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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Jun 25. 2023

베토벤 바이러스

허리 아픈 아재는 펌프 대신 피아노로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투영하려 한다. 그건 정상 아님? 그런데 두 딸내미는 자신의 욕심을 아빠를 통해 이루려고 한다. 이건 비정상이지. 게으른 녀석들이라고! 자기들의 욕심 베토벤바이러스를 쳐달라고 졸라댄다. 아빠는 할 수 있다고, 잘한다고 격려하고 코칭까지 하는 상담사 기질마저 드러내면서...


    베토벤 바이러스로 유명한 베토벤 비창 3악장의 선율을 참으로도 경쾌하게 편곡한 곡이다. 똥! 덩! 어! 리! 그 베토벤바이러스 드라마는 아니고 게임제작사 안다미로의 음악 팀 반야(BanYa)가 펌프 잇 업 게임에 삽입한 게임음악이다. 이 하나로 어느 대중인기 뮤지션 같은 입지를 이렇게 오랬동안 누리는 경우도 흔치는 않을 것 같다. 그 옛날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었고 록 비트에 설레었던 시절, 그리고 화려한 발놀림에 환호를 자아냈던 오락실 인기게임은 웅장한 음악과 어울려 내 두 다리를 가만히 두질 못하게 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나는 이 마음은 변치가 않을 뿐만 아니라 클래식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어주었기에 한편으로는 큰 감사를 드리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빠르다. 고백컨데 빠른 곡은 여전히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 곡 역시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고 항상 주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경쾌함의 유혹을 결국 뿌리치지 못하고 악보를 출력했다. 악보 구매 클릭! 여러 쉬운 악보 버전도 많지만 PianiCast 님의 편곡의 풍부한 음량과 아르페지오 등의 테크닉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각별히 좋아한다. 쉬운 버전이 몇 대의 악기로 깔끔하고 단순한 구성, 하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라면 다양한 화음과 많은 노트는 오케스트라 같은 풍성한 인상, 그리고 거기서 오는 감동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어렵지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거다.

Music by BanYa / Arranged by PaniCastk


    이 곡의 승패는 손가락번호다. 샵 플랫 하나 없는 C Major는 호호호 절로 웃음을 짓고 시작하게 해 주지만 한 페이지가 넘어가기 전에 웃음기는 안드로메다로 사라졌음을 알 수 있는데 첫 번째 난관이 손가락이 일곱 개쯤 있어야 할 것 같은 노트구성이다. 흑. 아직 빠르기는 얘기도 못해봤는데 허둥지둥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곤란함을 반복해서 겪고 나면 살짝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악보에는 손가락 번호가 없었기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데 답을 모르니 참 답답하다.


   이 곡의 긴장감은 엇비트에서 온다. 오른손 네 번 때릴 때 두 박에 딱 나눠서 왼 손을 때리면 참 착하겠지만 위대한 작곡자는 그래서야 펌프와 어울리지 않겠다는 인사이트를 발휘했다. 한 마디 안에서 강박과 약박을 나눌 때 일반적으로 첫 번째 음과 세 번째 음이 강박이라 생각하지만 네 번째 음에서 반 박자 빠른 왼 손이 들어온다. 이 반박자가 전체 리듬을 쫓아가게 만들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바로 이 점이 20년을 넘게 사랑받게 해 준 방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리듬을 제대로 살려야 곡의 분위기도 살아나는데, 여기서 속도가 필수적이니 갈 길이 꽤나 멀어 보인다.


   그래도 하고 싶었던 곡을 접할 때 그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고 좀 더 그 곡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 그 맛에 오늘도 피아노 앞에 앉아있나 보다. 안다미로, 반야(BanYa), 피아니캐스트(PianiCast)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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