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욕먹는 남편의 속마음

남자는 Doing, 여자는 Feeling

by 로니부
먹고나면 바로바로 치워

아침 식사 후, 아이와 놀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건넨 말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온갖 생각들이 교차했다. 나는 아내가 어질러 놓은 것을 말없이 치우고, 집안일도 열심히 돕는데, 왜 나만 이런 지적을 받아야 하는 걸까? 억울함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결국 우리는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아내는 "그냥 미안해, 다음부터 잘 치울게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왜 자존심을 세우냐"고 따졌다.


나도 안다. 그 말은 논리적으로 맞았지만 그 순간에 난 나름 억울했다. '내가 평소에 얼마나 노력하는데 왜 내가 잘한 아홉 가지는 모두 무시하고 잘못한 것 하나만 가지고 몰아세우냐'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평소 나의 노력이 통째로 무시당하는 것만 같았다.


남자는 'DOING', 여자는 'FEELING'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와 억울함을 달래면서 밀리의 서재에서 부부갈등 관련한 책을 뒤지던 중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발견했다. 남편은 자신이 해낸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아내는 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거 완전 딱 내 얘긴데 싶었다.


남자는 보통 기질적으로 정서를 파악하는 데 서툴러 감정 표현이 작다고 한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감정과 덜 결부된 일들을 주로 처리한다. 이것이 가족을 위한 사랑의 표현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억울하다. '나는 하루 종일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행동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 온전히 공감해주는 정서적 연결을 원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육퇴 후 아내랑 술 한잔 할 때면

아내는 '사랑받는 느낌을 받고 싶다'고 하소연했지만,

나는 답답했다.


집안일도 내가 다 하고, 청소, 요리, 빨래, 분리수거까지 아내가 손댈 것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대체 여기서 뭘 더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데, 아내는 그것이 부족하다고 했다. 아내가 말하는 '사랑받는 느낌'이 뭔지 너무나도 추상적이었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서로 이해는 못하고 매번 싸움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내 대화 패턴은 늘 서로의 마음을 더 멀어지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였다.

아내가 감정을 표현하며 '이렇게 해줘'라고 말하면,

나는 '평소엔 이렇게 다 했잖아?' 라며 억울함을 드러내는데만 집중했다.

아내는 자신의 마음이 외면당했다고 느껴 더 서운해했고,

나는 내 노력이 무시당했다고 느끼며 더욱 억울해했다.


책에서 우리 부부의 케이스처럼 꼬인 실타래를 푸는

간단하지만 3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첫째,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반사해라.

"당신이 지금 속상하구나"라고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시작된다.


둘째, 그 감정이 타당함을 인정해라.

"나라도 그런 상황이면 속상했을 거야"라고 말하며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해라.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껴주려는 노력은 관계를 깊게 만든다.


반대로,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바로 '그게 왜 힘든데? 이렇게 하면 되잖아'라는 말이다.

이 한마디는 상대의 감정을 단번에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가장 위험한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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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최근 뭇매를 맞았던

윤성빈 선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캥거루족에게 독립하면 되지, 왜 안 하냐? 생활비를 아끼면 되잖아'는 식으로 말했다가 여론의 큰 비판을 받았다.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았을지 몰라도,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공감의 부재가 문제였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어? 평소에 잘했잖아'라고 외치던 내 모습이 바로 그와 다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의 편협한 억울함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져줘라 부부싸움 이겨서 뭐햐냐

맞는 말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공감해 주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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