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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Jul 22. 2023

심리검사

신이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


    어디 한 번 내 마음 정신상태를 맞춰 보시지요.


    심리검사를 위해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매년 하는 검강검진의 한 과정이지만 할 때마다 흥미롭다.

그래, 어디 한 번 맞춰봐 내 정신상태를! 크하하하... 정말 놀랍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건, 바로 내 정신상태를 알아보겠다며 나에게 그 정신상태가 무엇인지를 물어본다는 것이다.


    "당신은 최근 일주일 간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나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비난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내가 답을 해야 답이 나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를 허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어쩌면 절실한 누군가에게는 무기력함을 안겨줄 것 같다.  


    심리검사의 마지막 두 질문은 아주 민감하니, 신중하게 답하라고, 고민하지말라는 점도 신신당부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신신당부하니 덕분에 궁금하지도 않았던 호기심이 발동한다. 질문은 이렇다.


"당신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나요?"


   1. 정말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 이 질문에 "YES"라고  고민없이 선택할까?

   2. "YES"라고 선택하면 회사에 통보되어 누군가가 접촉해 올까? 그냥 관심직원으로만 올라갈까?

   3. "YES"라고 선택했음에도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게 더 참담한 거 아닐까? "YES"라고 누를 때는 최소한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테니까.

   4. 이런 질문은 분명 의학계와 심리학계가 오랜 기간 연구를 거쳐 설계된 질문이라 믿지만 정말 이런 단도직입적 질문이 정말 최선인 걸까?

   5. 나도 언젠가 "YES"라고 선택할 날이 올까? 그러면 나도 "YES"라고 선택해야 하나? 결국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게 세상인데... 선택의 의미는 3번의 질문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여러 차례의 심리검사 경험 덕분에 예상되는 결과를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 같아. 아쉽다. 많이 아쉽다.


    휴먼, 당신들은 알고 있지 않는가? 사람은 누군가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것. 그게 자신의 능력이든, 마음이든, 그 무엇이든. 우주 같은 사람의 마음을 아는 방법이 이렇게 밖에 없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것. 어쩌면 그게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신이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일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어느 SF 영화에서처럼 수 십 줄의 전극이 달린 헬멧을 쓰고만 있으면 내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세상이 훨씬 더 공포스럽기는 하니 이대로에 만족할 뿐이다.


   OECD 최고 우울증, 자살률 같은 심리문제가 종종 나오고 화병(Hwa-Byeong)과 같이 한국인들에게 나타나는 문제들 때문인지 회사에서도 별도 심리검사를 하기도 한다. 직원들의 멘털까지 챙기는 유복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지에 익숙하고, 어떤 답변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회사에서 자기를 귀찮게 하지 않을만큼만 적당한 경계선을 선택할 뿐이라는데 스스로 씁쓸해진다. (참고로,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정 규모의 사업체에서 정신건강관리를 권장하고 있다. 법적 의무가 아니니 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사람들의 입과 눈에 민감한 대기업은 외형적으로 이를 챙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심리상담센터 간판을 걸어 놓고, 심리상담사를 자리에 앉히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주려고 한다. 쓰다 보니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분명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있는 회사를 보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성 심리상담사가 어떻게 산후우울증에 대해서 상담을 하는지가 미스터리이긴 하지만... 그래서 전문가인가?? ㅎㅎㅎ)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 거친 바람을 맞아본 적 없었던 여린 마음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괴생명체를 만났으리라 짐작해 볼 뿐이다. 강남은 무의식편향(unconscious bias) 기저가 강력하게 작동되는 곳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서로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될지 그 시작과 끝이 아득하기만하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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