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밉지만 행복하길 바래요.
울리는 전화 벨소리
핸드폰 케이스 액정에 떠있는 선명한 두 글자를 보며
심장은 쿵하고 내려앉는다.
전화를 받기까지 단 2초라는 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을 한다.
또 돈이 필요하다는 전화일까.
아니면 대출받아야 한다는 전화일까.
2초간의 정적 이후에 받는 전화
이 전화의 시작은 항상 늪으로부터 시작된다.
전화통화를 하고 더 이상 도와주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때면
내 머릿속은 유리파편처럼 따갑고, 날카로워진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나 자신에게 물었다가
모든 것이 지겹고 지친다고 했다가
결국에는 헤매기만 하다 해결되지 않은 채 원점으로 돌아온다.
예전부터 이런 상황들은 나를 힘들게 했다.
매번 내가 무언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이루려고 할 때, 항상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몇 년간 반복된 이런 삶은 나를 한 발짝도 쉽게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너무 가난해서 답이 안 나올 때는 고아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돈 이야기하는 그를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죽도록 가슴 아파했다.
그의 얼굴만 보면, 지난 상처의 파편들이 자꾸만 보여서
화를 낼 수도, 미워할 수도 없다.
늘 모든 분노와 미움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이다.
내 마음도 살필 틈도 없이 나의 온 신경은 당신을 향해있다.
혹시나 좌절스러운 상황에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먼저 전화를 걸고 오랜 신호음 끝에 당신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전화했다고 묻는 나를 당신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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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따위는 어떻든 상관없다.
내일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는다 해도 더 이상 미련 없는 삶이니까
하지만 당신은 이 세상으로부터 유린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으로 이 생을 날아다녔으면 한다.
이 바램 하나가 오늘날 내 삶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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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도
언젠가 이 늪에서 헤쳐 나와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