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애호가이자 와인 애호가로 이미 유명하신 분이다 (나는 잘 몰랐지만). 음향에 대한 주파수분석 등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답게 소리뿐만 아니라 악보와 피아노를 접근하는 집념에서 여기저기 공학적 분석의 냄새가 배어 나온다. 피아노 연습 중에 발견한 다양한 호기심에 대한 깊은 탐구는 학문적 자료의 수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책 제목답게 피아노에 대한 ‘진심’과 자기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어떤 계기로 곡을 선정하고, 연습을 통해 나를 찾게 되는 과정은 피아노를 파고 들어가는 아마추어 독학러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패턴인가 보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는 중고 그랜드피아노에 무릎 탁 치고 간다. 그래! 다음은 나도 이거다.
피아노 시작하는 법
저자 임정연, 발행 2023 3월
피아노를 마음속에 담은 것을 축하합니다. 책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첫 문장이다. 앗 이 분이 그분이었다니! 유튜브 채널 ‘연피아노’는 내가 피아노를 독학하면서부터 찾아들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신간 코너에서 두 책 사이에 끼어서 살짝 뒤로 밀려들어가 있는 바람에 보이지가 않아 찾는데 한참을 헤맸을 만큼 아주 슬림한 책이다.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며 그리고 레슨 하면서 받은 질문과 레스너들의 공통적인 궁금증들을 묶어 놓았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여느 전공 서적보다 훨씬 좋은 현실적인 조언으로 훌륭한 교재가 되어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를 알게 되면서 오는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초보자를 위한 추천 레슨 곡의 선곡도 꼭 메모해야 할 부분이다.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2022 11월
이나가키 에미코, 이미 여러 에세이로 국내에서 꽤 판매부수를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40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피아노를 주제로 에세이를 완성하였다. 이 사람도 나 만큼이나, 혹은 위의 임승수만큼이나 꽤나 절실해 보인다. 목표는 드뷔시의 달빛으로 시작해서 실력을 키워나가고 연습에 몰입해 나가는 모습은 이렇게 엿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심지어 피아노도 없이 카페의 피아노를 빌려 연습한다. 하지만 어뗘랴. 명연주도, 놀라운 테크닉도 중요하지 않다. 나를 찾고 목표가 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하는 것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어쩜 이리도 당신과 나는 공통점이 많은지 책장을 넘기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 안에서 많은 공감대를 찾았기에 더욱 애정이 간다.마지막 아... 우리의 출발선이 조금 달랐다는 점을알게 된 건 살짝 반전이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줄곧 내가 나이 듦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흰머리가 늘어나든 기미가 생기든 순리에 맡기자,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하자 나는 나이 듦을 진심으로 슬퍼하게 되었다. 40년 만의 피아노는 어쩌면 완전히 헛수고가 아닐까, 그렇다면 노후의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의 인생에서 즐거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 13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