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혈된 눈으로 지새운 한달과 내가 돌아가야할 곳
육아휴직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것들이 있었다. 꾸준히 글을 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하루하루를 기록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지겠다고. 그런데 최근 한 달,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수면시간이 뒤죽박죽 꼬이고 내가 해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 피로감에 찌든 두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오늘 코스피가 4000을 오늘 넘겼다.금, 부동산, 주식. 모든 자산이 일제히 상승하는 에브리씽 랠리의 한가운데서, 나는 FOMO에 사로잡혀 있었다.
육아휴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불안을 증폭시켰을지도 모른다. 수입이 줄어든 상태에서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나를 더욱 옥죄었다. 다들 부자가 되어가고 현금을 쥐고 있는 나는 벼락거지가 되어가고 있는것 같았다.하루 종일 관련 기사를 읽고, 가격 차트를 들여다보고, 부동산/주식/코인 커뮤니티를 배회했다. 국제 정세, 정치적 상황, 각국의 통화 정책... 모든 것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 세계가 돈을 풀어 부채를 녹이려는 기조.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나는 한없이 불안해졌다. 아마 지금쯤 직장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쉬는 시간마다 주식 이야기로 떠들썩할 것이다. 누구는 얼마를 벌었고, 어떤 종목이 좋다더라. 그 대화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항상 오르는 것은 없고, 항상 내리는 것만도 없다. 이치를 머리로는 안다. 이 상승장에도 분명 끝이 있을 것이고, 조정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문제는 그 타이밍을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괴롭다. 불안해하며 기회비용을 놓치는 것도 싫고, 포모에 휩쓸려 급히 풀매수해서 고점에 물리는 것도 싫다. 관망하기도, 뛰어들기도 무섭다. 이도 저도 아닌 채로 하루하루를 소진하고 있는 내 모습이 가장 한심하게 느껴진다. 한 달간 눈을 벌겋게 충혈시키며 재테크 고민에 빠져 있던 나에게 가장 안 좋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지금 이 행동 그 자체인 것 같다.
상승에 너무 소외되지 않도록 적정 비중을 유지하고, 어느 순간 찾아올 하락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자산을 분배해 놓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는 손을 떼는 것. 매일 차트를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원래 목표했던 일로 돌아가는 것.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의 홍수에서 잠시 벗어나, 다시 글을 쓰는 것. 육아휴직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시장은 내가 지켜보든 말든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상승장이 끝나고 조정이 오면, 그때 또 대응하면 된다. 완벽한 타이밍에 사고파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육아휴직을 시작할때 그 초심을 기억해야지. 아이와 함께하고, 나를 돌아보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라고 주어진 시간이다. 그 본질을 잊고 한 달을 헤맸다. 에브리씽 랠리는 계속되겠지만, 나는 다시 내 길을 걷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