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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Sep 02. 2023

고전과 클래식

고전은 서로 통한다.

   고전은 클래식인데, '클래식'이라 하면 음악을 떠올리고 '고전'이라 하면 문학을 떠올린다. 누가 이래놨어?


   번뜩 떠오른 음악 얘기를 쓸 차례인데 딱히 떠오르는 토픽이 없는 걸 보니 내가 지난 일주일을 너무 무덤덤하게 보냈나보다. 사실, 출퇴근하면서 쥐어짜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고 최후의 수단은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니... 그래 주저리주저리 그대로 옮겨 적어본다.


   주말 아침. 5시 50분쯤 눈을 떴다. 펑! 평소 출근을 위해 6:10분에 일어나는데 심지어 (x1)주말에, 심지어 (x2) 맞춰놓지도 않은 알람 소리에, 심지어 (x3) 어제 12시 넘어 늦게 잠이 들었음에도 무의식은 의식보다 강해서 6시 전에 눈을 떴다. 그만큼 주말에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주중을 바쁘게 살면서 그걸 미루고 미루어 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가 스스로를 칭찬하는 몹쓸 습관이 조금 있습니다. 헤헤) 그렇게 눈을 뜨고 네이버 뉴스를 볼까 하다 뭘 봐도 화가 날 것 같은 기분에 BBC 사이언스 뉴스를 뒤적인다. NASA에서 러시아에서 실패한 달 착륙선의 충돌 위치를 기어이 찾아낸 것 같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피아노를 쳐 볼까, 운동을 나갈까 3초 고민했고 머리맡에 있는 책으로 손이 갔다. 의사처방도 없는 무시무시한 수면제 두 권의 책을 2주 정도 부여잡고 있다.


   첫 번째는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사실,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읽는데 이 책은 1/3 즈음을 넘어가면서 서평은 슬그머니 포기하고 있었다. 은유가 넘쳐나는 책이라 이게 뭔 소리인가 절로 욕이 나올 뻔하지만... 매번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가면서 책장을 넘겨가니 소화시키지 못함에 대한 좌절감만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니체는 철학자이기 전에 음악가였다. 작곡 실력도 있었으니 여러 피아노 작품도 남겼다. 뛰어난 실력자는 아닌 듯 하지만 피아노 연주실력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이 없는 삶은 오류다'라는 그의 명언이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그에게는 물과 공기처럼 함께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좋았고 더 알아가는 방법으로 니체의 책에 좀 더 손이 쉽게 간다.



니체


   여하튼 그렇게 집중력도 떨어져 가니 채 절반도 읽지 않았는데 이미 마음은 다른 책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래서 골라낸 두 번째 책은 [진리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 - 데이비드 도이치]인데... 하, 이것도 고개 심하게 갸우뚱하고 어깨와 목을 결리게 만드는 책이다. 자라투스트라와는 다른 느낌으로 괴롭힌다. 도저히 좋은 서평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고전 '자라투스트라'와 베스트셀러작 '진리는' 두 권의 도서는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읽고 있지만 결국 그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감동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 고전은 감동이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는 아직 스테디셀러,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는 없지만 이미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작가의 깊은 내공을 엿볼 수 있을 것에 내심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


    고전문학이든 스테디셀러든 그 목록을 보면 읽고 싶은 책은 이렇게 많은데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마져든다. 어디선가 책을 쌓아놓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는 사람을 에세이나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다. 책욕심인데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내가 집에 책을 쌓아놓는 대신 서점을 휘젓는 이유와도 비슷하다.


   잠시 피아노 연습을 한다. 피아노 연습을 하다 보니 고전에 대한 생각이 악보로 옮겨갔다. 피아노 작품도고전(클래식)이다. 고전음악의 범위가 너무 넓어 피아노 곡으로만 가겠다고 화장실에서 혼자 선언 했었는데 그건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음악에서 오는 울림은 책에서 오는 그것과도 다르다. 무엇이 다른지 말로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려운 건 언어의 한계다. 감동을 주는 글귀는 모장 어딘가에 적어놓을 수 있고 아름다운 선율은 머릿속과 입가에서 가냘프게 새어 나온다. 회오리바람 한가운데 있는 마냥 온몸을 그냥 휘감고 있다.


   이번 주 푹 빠진 두 곡이 있다. 하나는 Beethoven Symphony No 7. 2악장, Listz Piano 버전, 또 다른 하나는 Scarlatti Sonata E Major, Kk380이다. 모차르트 이전 작곡가에 대해서 이름 정도만 겨우 알고 있었는데 스카를라티에 대해 알게 되었고 뭔가에 홀린 듯 악보를 출력한다. 고전문학의 첫 페이지를 넘기듯 음표 하나하나를 귀로, 눈으로 따라가 본다. 리스트의 피아노 곡은 그저 황홀했다. 그래 이 표현은 괜찮네. 황홀했다.


   자라투스트라는 이제 검은 건 글자요, 하얀 건 종이로만 보인다. 진리는 바뀔 수 있다는데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스카를라티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고전문학과 클래식음악은 그렇게 통하고 있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1685 ~ 1757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이탈리아어 Domenico Scarlatti, 1685 10/26 ~ 1757 7/23).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쳄발로 연주자. 근대 피아노주법의 아버지. 555곡의 하프시코드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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