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Yu Jan 08. 2023

Mozart K.309 1악장, 제시부

Mozart Piano Sonate, no.7 K.309

    2022년과 작별이 아쉬웠고 다가오는 2023년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는지 코로나는 나에게 긴 휴식시간을 주었다. 언젠가는 거쳐가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라고 막연했던 코로나가 2022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결국 내 몸 안으로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뛰어들어왔다. 덕분에 따뜻한 연말연시를 뛰어넘어 38.3도의 뜨거운 연말연시를 보내게 해 주었다. 고열 오한 몸살 기침 무기력 5종세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1월 1일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1월 2일의 해도 중천에 떠 올라 있다.


    그리고도 5일이 더 지나서 오늘에서야 거의 열흘 만에 피아노 앞에 앉았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7번. K.309 1악장 연습을 다시 시작한다. 일주일간 약기운에 정신은 몽롱했고 수 일 간을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었던 터라 마치 중력을 잊어버린 우주비행사처럼 두 발로 땅바닥을 어떻게 딛고 일어서야 하는지가 어색할 정도였다. 연습하던 걸 얼마나 잊어버렸을까? 걱정이 조금 앞서지만 다시 하면 되겠지라며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건반 앞에 앉았다. 하지만 웬걸. 사람이 가진 몸의 기억력은 스스로를 놀라게 한다. 몸은 열흘 전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끄럽지 못한 부분까지도 가볍게 성공시키면서 몇 가지 잡음을 날려버린 깔끔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스스로 정제해 낸 것이다. 거참, 인간의 능력이란...


    그렇게 짧지만 만족스러운 연주는 2023년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준다. 여세를 몰아 2022년 피아노 연습기록을 담은 타임체커도 리셋하고 다시 글을 쓴다는 마음가짐도 리셋해 본다. 1월은 리셋이 허락되는 간이기에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두 가지를 신중하게 골라 먼저 리셋해 본다.           
                
   모차르트 K.309 1악장. 51마디. 세 번의 연속되는 앙증맞은 트릴은 1악장 1 주제의 포인트

모차르트 K.309 1악장. 51마디. 세 번의 연속되는 앙증맞은 트릴은 1악장 1 주제의 포인트



매거진의 이전글 Bach Prelude no1. BWV84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