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Yu Aug 05. 2023

나는 음악에게 인생을 배웠다

    무슨 일을 할 때 네가 실패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뿐이야." 마이클이 말했다. "결국 네가 마음을 바
꾸기 때문이야. 그거라고!"



    나에게 이리도 뜨끔하게 정신봉을 휘두르는 한 문장은 참 오랜만이라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음악과 관련된 책은 항상 내 옆에 둔다. 음악에 대한 지식을 착실하게 쌓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른 하나는 스스로 나를 위한 채찍질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이클은 그런 나의 마음을 읽고 정확히 짚어주었다.


    마음으로 듣고 느끼며 이미 네 안에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마치 뮤즈로부터 신내림을 받은 사람처럼 영혼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진정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마이클의 가르침은 조금 허탈하기도 하다. 그 마음이 함께 한다면 우리가 왜 월드컵 우승을 못했겠는가? 그게 어렵고 거기에 도달하는 길도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길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니 실패한 이유가 마음과 정성이 부족하다고만 한다면 암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음악을 연주하려면 좋은 테크닉은 필수야. 네가 이 세상의 모든 음을 다 알고, 이 세상 최고의 아이디어를 다 떠올릴 수 있다고 해도, 그걸 표현하려면 좋은 테크닉이 필요해. 꼭 정통 테크닉이 아니어도 괜찮아. 하지만 적절한 테크닉이 없으면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고, 결국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서 짜증만 쌓이게 될 거야. 좋은 테크닉은 음악의 요소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야.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내 손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열망에서 탄생하는 거지.



    그렇다. 마음만으로 어려운 이유가 있다.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깨달음에 가는 과정 중에 공통분모가 있다. 그 가르침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바로 테크닉이라는 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악기를 다루는 기술적 노련함이다. 물론 현란한 기교를 익히는데만 집중하고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면 남들의 이목을 끌기까지는 성공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진정한 영혼이 담긴 음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마이클도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도 또한 역설적으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것은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시도할 수 있는 호사이지 결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논할 주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테크닉은 그렇게 내 생각과 감정을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되고 그렇게 달인이 되고 득도를 한 경지에서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음악)를 묘사하는 단어 다섯 개만 말해봐."

"사랑, 감정, 아름다움, 표현, 조화, 소통, 영적인, 자연스러운, 떨림. 맙소사! 벌써 다섯 개를 넘겨버렸네요."

"(중략) 그걸 보면 넌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왜, 넌 연주할 때가 되면 그걸 잊는 걸까?"

"네가 나를 묘사하는 단어로 테크닉, 음계, 모드, 이론, 음표, 태핑, 써밍, 장소, 단조, 조표 같은 말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려봐."



    여느 음악을 다루는 책들을 살펴보면 학문적 설명과 감상에 충실한 클래식 음악 소개서나 음악을 다루면서 느낀 감상적인 에세이, 음악인에 대한 탐구 등 이렇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어느 쪽도 아닌 독특한 면이 있다. 작가 자신이 음악인이면서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면서 어려운 용어도 없이 생각의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마치 옆에서 혹은 어깨너머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소설 같은 면모도 보여준다. 이런 점들이 버물려 나도 진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몽환적인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빅터 우튼(Victor Wooten, 미국 1964년 9월 11일생)은 그래미 어워즈 5회 수상한 이력이 있고 열정적인 현역활동을 하고 있는 베이시스트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아카데미 몇 관왕을 수상한 영화 작품은 애써 찾아보면서 나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장르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이런 훌륭한 아티스트를 영접하기 어려운 건 나의 게으름일까 아니면 세상이 넓어서인지 둘 사이에서 고민해 본다.


   나도 언젠가 이런 음악을 해 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맹자(孟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