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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선택설계의 힘

by KayYu

행동경제학, 리처드 탈러, 2024

Misbehaving. The making of Behavioral Economics


행동경제학의 핵심은 표준적인 합리적 모형과 상충하는 예외적인 행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일이다. p411.


행동경제학이 학문일까? 저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자면 많은 경제학자들이 행동경제학을 더 이상 비주류로 생각하지 않고 주류의 범주로 들어오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열렬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음도 느껴진다. 아마도 기존의 경제학이 거시든 미시든 경제 상황을 설명하지도, 미래를 예측하지도 못하기에 끊임없이 보완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을 끌어들이는 건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는 게 아니라 더 미궁의 세계로 빠질 것 같은 상황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간. 그게 무엇인지 아는가? 내가 내린 결정도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언어로 표현된다. 아침에는 합리적인 결정을 하다가도 오후에는 점을 보고, 관상, 사주팔자 명리학, 탄생석, 꿈 해몽. 이쯤 되면 행동경제학 보다 사주팔자 경제학... 뭐 이런 분야를 연구한다면 또 다른 동양적인 냄새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꽤 합리적이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합리적이지도 않고 비합리적이면서도 또한 지속적으로 비합리적이지도 않은 '그래서 사람이다'가 가장 정확한 설명이라고밖에.


정보화, 인터넷 시대를 넘어 AI 시대의 빠른 변화의 물결은 인간이라는 변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군중이 개인처럼 행동하고 나를 보는 눈이 많은 사회는 개인의 이익 앞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나는 싫은데...를 읊조리면서.



궁극적으로 행동경제학으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실용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결국 부제로 강조한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을 가리킨다. 저서에 소개된 스키장 마케팅 사례처럼 일종의 마케팅이라는 학문의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이콘의 행동을 이해하고 비이성적인 힘이 작용할 때를 알아내는 활동이고 좀 더 노골적으로 얘기한다면 비난받지 않고 가격을 올리는 방법, 엄밀히 말해 속이는 것도 아니지만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고도의 눈속임. 기술 변형문제로 같은 가격으로도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 합리적인 결정으로 포장한 비합리적인 결정을 유도하는 선택설계. 여행 성수기에 비행기 티켓부터 호텔 및 대부분의 요금들이 올라가는 이유를 합리적이라도 생각하면서도 재난시기에 생필품을 판매하면서 경매로 비싸게 부르는 판매활동은 비난을 받는다. 아무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정한 적이 없다. 이콘의 활동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도덕적 가치관' 등이 등장하겠지만 거기까지 들어가면 더 이상 분석하고 보편적인 방정식을 끌어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전작 '넛지'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넛지에서 소개한 장기기증문제, 연금문제 같은 대중을 확 끌어당기는 주제보다는 여러 행동경제학 실험들의 난이도가 좀 더 높아지고 깊이 들어가면서 낯설어진다. 꼼꼼한 정독과 배경지식이 필요한 금융 얘기는 그 뒤 얘기가 무엇인지 호기심이 끓어오르려고 하다가도 급 인내심을 필요하게 만든다.


최근 수학의 오래된 난제들이 AI,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모든 입력 변수를 모조리 계산하여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게 아닌 '계산적'으로 증명해 내는 경우가 있다. 인간이라는 변수가 들어가 있는 문제는 결국 방정식에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하여 답을 뽑아내어 그 확률적인 가늠이 가장 현실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심스럽게 행동경제학의 미래를 이렇게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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