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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Dec 10. 2023

휴대폰 사용시간 7분

나 어렸을 땐 0분이었지

   오늘 나 카톡 안 볼 거야. 알아둬.


   토요일 휴대폰 사용시간 7분. 토요일 휴대폰 안 쓰기 챌린지 중이다. 다만, 전화 통화는 제외하고 말이다. (휴대폰으로 전화라는 걸 할 수 있다는 거 아시지요?) 어쩌다 회사를 가야 하는 날에도 예외는 없고 음악조차도 듣지 않았다. 토요일 휴대폰 안 보겠다는 선언에 딸내미는 '아니, 왜 그런 짓을...' 하면서도 대화를 종료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은 '아~ 그러시구나' 라며 가던 길을 다시 간다.


   이제 그 챌린지를 시작한 지 기껏 두 번째 토요일을 맞이하였고, 어제(12/9)의 휴대폰 총 사용시간은 7분이었다. 정말 찾지 않고는 못 견딜 영어 단어가 있었기 때문인데 종이로 된 영어사전이 집에서 사라진 지는 꽤 오래전 일이고, 문자 그대로 "견딜 수 없어서" 네이버 영어사전 사용한 게 전부였다. 쏘리. 네이버 날씨도 확인했다. 뭐 엄밀히 얘기하면 7분이라는 건 단지 앱 사용시간일 뿐이니 시계를 보고 페이결제를 하고 연습장 예약하려고 잠깐씩 열어본 것은 제외할 수밖에 없겠다. 그것 조차도 안 해야 어디 가서 '챌린지'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래, 우리 딸, 왜 그런 짓을 하려는지 얘기해 줄게. 남들에 비하면 유튜브 구독 채널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OTT에서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것도 아니지만 방금 저녁 뉴스를 보고도 또 뉴스를 뒤적이는 건 참 이상하지. 새로운 뉴스가 올라왔는지, 더 재미있는 쇼츠를 찾을 수 있지 않을지, 카페에 새롭게 올라온 글이 뭐가 있을지...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나를 봐달라는 알람들. 어쩌다 무료할 때 킬링타임으로 간단한 게임을 하거나 아무 의미 없는 쇼츠 한 50개쯤 보고 나서 오면 공허해질 뿐이니 그런 멍한 느낌을 갖고 나면 차라리 잠을 자거나 산책 나가는 게 훨씬 유익했겠다는 작은 후회도 밀려오곤 하지. 꿀 같은 주말에 이건 휴식도 여유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의미가 없어. 뭔가 작은 성취라도 하고 싶은 내 성질과도 맞지 않은 경이로운 시간 낭비일 뿐이지. 월화수목금 바쁘고 고민 많은 일로 피아노 연습, 독서시간 30분이 그리 소중하면서 여유로운 주말 종일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아노, 독서 두어 시간이 잘 나오지 않는 건 뭐가 잘못된 것 아닐까? 문제는 휴대폰이야.


   '잠깐만 뭐 하나만 찾아보고'라는 딴생각 유혹이 끊이질 않다가 오늘은 휴대폰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나니 그런 유혹이 빈방에 불 끄듯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이니까 그런 유혹은 지극히 정상이겠지. 하지만 지금 찾지 않는다고 인류가 멸종되지는 않는다. 내일 찾아보는 건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니 잠시 메모해 둔다. 휴대폰에? No, No, 포스트잇에 적어본다. 그런 편리함은 분명 장점도 많고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니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겠지만, 어느샌가 나조차도 쉽게 떠올리고 생각하지 않고 바로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뇌, 귀차니즘과 최소피로의 길로만 가는 건 더 이상 탐탁지 않다. 그 옛날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했듯, 인터넷과 휴대폰이 절대 바보상자에 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제 어디서 전화가 올 지도 모르니 차마 꺼 놓거나, 두고 다니지는 못했지만, 쳐다보지 않는 휴대폰으로 여유로운 주말 시간이 더 여유로워졌다. 음악도 듣지 않으니, 음악을 들으려면 피아노 앞에 앉아 내 소리를 들어야 했다. 글을 보려면 책을 읽어야 했다. 운동할 시간도 끼워 넣었고 아이들과 장난도 친다. 딴생각 회로에 불이 꺼지니 이 모든 걸 좀 더 집중적으로 즐긴다. 머릿속이 개운해진 느낌이랄까?


    의미 있는 걸 찾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까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다. 오늘 뉴스나 내일 뉴스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폴더블폰 갖고 싶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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