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덩어리 아빠

by 태양아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앞니가 빠져 귀여운 얼굴, 굳은살 하나 없이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 순수하기만 한 생각들까지—지금의 아이 모습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모를 만큼, 새로운 말을 배우고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스러우면서도, 가끔은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유치원에서는 이제 형님 반이 되어 혼자 해내려는 모습이 많아졌고, 집에서는 혼자라서 누리던 특권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는 나름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씩씩하고 마음 따뜻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같을 겁니다. 저 역시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세심히 교육하며 육아에 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제가 아이에게 하는 말들을 떠올려 보면, “빨리빨리”, “시간 없어”, “늦었어”와 같은 재촉의 말이 너무 쉽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서둘러야 할 일이 뭐가 있었을까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속도로 해낼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지금의 모습을 천천히 간직하고 싶다 말하면서도, 정작 아이에게는 “빨리빨리”만 외치는 모순적인 아빠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작은 행동 하나라도 아빠와 함께하고 싶고, 재잘재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데, 저는 제 시간을 위해 빨리 씻기고 빨리 재우려 했던 것 같습니다. 눈 뜨기 전에 출근하고, 해가 떨어져야 집에 오는 아빠가 결국 아이를 자기 욕심으로만 대하고 있었던 거죠.


오늘은 '조금만 천천히'를 되새기며 아이의 행동을 기다리고, 이야기를 더 들으려 노력해 봤습니다. 잠옷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봐 주었고, ‘혼자서도 잘해~’라며 즐겁게 양치하는 모습도 여유롭게 기다렸습니다. 혼자 잘 해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이 나왔고, 아이도 한껏 뿌듯한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늘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의 관점이 아닌 부모의 기준으로 좋은 아빠를 정의해 왔던 것 같습니다. 역시 육아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아이 덕분에 오늘도 행복합니다. 아빠가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