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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맘 Mar 11. 2019

황홀경

평범한 엄마의 일상이 시가 되는 순간.

저녁 먹고 빨래를 개는데 옆에 드러누운 다섯 살짜리 딸내미 옆모습이 보였다. 오늘 아빠가 내린 미션인 혼자 양치질하기를 수행하느라 연신 바삐 고개를 흔들어대고 있다. 칫솔을 든 건 손인데 부지런히 움직이는 건 손이 아니라 머리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양쪽으로 설레설레. 도리도리. 저 정도면 온몸으로 양치질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식을 깨는 새로운 시도에 피식 웃음이 난다. 눈에 보일랑 말랑 할 정도로 얇고 하늘거리는 갈색 머리카락이 겨우 몇 가닥 모여 양갈래로 묶인 뒤통수가 앙증맞다. 자꾸만 스며오는 입가의 미소를 참지 못하고 은근한 눈빛을 아일 향해 고정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그 달큰한 온도가 가 닿았는지 열정적인 고갯짓 중에도 불구 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갓 구워져 나온 식빵같이 부드럽고 말랑한 그 손, 활짝 펴고 흔들어 보이다가 어느 순간 쥐었다 폈다 엄마를 어른다. 너의 그 모든 몸짓에, 표정에, 오늘 너만이 가진 선명한 색깔에, 향기에. 나는 황홀하여 어쩔 줄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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