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엄마의 일상이 시가 되는 순간.
저녁 먹고 빨래를 개는데 옆에 드러누운 다섯 살짜리 딸내미 옆모습이 보였다. 오늘 아빠가 내린 미션인 혼자 양치질하기를 수행하느라 연신 바삐 고개를 흔들어대고 있다. 칫솔을 든 건 손인데 부지런히 움직이는 건 손이 아니라 머리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양쪽으로 설레설레. 도리도리. 저 정도면 온몸으로 양치질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식을 깨는 새로운 시도에 피식 웃음이 난다. 눈에 보일랑 말랑 할 정도로 얇고 하늘거리는 갈색 머리카락이 겨우 몇 가닥 모여 양갈래로 묶인 뒤통수가 앙증맞다. 자꾸만 스며오는 입가의 미소를 참지 못하고 은근한 눈빛을 아일 향해 고정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그 달큰한 온도가 가 닿았는지 열정적인 고갯짓 중에도 불구 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갓 구워져 나온 식빵같이 부드럽고 말랑한 그 손, 활짝 펴고 흔들어 보이다가 어느 순간 쥐었다 폈다 엄마를 어른다. 너의 그 모든 몸짓에, 표정에, 오늘 너만이 가진 선명한 색깔에, 향기에. 나는 황홀하여 어쩔 줄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