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장, 내 질환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전문가 되기

정신건강 상담실을 통한 변화

by 성장캐 이세상

3장 내 질환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전문가 되기


무언가에 생각보다 열심히 빠져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무언가를 더 열심히 알아보기 위하여 계속 더 공부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이 물어오면 언제든 답변을 해줄 수 있고, 조언이나 제안도 문제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문제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도 전문의가 물어보는 것에 수동적으로 답을 할 뿐, 더 적극적으로 상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인의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와 상의를 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흔쾌히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적용해 보아도 그렇다. 하물며, 정신질환으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드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현실로 다가왔다.


상담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그 유형을 세분화해 보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오랫동안 고생하고, 고민하다가 상담실을 찾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너무 힘들어진 나머지 다른 무언가를 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어려움에 대해서 그래도 일찍 찾아오긴 하지만, 정신건강 상담을 통한 회복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예후는 좋을 수 있지만, 상담실에서 나눈 내용을 실행에 옮길 확률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가장 효과가 높을 수 있는 도움의 요청 시 기도 빠르며, 상담 결과에 대한 신뢰도 높아 권유해 주는 방법을 흔쾌히 수행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본인의 어려움을 빠르게 인식하고, 그에 따른 해답을 찾아가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극복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상담실에 앉아서 인사를 나누고, 정신건강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앞에서 이야기한 유형들이 확연히 구분이 된다. 유형으로 구분되고서도 변화는 없는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초반에 형성된 유형은 상담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정신질환은 참 어려운 질환이다.

신체질환과 같이 눈에 보이는 장애가 없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볼 때 '생각보다 멀쩡하다!'라는 말과 시선을 정말 많이 받는다. 신체적으로 손상이 없다는 것으로 장애의 유무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시선과 말로 인하여,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두 번째 상처를 받곤 한다. 이러한 상처의 주된 대상은 주변인도 있지만, 가족들로부터 받는 상처가 더 큰 것이 현실이다. 가족들에게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정신질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더 큰 편견으로 내담자를 바라보는 경우를 흔히 만나곤 한다.


또 하나는 정신질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의 손상으로 어려움을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의 과정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치료를 하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에도 주변에서는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치료에 불신을 갖는 가족들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정신질환의 당사자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의 증상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경우에, 증상의 호전 과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반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내담자 본인의 질환에 대해서 본인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이유로는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치료의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전문가 등과 질환과 증상, 작용과 부작용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내담자가 경험하고 있는 정신질환의 증상은 크게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양성증상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은 표현하지 않는 행동들이 더 과하게 표현되는 경우로서, 혼잣말을 한다거나, 행동이 커지며, 주변인들을 위협하는 행동, 말을 많이 하는 등의 행동들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주변인들이 금방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등의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음성증상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의 기준보다 행동 등에서 더 적게 표현되는 증상들로, 사회적 위축이나, 우울, 함구증, 대인기피 등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조용해졌다고 생각이 들어서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 증상의 개입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들에 대해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이러한 증상들에 대해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증상에 대한 토론이 가능하며, 치료제인 약물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은 본인의 증상과 약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정보와 안내를 듣고 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본인의 증상에 대해서 알고 토론을 하게 되는 경우 주치의와 좀 더 깊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둘째는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가진 가족들의 설득을 위하여 필요하다.

정신건강이라는 영역은 굉장히 오래된 편견과 낙인을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 오래된 책이지만, 아직도 많이 읽히고 있는 [광기의 역사]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에 대해서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때로는 동물원의 동물처럼 보인 적도 있으며, 치료 방법을 알지 못하여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요즘 시대에는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게 시작된 편견이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지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 본인이 정신건강에 대해서 잘 알아야, 그것을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


셋째는 오해하는 주변인들에게 내 질환을 잘 안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주변 지인들, 특히 직장 동료라던지, 선후배들의 오해를 받기 쉽다. 왜냐하면 정신질환이 있을 경우 일반적인 사람과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친하지 않다면 그냥 지나쳐 넘어갈 수도 있지만,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면 이러한 차이는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럴 때일수록 본인의 질환에 대한 이해가 높다면, 즉 질환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면 오해를 하는 주변인들에게 본인의 질환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설명을 통하여 설득이 되고, 편견을 없앨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주변인들의 인식에는 당사자 '본인이 가장 열심히 알아보려고 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지만, 당사자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도 한몫을 하게 된다.


넷째는 나 자신의 자존감과 회복력을 키우기 위하여 필요하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내가 스스로 나를 잘 알게 된다면 스스로의 자존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내가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를 안다는 것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 지을 수 있으며, 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본인 스스로의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성과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성과가 높다는 것은 치료 회복력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으며, 그렇다면 치료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 질환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첫째로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영역의 공부는 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의 교수님들이 쓴 책들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는 말은 읽기 참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저항의 벽을 넘으면 이해가 쉬워지지만, 그전까지는 참 벽이 높게 느껴진다.

둘째로는 하지 않던 공부라서 어렵게 느껴진다. 아니, 어렵기도 하지만 결과를 생각하면 못할 것은 아닌데도 쉽게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꼭 영어를 배우라는 느낌의 저항감이 느껴지곤 한다. '말을 들어보니 하기는 해야겠는데,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정도의 느낌이다.

셋째로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심지어는 병원 의사도 반복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많은 환자를 하루에 보는 입장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본인의 병에 대해서 가장 잘 알게 된다면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내용임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네 번째로는 내가 노력하는 것의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점수처럼 수치화된 것도 아니고, 나의 공부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에는 정신건강전문가와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추천한다. 해당 지역의 보건소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의 상담사와 이런 내용으로 상담을 한다면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공부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 본인의 질환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서 앞에서 이야기한 장점들을 최대한 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더불어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인 경우에는 이러한 장점을 당사자에게 잘 안내하여 조금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치료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안해 주길 권한다.


내가 조금 번거롭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 같더라도, 제공함으로써 변화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떠오른 사람에게 지금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보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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