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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맘 Mar 26. 2019

에어비앤비 호스트 도전기 in 뉴질랜드

3번의 호스팅 시도,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들

캠핑 외의 여행은 대부분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해결할 정도로 에어비앤비와 친숙한 우리 가족, 지금은 완전 거대 기업으로 자리 잡아 안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우리는 진즉, 유명하지 않은 초창기부터 애정 해왔던지라 묘한 애착(?) 같은 게 있다. 지금은 전문적으로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 맛이 덜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에어비앤비는 사람 냄새나는 여행을 만들어주는 데 한몫 톡톡히 하는 서비스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첫 호스팅의 기억


우리의 첫 호스팅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살 때였다. 주말에 우리 집을 통째로 빌려주고 거기서 생기는 수익으로 또 한 번의 여행기회를 만든다는 것이 우리의 최초 아이디어였다. 일단 우리 집을 주말에만 오픈해서 호스팅 해두곤 손님이 찾아오면 우리도 그 즉시 다른 숙소를 구해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었다. 그건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진.



-그거 위험하진 않나요?

-집주인에게 허락은 받았나요? (당시 우리는 월세살이였다.)

-사는 공간을 내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열쇠를 빌려줬는데 몰래 복사하면 어쩌죠?


등등....

 사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걱정들이었는데 모를 땐 별생각 없었지만 직접 이런저런 말들을 듣고 나니 사소한 것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우리 몰래 집에서 마약이라도 하면 어쩌지? (한국과 달리 외국에 살면 마약이 꽤 흔하다.) 몰래카메라 같은 걸 설치하는 건 아니겠지? 누구 말마따나 열쇠를 복사해 갖고 있다가 갑자기 쳐들어오면? 등등 사실 거의 일어날 확률이 없는 문제들이란 걸 빤히 알면서도 만에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가슴을 졸이곤 했다. (개인적으로 일은 잘 벌리고, 뒤늦게 소심한 스타일이다.;)


손님이 다녀가고 난 뒤, 집안을 돌아볼 때면 소파 커버가 살짝 말려 올라가 있거나 열쇠고리가 하나 우연히 빠져있거나 하는 둥 충분히 있음 직한 사소한 변화에도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또 하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공간이기에 손님맞이 청소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짐도 많은 데다 집을 비워주기 바로 직전까지도 우리 아이들이 끊임없이 어질렀으니까. (휴) 그래서 이 방식의 호스팅은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 재빠르게 접었다.



#.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두 번째 호스팅의 추억


그래도 뭔가 아쉬웠던 우리는 오래지 않아 방법을 조금 바꿔 두 번째 호스팅을 시도했다. 화장실이 딸린 방 하나만 빌려주기로 한 것. 우리가 집을 비울 필요 없이 방 하나만 손님에게 아예 내어주고 거실과 부엌은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오픈한다는 것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전 세계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도심 외곽의 평범한 주택가였기에 과연 손님이 올까 싶었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런저런 이유들로 손님들은 찾아왔다. 온라인으로 친밀하게 알고 지내던 한국 분이 오시기도 했고 이민 답사 겸 출장 겸 오게 되어 한 달 가까이 장기 투숙했던 싱가포르 가족도 있었다. 연이 닿는 손님들과 자연스레 식사도 함께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우리가족이 에어비앤비 호스팅에 꽤 잘 맞는 사람들이라는 가능성을 보았다. 지금도 그들과 좋은 연을 맺고 있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위해 지방으로의 이사를 결정하면서 이 역시 잠정적으로 중단해야만 했다.



#. 드디어 진짜 Bnb 다운 공간을 마련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최근 세 번째 호스팅을 시작했다. 계획대로 지방으로 이사를 했고 그렇게 뉴질랜드 저 구석 시골 마을에서 다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된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엔 메인 하우스와 별채로 개러지(Garage:차고)가 두 동 있는데 그중 하나에 화장실 딸린 방이 따로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그런 방을 흔히 슬립아웃(Sleep-out)이라 부르는데 보통 손님 용이나 장성한 십 대들에게 약간의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기 위한 방으로 많이들 쓴다. 우리는 그 공간을 아예 손님용으로 꾸민 것이다. 처음 이사 갈 집을 알아볼 때부터 이미 Bnb를 작게나마 운영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뉴질랜드 북섬 전역에 참 많은 집들을 보러 다녔는데, 가격과 생활환경, 집 컨디션 등 모든 조건이 우리 맘에 쏙 드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완벽한 조건의 비앤비는 아니지만 약식으로나마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구매 후 이사, 하지만 초창기 열정과는 달리 호스팅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무려 1년이나 걸렸다. 다른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리다 보니 늦춰진 탓도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간을 정리하고 꾸며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나중에 언젠간, 조만간 정리하겠지 하며 야금 야금 잡동사니들이 그 방으로 들어가더니 1년을 그냥 그렇게 창고 신세로 썩혀버렸다. (허;) 그러다 친한 친구의 '나 뉴질랜드 갈 테니 방 좀 빌려줘'라는 급제안으로 비앤비 프로젝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 우리 손으로 직접 꾸민 방


어쩌다 보니 첫 손님이 결정되고 기한에 맞춰 오픈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전에 어떻게든 살만한 방으로 만들어야 했다. 자, 뭐부터 시작할까. 우선은 잡동사니들을 다 빼내고 카오스 같던 개러지를 정리해나갔다. (이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인데 끝이 없다. 뫼비우스의 띠랄까......) 짐을 다 빼내고 나니 덩그러니 콘크리트로만 마감되어 있는 바닥이 눈에 띄었다. 전에 살던 서양 사람들이야 신발 신고 방에 드나드니 상관없었겠지만 집안은 무조건 맨발로 다니는 우리 정서상 콘크리트 바닥은 영 어색했다. 그래서 바닥재 마무리부터 시작하기로 결정.


