니다. 수술해서 그림같이 맞춰놔도 통증이 남을 수 있죠. 

 

 환자분들의 특정 관절 통증이 심할때 관절을 굳히는 수술을 권할 때가 있습니다. 원래 움직임이 거의 없는 발등같은 관절은, 통증은 줄어들면서도 환자분에게 남기는 후유증이 크지 않죠. 반면에 발목을 굳힌다면 ? 아무래도 좀 뻣뻣해 지겠죠. 축구팀에 에이스가 빠지면 큰일이겠지만 경험없는 어린 선수는 교체해도 전력에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언젠가 손흥민이 빠진 토트넘이 첼시에 지는 걸 보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쨌든 안다치는 게 최고입니다. 

 관절은 소모품이고, 망가지면 되돌리기 힘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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