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는 어떤 주제 선율을 기본으로 하여 이를 반복하면서 선율, 리듬, 화성, 속도, 음의 높낮이, 연주 순서 등에 변화를 주어 연주하는 것을 가리키는 아주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런 변화에 어떤 정해진 법칙이 있을까? 변화를 주는 건 음악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을 하면서 이 전 것보다 새롭고 더 멋지게 만들어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기에 그 한계는 상상할 수 있는 만큼 무한할 것이고, 게다가 결코 미리 정해놓은 법칙은 없을 것이니 그렇게 변화되어 연주된 양태를 모아 학자들은 여러 가지의 변주 형태를 정의하였다. 내공이 부족한 나는 따라가기 벅찬 음학(音學)의 한 영역이다. 변주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변주된 부분을 찾아보고 어떻게 변주되는지 듣는 즐거움도 있지만 애써 찾아보려 해도 '아! 이 부분이 반복되는 주제구나'라는 걸 끝내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으니 아직 듣기 능력이 한참 부족한 건가 보다. 여하튼 변주곡은 본래의 주제는 유지한 채로 살 붙이기를 통해 음악의 다채로움을 확대해 나간 자유분방함이니 참 맛을 알고자 한다면 본래의 곡과 변주된 곡을 같이 들어본다면 훨씬 더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골든베르크 원제는 '2단의 손건반을 가진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다양한 변주'로 1741년 출판되었으며, 부조니가 편곡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된 곡이다. 이 32곡 자체도 클라비어 연습곡집의 4부로 출판했다. 여기서 '아리아 Aria'는 1725년 작곡된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의 제2권에 포함된 곡 중 하나이며 골드베르크는 당시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이 고용한 클라비어 연주자였다. 백작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바흐에게 음악을 의뢰했고 카이저링크는 이전에 바흐가 궁정음악가가 되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이에 보답하는 의미에 정성을 기울여 작품을 완성하였고 골드베르크가 이를 연주했다고 전해온다. 하지만 골드베르크의 당시 나이가 14살이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어린아이가 연주할만한 곡이 아니지 않으냐 등의 논란으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일화입니다. 변주곡으로 가장 선구자적인 연주곡의 탄생 배경에 얽힌 신비주의가 더해지니 곡의 가치를 더 깊이 느낄수록 그 궁금증도 더 커져갑니다.
더불어 30곡이 별개의 곡으로 보지 않고 서로 음악적으로, 혹은 수학적으로도 절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특정 곡만을 따로 감상한다면 연결된 곡의 묘미에서 오는 경이로움이 반감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 32곡을 듣자면 1시간이 넘는 연주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듣기에는 인내심도필요한 곡이다. 하물며 이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암기력도 필요하니연주 동영상을 보면 음악을 듣기보다 피아니스트의 암기력에 입이 떡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32곡 연주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르게 훌쩍 지나가거나 혹은 잠이 들거나 둘 중 하나이길 기대해 보곤 하는데, 작곡의 목적이 정말 불면증 치료였다면 듣다가 잠드는 게 최고의 칭찬이 아닌가요? 다만, 2단 하프시코드를 감안해서 작곡한 곡이기에 그 당시 들었던 음색과 현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에는 정통성을 추구하는 그 누군가들에게는 논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아직 가공하지 않은 보석을 보거나동양화의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와 별처럼 그 울림은 누군가를 몰아세우지도, 밀어내려고도 하지 않는 담백한, 때로는 담담한 울림으로 시작한다. 화가 난 사람도, 기분이 언짢은 사람도 누가 들어도 잠시 세상이 멈추듯 시계는 느려지고 소리 없는 숨을 내쉬며 나를 내려놓고 잠시 마음의 평화를 만끽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곧바로 너무 깊이 빠져들어가는 걸 붙잡으려는 듯 트릴이 등장한다. 피아니스트 슈나벨이 모차르트 소나타를 가리키며 어린이에게는 쉽지만 어른에게는 어려운 곡이라 하였는데, 바흐의 아리아를 들을 때면 그 의미에 정확히 들어맞는 곡이 또 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트릴, 꾸밈음, 트릴, 꾸밈음. 처음부터 끝까지 트릴과 꾸밈음 문제다. 특히 바흐의 꾸밈음을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는 전문 서적에서도 별도의 장으로 수 십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부분이다. 얇은 인벤션 등의 악보집에서도 바흐 꾸밈음 연주에 대해서는 최소 한 페이지 이상은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교과서적으로 알고 있는 몇 가지 트릴 원칙만으로는 연습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그 기술을 정확히 공부해야 바흐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확히는 트릴, 모르덴트, 턴, 턴과 트릴이 앞으로 혹은 뒤로 합쳐지는 등 종횡무진이다. 공부하는 재미도 있기도 하지만 그 종류가 너무 많고 꾸밈음 기호를 정확히 보고 연주 방법을 익히는 것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 그 연주 방법은 미세한 손 끝 감각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트릴과 꾸밈음을 풀어놓은 악보를 찾아 둘을 비교해 가면서 연습하기를 추천해본다. 괜히 꾸밈음을 풀어놓은 연주 악보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