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감동에 눈물을 글썽이거나 뭉클해 본음악이 얼마나 있을까?아침이면새로 올라온 천문학 뉴스를 챙겨보고 우주공학의 열렬한 팬이자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나에게 어느 두 가지의 교집합만 벌어져도 귀는 쫑긋,고개는휙돌아갈 만큼 내 흥미를 훅끌어당긴다. 그런데 무려 네 가지 요소들이 네 캔 만원의 행복처럼 빠짐없이 이렇게 하나에녹아들어 갔으니 나는 감!동! 할 수밖에.
로제타(Rosetta Stone):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독의 기원이 된 돌(Stone)이다. 이집트 신성문자, 이집트 민중문자, 그리스 문자 세 가지를 함께 적어놓은 번역본을 보게 된 셈이니 고대 문자를 해석하려는 사전 같은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로제타 미션(Rosetta Mission): 미항공우주국 NASA에서 2016년 종료했던 혜성탐사 로제타(Rossetta) 미션으로 혜성에 착륙하겠다는 최초의 계획이었다. 2004년 발사하여 11년간 여러 차례의 플라이바이(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항해기법)를 수행하여 2014년 8월 6일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도착하여 함께 싣고 간 탐사로봇 필레(Philae)를 혜성으로 낙하시킴.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계산하는 거야? 그래서 정교한 공학의 경이로움은 아름답다는 표현과 동급이 된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혜성에 정확한 안착은 실패하고 250m를 튕겨져 나가 태양빛이 거의 없는 그늘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바람에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없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명은 다 해버리고 혜성과 함께 영면에 들어간 로봇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충돌 직전까지 보내온 많은 데이터와 사진자료는 여전히 인류의 위대한 여정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탐사선의 이름이 왜 로제타인지는 미션의 목적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많은 NASA 프로젝트의 이름은 바로 인문학 감성에서 시작된다.
반젤리스(Vangelis): 그리스 전자 음악가로 블레이드러너, 1492 콜럼버스, 불의전차 등 가슴 벅차고 주옥같은 선율을 만들어내었다. 얼마 전 추모 1주기 기사를 보고서야 그분께서 작고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분 또한 천문학과 우주에 지대한 관심으로 우주 탐사,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된 여러 편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였기에 NASA, ESA 등에서 제작한 수많은 동영상에서 종종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NEWSIS 2022. 5. 20) "음악과 과학의 관련성에 매혹됐던 반젤리스는 ESA(유럽우주기구)와 우주 공동체의 좋은 친구였다. 그의 작품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그와 함께 '로제타(Rosetta)' 앨범을 작업하게 돼 영광이었다." 79세를 일기로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병원에서 별세한 그리스 출신 세계적 작곡가 겸 신시사이저 연주자 반젤리스를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ESA)가 애도했다.
그리고 여기 나의 눈물을 짜낸 동영상이 하나 있다.처음에는 음악이라고 해 놓고선 영상이 같이 있었다면 반칙인가요? 네. 용서를 구해봅니다. 동영상은 로제타 미션의 여정을 담은 드라마 같은 짧은 다큐멘터리다.로제타의 출발과 목적지까지 광활한 우주를 항해하는 기나긴 여정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혼자 살아가다가 결국 생을 마치는 우리의 삶 그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하게느껴졌기에 순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맨 첫 문장으로 다시 가본다. "아니 이게 뭐라고."
우주라는 극도로 차갑고, 극도로 외로운 공간에서 인간의 지식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 묵묵히 그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하였으니 더더욱 가련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이 마법처럼뭉개 뭉개 피어나도록 만든 건 바로 음악,반젤리스의 음악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엔지니어였고, 엔지니어는 금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피노키오 할아버지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누군가가기계에서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난 그게 더 당연하다고 수긍한다.다만 아닌 사람도 있다는 반박은더 이상 언어로는 설명을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이제 이 세상에는 로제타 탐사선도, 반젤리스도 없다. 아니다!로제타 탐사선은 우주의 심연으로, 필레 로봇은 혜성과 함께 우주를 떠돌고 있고 반젤리스의 육신은 분해되어 우주의 먼지 속으로 되돌아갔을 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