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도전 사이, 망설이는 나에게 일깨운 것
휴직 중 울려온 후배의 전화
업무적으로는 내 후임이었지만,
개인적 고민의 결이 비슷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후배였다.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유독 말이 잘 통했던 친구였다.
내가 다른 부서로 이동한 후에도
간간이 연락하며 지냈는데,
최근까지 이 친구의 고민은
전문직 준비였다.
우리 회사는 지방 근무가 필수적이라,
결혼 후 수도권에 정착한다면
주말 부부나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로 늘 고민이었다.
남자친구도 오랜 준비 끝에 세무사가 되었고,
본인도 여러 고민 끝에 퇴근 후
시험 준비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이게 참 힘들다고 토로했었다.
게다가 업무에 대한 의미도,
효능감도 느끼지 못하고,
재미도 없다는 것이었다.
퇴사할 결심
최근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현타가 제대로 왔나 보더라
메신저로 종종 너무 힘들다고
당장 퇴사하고 싶다고
하소연 할때마다 나는 말렸다.
아무래도 회사 밖은 야생이고,
공공기관 정규직이라는 포지션을
굳이 놓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물론 배수의 진을 치면
더 절실하게 임할 수 있겠지만
너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니
최대한 병행하면서 휴직이나 다른 방법을
활용하라고 몇 번이나 조언했다.
그런데 오늘 전화에서는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고,
이번 주까지만 근무하고 나간다고 하더라.
오랜 기간 스스로 고민하고 내린 결정일 테니
별다른 말은 더 하지 않았다.
아마 올해 1차 시험에 합격하고
내년 2차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퇴사하고 박차를 가하려는 것 같다.
워낙 성실하고 똑똑한 친구라 걱정은 없다.
그냥 "잘 생각했다. 잘 해낼 거라 믿는다.
멀리서나마 합격을 기원하겠다. 건투를 빈다!" 하고 끊었다.
현실과 타협
솔직히 나도 한때는
전문직에 대한 포부를 꿈꿨던 사람이라
이 친구의 결정이 남일 같지 않다.
자격증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커리어의 방패막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품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었다.
이어서 세무사까지 합격해서
세무사 겸 공인중개사로서
증여, 상속 같은 세법 지식을 겸비한
듀얼 라이센서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한때 목표였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합격 후
갑자기 아들이 생기면서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기엔
힘에 부쳤다.
결국 라이센스 취득이라는 목표는
자연스럽게 무기한 연기하고
나름대로 다른 길을 모색 중이지만,
나도 한때는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기웃거렸던 사람으로서
후배의 용기가 참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휴직이 끝나면 결국 돌아가야 한다.
가면 또 승진 경쟁에, 일단 당장 부서 이동 고민에 시달릴 것이다.
휴직하고 나올 때는
이직이나 커리어 점프에 성공해서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나왔지만,
행복한 시간은 어찌나 빨리가는지...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면 조금은 우울해진다.
아직 6개월 여 남짓 휴직 기간이 남았지만
다시 출퇴근할 생각만 하면
마치 기나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 같은 심정이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남은 기간
가족과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