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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Aug 07. 2022

욱하면 망한다

누구에게 화를 내는가? 결국 나에게 돌아올 뿐

    욱하면 망한다. '욱'이라는 표현 참 찰지다. 단순 명료하지 않은가. 나이가 면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이 하나씩 생긴다. 물질적인 것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나 내면적인 부분에서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욱' 순간의 분노에 대해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외부로 뿜어낸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나이다. 화를 내서 에 도움 될만한 건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물론 화내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걸 외부로 표출하는 것도 자연스럽지만 '선을 넘지 않는 감정 표현'은 이성에 달려있고, 어떻게 표출하는지도 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진다는 사실을 일치감치 깨달았지만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꽤나 시간이 필요했다. 어렸을 때는 혼자 씩씩거리며 토라지고 돌아서서 도망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이가 지긋해지면 돌아서서 도망칠 길이 많지 않다. 나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통제해야만 한다. '욱'이 솟구치려 하면 무조건 장소를 옮긴다. 환경이 바뀌면 당신과 당신을 짓누르는 공기가 바뀐 환경과 함께 사라지고 감정이 누그러지는 특효약이 된다.


    사기열전에 명망과 통달이 나온다. 방법을 알고 자제하며 실천하면 명망을 얻을 것이나 통달하고 나면 실천조차도 할 필요가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하고 싶은데로 해도 불편함이 없는 신독의 경지이다. 피아노를 연습하다 보면 특히 미스터치가 심할 때 욱 감정이 끓어오른다. 생각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며, 정확히 무엇이 나를 '욱'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본다. 절대 그 이유가 외부에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화살은 외부로 가지 않고 나를 향하고 있다. 마음이 급하면 미스터치가 많아진다.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같이 하고 있으니 미스터치가 난다.  미스터치가 나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 답답한 심정 속에서도 긍정의 포인트를 찾아내면서 욱 감정을 누르러 뜨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안정을 되찾아가니 순간 솟았던 심박수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런 통제의 과정을 반복하여 경지에 이르면 중간 과정을 뛰어넘고 '욱' 감정이 끓어오를 때 심박수가 줄어드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처음 10분 걸리던 과정이 5분, 3분 이렇게 줄어들더니 결국 거의 0에 가까워져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순간적으로 욱 하였다가 다음 호흡에서는 정상으로 되돌아오게다. 이유를 찾고 마음을 안정시키던 순서도 일단 안정시키고 그 이유를 찾는 순서로 뒤바뀐다. 나는 결국 순진한 양으로 돌아올 건이라는 결과를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이건 인생에 중요한 마인드 컨트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피아노를 통해 그 예행연습을 해 볼 있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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