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다가가는 아이를 보고 달려가 제지하는 건 본디 선한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성선설, 왕도정치의 실행을 주장했던 유교 사상자는? 정답: 맹자
제 브런치를 통해 시험문제 하나 더 맞추는 거에 도움이 되었나요? 좋습니다. 즐겁네요. 뭐라도 하나 드릴 수 있어서요. 혹, 시험문제를 맞혀야 행복했던 시절을 지났다면 당신은 분명히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성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이런 게 나이 듦의 특권이고 즐거움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성현의 가르침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접하게 되는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깊이는 달라지더군요. 제 경험이 그렇게 얘기를 해 주고 있으니까요. 지극히 짧은 한 줄의 혜안이 두 번 세 번 곱씹게 만들기도 합니다. 나와 내 주변을 되돌아보는 깊은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하루를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다시 그 책장을 펼치기를 여러 번 하고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습니다.고민 많던 대학 시절과 40대 중반인 지금 이 순간, 시간이 선물한 지혜와 경험은 같은 말씀도 새롭게 새겨지는 마법을 발휘하고 있고 그게 바로 수 백 년을 관통하면서 살아남은 이유일 것입니다.
성현의 말씀도 훌륭하지만 그 가르침을 경청하는 왕이 있다는 건 더욱 성현의 말씀에 빛을 더해 주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거나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왕의 자리는 그걸 손쉽게 물리칠 위치에 있는 자리이기에 누구보다도 더 경청할 준비가 되어야 하고, 오히려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음을 경계해야 하고, 그걸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공부해야하는 자리이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어진 덕을 쌓은 왕들만이 후대에 이름을 남기고 있으리라 믿어 봅니다. 맹자의 가르침, 어진 임금의 정치. 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문득, 이 초스피드 시대에서 인의예지, 덕이 통할 자리가 있을까 하는 의심을 겨우 억누르면서)
올바르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올바르지 않다는 걸 감지해 내는 최소한의 능력은 살아 있습니다. (요즘 사회 뉴스를 보면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올바름이 무엇인지 정답은 없겠지만 맹자 혹은 다른 여러 성현의 가르침은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저 멀리 등불이 될 것임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맹자의 말씀을 묶어 만든 글이기에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요. 그래서 많은 가르침 중 인상 깊은 몇 가지를 꼽아 올려봅니다. 글은 홍익출판사의 맹자 (옮긴이: 박경환)의 책을 인용하였습니다.
양혜왕(하) 2.1 즐거움은 백성과 함께
제나라의 신하 장포가 맹자를 만나고서 '제가 왕을 뵙자 왕께서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맹자는 "왕께서 음악을 매우 좋아하신다면 제나라는 잘 다스려질 것이오"라고 대답했다. (단지, 음악 그 자체만으로 나라가 잘 다르려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음악을 백성들과 같이 즐길 줄 아는 왕이기에 그렇게 대답한 것임을 이어지는 말씀에서 설명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데 음악이나 즐기는 왕'이 아닌 '왕께서 음악을 즐기시니 우리, 백성들도 마음이 즐겁습니다'라는 임금의 덕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공손추(상), 3.2 맹자의 장점
옛날에 증자가 제자인 자양에게 '그대는 용기를 좋아하는가? 나는 용기에 대해서 선생님께 들은 적이 있다. 스스로를 돌이켜보아서 옳지 않다면 누더기를 걸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고, 스스로 돌이켜보아서 옳다면 천군만마가 쳐들어와도 나아가 용감하게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도덕적으로 떳떳한데 그 무엇이 두려우랴. 용기는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공손추(하), 4.4 정치와 목축의 비유
맹자가 제나라 변경의 평륙지방에 가서 그곳의 대부인 공거심에게 물었다. "만약 창을 든 당신의 병사가 하루 동안 세 번씩이나 대오를 이탈한다면 처벌하겠소, 그대로 두겠소?"
대부가 대답했다. "세 번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맹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도 대오에서 이탈한 적이 많았소. 흉년으로 기근이 든 해에 당신의 백성들로서 노약자들 중에 굶어 죽어서 도랑에 구르고 장정들 중 흩어져 사방으로 떠나간 사람이 거의 천 명이나 되었소."
대부가 대답했다. "그것은 제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만약 남의 소와 양을 받아서 길러 주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소와 양을 위해서 목장과 목초를 구해야 하오. 만약 목장과 목초를 구해도 얻지 못할 경우, 소와 양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겠소, 아니면 가만히 서서 소와 양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겠소?"
대부가 말했다. "이것은 저의 죄입니다."
후에 맹자가 왕을 알현하고서 "신은 왕의 도성을 다스리는 자 중에 다섯 명을 알고 있는데, 자신의 죄를 알고 있는 사람은 공거심뿐이었습니다."며 왕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이것은 과인의 죄입니다."
이루(상), 7.18 군자가 자식을 가르치는 방법
공손추가 물었다. "군자가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현실적인 상황이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올바른 도리로서 가르치려고 하는데, 올바른 도리로써 가르쳤는데 자식이 그 가르침을 행하지 않으면 이어서 성을 내게 되고 이어서 성을 내게 되면 도리어 자식의 마음을 헤치게 된다. 그러면 자식은 '가르치는 분은 나를 올바른 도리로 가르치려고 하지만, 정작 가르치는 분의 행동은 올바른 도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서로 자식을 바꾸어서 가르쳤다.
부자간에 선(善)을 행하라고 질책해서는 안된다. 부자간에 선을 행하라고 질책하게 되면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데, 부자간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
만장(하), 10.3 벗을 사귀는 도리
만장이 물었다. "벗을 사귀는 것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맹자가 대답했다. "자신의 나이가 많음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지위가 높음을 내세우지 않고, 자기 형제 중에 부귀한 사라이 있음을 내세우지 않는다.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벗삼는 것이므로 내세우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자(상), 11.5 의가 외재적인 것이라는 주장의 반박
<중략> 일상적으로 공경하는 것은 형이고, 일시적으로 공경하는 것은 마을 사람이다고 말하라.
맹계자가 이 말을 듣고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숙부를 공경해야 할 경우에는 숙부를 공경하고 동생을 공경해야 할 경우에는 또한 동생을 공경한다니, 과연 의란 외재적인 것이지 내재적인 것이 아니군."
그러자 공도자가 말했다. "우리가 겨울철에는 끓인 물을 마시고 여름철에는 찬 물을 마시는데, 그렇다면 마시고 먹는 것도 또한 내재적인 욕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재적인 것이란 말이군."
고자(상), 11.11 학문이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
맹자가 말했다.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내버려 두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찾을 줄을 모르니, 슬프도다.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서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PS. 왕도정치란 왕의 덕에 바탕한 어진 정치인데, 맹자는 왕도정치의 조건으로 왕의 도덕적인 마음, 민생의 보장을 통한 경제적 안정, 현능한 관리의 등용, 적절한 세금의 부가와 도덕적 교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