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맘 Mar 28. 2019

막무가내 이민 2년차, 누가 내게 어떠냐 묻는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한 시간은 60분이다.

어린시절, 힘겨운 시간을 지날 때면 늘 가슴속을 울렸던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시간은 60분이다. ‘ 

그리고 또 하나. 한때 몸서리치게 지겨웠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말도 떠오른다. 

‘시간이 약이다.’ 

그래. 
여전히 두 문장 다 부정할 수 없는 진리란 걸 깨달아가며 오늘을 사는 중이다. 
지겨워도 어쩌랴.
맞는 말인 걸. 

얼추 2년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셈치고 계산해보면 365일을 두 번 반복한 셈이고 24시간을, 60분을 꾸준히 반복하고 있단 말이다. 가끔 앞이 안 보일때도 그저 약이다 생각하며 그냥 살았다. 

타인, 남의 나라, 모르는 말…… 그때에도 지금도 내 세상엔 분명. 엄연히. 여전히. 저것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대하는 내 마음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하고 체감한다. 

타인…… 이지만 언제든 인연이 될 수 있을.
남의 나라…… 이지만 언제까지고 내가 원한다면 살아갈 수 있을. 
모르는 말…… 이기에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시 물을 수 있을. 그래도 안 되면 뭐, 언젠간 알게 되겠지하며 웃어 넘기는. 

고백하건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많은 밤이 초조하다. 그냥 외면할까 도망칠까 고민한다. 그런데 웃긴건 그런 밤도 그저 흐르고 아침이 오고 그덕에 정해둔 한 걸음 더 앞으로 옮겨가면, 내가 어김없이 웃고 있다는 거다. 그렇게 도망가고 싶었던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가끔 받아오는 생일초대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내가 같이 가줘야 하니까. 생일파티도 나름 파티인지라 모르는 사람들을 왕왕 만나게 되는 사교자리인데 가장 어려운 자리이다. 그래도 최대한 자의식을 버리고 편하게 있고자 노력한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는 것보단 나으니 들리는대로 듣고 고개도 끄덕이며 신나게 웃기도 한다. 가끔 말도 몇마디 그냥 나오는대로 한다. 그러고나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속은 후련하다. 
유치원이 재밌어 더 자주 가고싶다는 아이를 붙잡고 꼬셔서 플레이센터(공동육아)에 함께 나간다. 연줄 하나 없는 이방인인 내가 동네 엄마들이랑 어울릴 길이 것밖엔 없거든.. 대부분 처음보는 엄마들, 누가 내게 굳이 먼저 묻지 않아도 내소개부터 줄줄이 잘도 읊는다. 도가 텄다. 크으.
오며가며 이웃들을 마주칠때면 그냥 바쁜척 지나칠 수 있어도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한다. 안부를 묻는다. 대화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모든 일들이 아직도 어려운 것이 분명하지만 점점 더 좋아진다. 점점 더 재미있다. 어려워서 힘들다는 감정은 금새 잊혀지고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다는 만족감이 더 크게 남는다.  

이런 게 배짱이라는 건가? 
이제 ‘적응’ 중이 아니라 그냥 여기 ‘산다’가 된걸까? 

누가 내게 이민생활 해보니 어떻냐고 묻는다면 이리 대답해야겠다. 
“해보니 또 되던데? 마치 육아처럼? 1도 모르고 시작해도 결국엔 하게 되는…. 알지?”



햇살 좋은 날, 집 마당에 앉아 홀로 즐기는 애프터눈 티.


작가의 이전글 에어비앤비 호스트 도전기 in 뉴질랜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