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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맘 May 10. 2019

나는 왜 이 사회에 어울리려 하는가? 자신에게 묻다.

뉴질랜드 이민 3년차, 이민 생활의 현실적 고민

p.s : 오늘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일기를 가져왔습니다. 막 써낸 것이라 좀 어색하고 읽기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늘은 솔직한 말들이 외려 의미 있는 내용이라 생각해 그대로 공유합니다. 












나는 정말 하루 단위로 이민 생활에 대한 나의 시각과 기분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이방인인 것 같아 속상하고 미친 듯이 외롭다가 어느 날은 아 그래도 내가 여기서 사람들이랑 참 잘 어울리는구나, 이제 진짜 편하게 여기 사는 사람 같구나 싶어 스스로 대견하고 기분 좋아서 막 감격했다가 엄청 일희 일비 하곤 한다. 그런데 심지어 오늘은 일희 일비도 아니고 반희반비였다. 오전에 플레이센터(공동육아) 나갔다가 진 빠지고 살짝 우울했는데 저녁에 플레이센터 회의 나갔다 와서는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기분 주고받아 바로 또 회복했다. 진짜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하. 어쩌랴. 그게 나인걸. 


회의에 참석해 앉아 있으면, 여전히 영어는 한참 부족하고 한 50-60% 정도 알아들으면서 따라가기 바쁘지만 뭐랄까 그래도 요즘은 맘은 편하달까. 못 알아들은 것 중, 정말 중요한 것, 나한테 꼭 필요한 거는 그때그때 따로 물어보면 되지 싶고 말이 다 안 통해도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랑은 점점 더 사람 대 사람으로 편안하게 대하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내게 적잖은 위로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꼭 여기서 외국인들이랑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요즘 자꾸 이런 고민을 하는 나를 발견하곤 나도 내가 왜 이런 문제를 자꾸 생각하나, 정말 솔직하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 여기서 뭔가 잘못되거나 뒤틀린 지점은 없는가 돌아보게 되었는데, 다행히 엉뚱한 허세나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친, 이민 생활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휴우. 


지금 내 상황은 어쩌다 보니 거의 외국인들밖에 없는 동네에 살게 되었고, 여기서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을 누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쓰고 동네의 외국인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겉돌기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나로선 이 문제가 생존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그들과 어느 정도 어울리며 사는 것이 안전하고 안정감 있게 살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보인다.  정말 아무랑도 어울리지 않고 아이만 학교에, 유치원에 보내고 살면 나는 솔직히 너무 외로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게 좋다. 꼭 키위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시안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모임도 요즘 상당히 즐겁고, 일희일비하긴 하지만 온통 키위(뉴질랜드 현지인)들뿐인 플레이센터에 나가는 일도 즐거울 때도 많다. (물론 아닐 때도 많지만;) 그래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만나면 피하지 않고 사귀려고 하게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이곳이 갖고 있는 촘촘하고 안전한 사회 구조망 안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하나의 혜택으로 가질 수 있기에, 굳이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나 유치원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그냥 일반적으로 여기 사는 아이들처럼 친구들이랑 친하게 왕래도 하고 가족 모임에도 나가고 그렇게 사회 안에서 자신들이 보호받고 있단 느낌을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한인 사회가 가까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많은 부분을 채웠을 수도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가타부타 따지고 싶지도 않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생각한다. 그냥 모두의 삶의 방향이 다른 것일 뿐.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없다. 그러니 동네의 키위(뉴질랜드) 사회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키위사회든 한인 사회든 적당히 섞인 사회이든 아무튼 삶에서 이 부분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사회적인 안전망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민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한편으론 새로운 문화권의 사람들과 만나며 삶이 좀 더 다양해지는 맛이 있다. 어디나 장단점은 있으므로 반대급부로 힘들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재밌는 부분도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재밌게 살고 싶다. 


이것이 오늘 나의 솔직한 생각 정리. 


문득 처음 플레이센터 미팅 갔다 올 때가 생각나는구나……. 거의 울면서 돌아왔던 거 같은데 너무 떨리고 두려워서… 2년 가까이 플레이센터 생활하고 나니 이젠 다녀오며 웃기도 하네. 역시 경험치는 쌓이는 것이야. 능력과는 또 별개로 경험치는 정말 시간과 비례하며 양으로 느는 것이란 생각. 그래서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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