단순 콘크리트 마감이었던 바닥을 타일형 장판으로 직접 시공, 훨씬 아늑하고 깔끔해졌다.


카펫, 나무, 코르크, 장판 등 여러 자재들이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선택된 건 내구성과 가성비가 좋은 타일형 장판이었다. 지금도 이 선택에 95% 이상 만족한다. 처음으로 바닥재를 직접 시공해봤는데 기다란 타일형 스티커라 별다른 기술이나 도구 없이도 손쉽게 끝낼 수 있었다. 남편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 참말 다행이다. 인건비가 비싼 뉴질랜드에선 한국에서보다 손재주가 엄청난 값어치를 한다. (고로 똥손인 나는 여기서 쓸모가 없다는 말이 되기도.......)


그렇게 바닥 작업을 끝내고 벽에도 벽지를 바를까 말까 고민했지만 개인적으로 플리우드(plywood)로 마감된 지금 그대로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서 콘셉트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평소 자주 가는 숲 공원 화장실 벽이 이 재질인데 개인적으로 갈 때마다 너무 좋았더랬다.


 다음으로 본격적인 가구 들이기 시작. 제일 중요한 침대부터. 좀 저렴한 새것과 질 좋고 튼튼한 중고 가구 중 고민하다 평소 선호대로 중고일지라도 오래 써도 튼튼한 원목가구로 결정했다. 트레이드미(뉴질랜드의 중고 거래 포털사이트)에 잠복해 좀 지켜보다 적당히 구매했는데 침대처럼 부피가 큰 물건은 처음 사보는 거라 트레일러도 처음 빌려봤다. 새로운 경험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늘 기억에 남는다.


소파베드 역시 비슷한 절차로 구입, 나머지 자잘한 소품들은 소장품에서 조달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구입하기도 했다. 아, 특별히 가장 신경 써서 구입했던 건 직접 피부에 닿는 침구세트였는데, 우리도 여행 가면 잠자리가 편해야 좋으니까, 그 느낌 뭔지 아니까~ 침구세트만큼은 우리가 평소 사용하며 너무 만족하는 리넨과 순면이 적당히 블렌딩된 제품으로 골랐다. 그리고 매트리스 위에 라텍스 토퍼(topper)를 따로 올려서 편안함을 업그뤠이~~드! 사소한 쿠션들이나 쓰로우(throw)도 촉감과 위생을 우선시해서 골랐다. 넷플릭스에 전문가들이 등장해 평범한 집을 비앤비로 꾸며주는 내용의 'Stay here '라는 다큐 쇼가 있는데 거기서도 침구가 제일 중요하니까 침구 사는 데는 절대 돈 아끼지 말라는 내용이 나온다. 공감. 나도 특별히 침구가 기똥찼던 숙소는 아직도 그 느낌이 기억날 정도니까.


짜잔! 그렇게 완성된 게스트룸. 럭셔리하진 않아도 미니멀하고 내추럴한, 평소 내 취향이 드러나는 공간이 되었다.


#. 다시 시작된 호스팅, 뭐든 쉬운 게 없구나.


 본격적인 호스팅을 다시 진행하면서 또 한 번 진리를 깨달았다. 와. 진짜 뭐든 한 번에 되는 건 없구나. 시행착오는 어디서나 반드시 겪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사실 처음 비앤비를 오픈하면서 영어로 모든 설명과 호스팅을 진행해야 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었다. 오클랜드 같은 대도시와는 달리 외국인이 거의 없는 지방에서 로컬이 아닌 우리에게까지 손님이 올까 하는 긴가민가한 심정으로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예약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몇 팀의 손님들이 금방 다녀갔다. 그러면서 직접 겪어보기 전엔 미처 몰랐던 돌발 상황들이나 부족한 점들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당황하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차차 해결해 나가면서 서서히 노하우가 생기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갑자기 한 두 시간 전에 예약이 들어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하고 넋 놓고 있던 중 '나 지금 너희 동네로 가는 길인데 한 시간 뒤에 도착해. 혹시 오늘 밤 너희 집에서 묵을 수 있니?'라는 예약 요청 메시지를 받은 상황 같은 것. 그날 갑작스레 1시간 동안 폭풍 청소와 세팅을 해야 했던 건 물론이고, 그날따라 비가 종일 내려서 침구 세탁을 미리 못 해둔 탓에 사진 속 미리 공지된 침구와 다른 침구를 제공해야만 했다. 물론 사전에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예약을 받았지만 어찌나 맘이 불편하던지 조마조마했던 그날 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뒤 손님용 여벌 침구와 수건들을 당장 넉넉히 구매하고 쉽게 꺼낼 수 있도록 분류, 정리하는 작업을 해두었다. 이런 식으로 세심하게 챙겨야 할 부분들이 은근 많다는 걸 깨달아가며 일이 손에 익는 중이다. 청소하고 룸 메이크업하는 것도 처음엔 오래 걸려서 시급으로 따지면 과연 이게 남는 장사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으나 하다 보니 일련의 매뉴얼 같은 게 생겨서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있다. 어찌 보면 관련 경험이 전혀 없이 시작한 일이니 당연한 과정이리라. 다행히 맘먹고 달려들면 워낙 꼼꼼한 편이라 아직까지는 손님들의 평가도 예상보다 훨씬 좋은 편.



#. 새로운 경험, 그 자체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겨우 방 하나 호스팅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진 않는다. 지역이 외진만큼 방값도 사실 굉장히 싸다. 돈보다는 어떤 경험이나 새로운 시도에 의미를 두고 시작한 일이다. 평소 믿는 가치관대로,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는 중이다. 그렇게 일을 벌이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아주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것들을 배워간다. 배움은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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