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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 치우는 중년은 상상도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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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안
Nov 21. 2024
남편.이거슨 장난이 아닌데?!
우리 삶은 강물처럼 가야할 길로 흘러간다.
인생 제 2막,
말과 함께 사는 삶을 위해
나는 자격증을 딸 터이니
당신은 돈을 버시요.
우리의 분업화된 약속은 여전히 유효했다.
지도자 자격증
첫 고배를 마신채
전투적인 시험 대비
모드에서
다시 말똥 삽질과
일상 모드로
돌아가
말똥을 치우고 말을 타고 수업을 들었다.
시험을 치루고 시험에 떨어진걸 확인한 날
딱.
1점차로 아쉽게 떨어진 결과
에
처음엔 아쉽다가 이내 내 실력에 화가 났다.
그날 저녁
나는 씩씩거리며
남편에게
다가가
착한 아이한테
삥을 뜯는
양아치
모드로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말했다.
남편
!
나 ㅇ감독 레슨 다시 1년간 받을수있게 지원해줘!
(애초에 당신이
벌인
일이니 교육비나 내노시지
!)
나 레슨비 좀 다시 지원해줄수 있어?도 아니고
지원해주면 좋겠는데.도 아니고
지원해줘어어어어
.
엉?도 아니고
지원 부탁해애.도 아니고
지원해주십씨요.도 아니고
그 어투는 흡사
Eeee C!
레슨비 당장 내놔!
였다.
남편을 삥 뜯듯이 내놔라.교육비!했던
ㅇ감독 레슨비는 전편에서 말했다시피
아주 오지게 비쌌다.
말 인생이 시작되자마자
남편한테 등 떠밀려 들어간
학교 생활
,
이유없이
배타적이고 무례하고 무관심하던
학교 분위기를 파악한 순간,
말과 함께한 내 중년 인생은
시작부터가
망했다고
생각했다.
입학 첫날
부터 예상치 않게 흘러가는 상황에
내 미래가 어찌 흘러갈지 촉으로 감을 잡은 나는
내
안에
분노 섞인
오기가
꿈틀
거렸다
.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던 케릭터와 성격이 요상한
인물들과
(교수들.조교.어리거나 늙은 학생들)
학교
실습 마장
에서 하루 죙일
갇혀
지냈다.
나는 염전 노예마냥 말똥 삽질 노예가 되어
묵묵히 말똥 삽질을 하고 말을 타며
매일
정신적인 자극
을 받았다.
수십번 낙마를 하면서
사투를
벌이듯이
아등바등 매달려 준비해왔는데도
우리 마장 운영에 정말 필요했던
ㅇㅇ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버리자
내
안에서 부글거리던
그
오기와
대상이 불분명한 분노가
결국
나를
뚫고 나왔다.
남편이 살고 싶다던 말과 함께 사는
인생은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기에 내가
그래 나도 동행하마.
하다니!
순진하기는!
그래.나도 동행하마.
그
말은
즉!
그러니까설라므네!
그동안
꾹꾹
봉인된
마눌의 몰입력과 화력
쎈
집중력과
끝장을 보는
전투력이
봉인
해제되
는
걸
뜻했다.
봉인 해제된 그것들이
이 일을 벌인 원인 제공자
남편에게로
말들에게로
화살이 꽂히는
선언임을
남편은
상상.짐작.예측.전망을 했어야 했다.
나는 한번 발동이 걸렸다치면
눈에 뵈는게 없이
눈
이 홱 뒤집어져서
될
때까지
달려들어
물고 늘어지는
인간이었
다.
25년동안
같이 산
마눌에게 이꼴 저꼴 다 당해본
남편이
그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다니!
따기 힘들다던 ㅇㅇ지도
자
격증 시험
실패는
내 실력을 자책하는
분노를
일으켰다.
나이 많은 학생이라고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던
학교
교수들에 대한 분노와
무례함이 입과 행동에 늘 장착돼 있는
실습 마장 최고 권력자
조교에게
무기력하게 일방적으로 당해온 분노가 더해져
드디어
전투력 만렙 몰입력과 화력 쎈 집중력이
오기가
점화를
일으켜
본격적으로
발동이 걸린거다.
그래? 이 끝이 어딘지 한번 해보자.우쒸!
개인
레슨비
비싼것도
알겠고
말들 멕여살리느라 당신 힘든건 알겠는데!
나 이거 자격증 꼭 따야겠으니
다시
지원해줘!
딱 1년만 더
해보
께!
아주 그냥
.
내가 진짜
.
그 자격증 꼭 따불라니까.(
씩
씩씩!)
어?
어.어.어. 그래.
남편은
고개를
들어
씩씩거리는
나를
쳐다봤다
.
남편은
다시 1년
비싼 레슨비를 내놔야 할 자기 처지를
걱정하며 마눌 기에 눌려서 그러마
약속했다.
(가로 열고
,그니까 왜
마장
일을
벌렸어!
가로 닫고)
학교와
ㅇ감독
마장과
우리
마장을 오가며
내가 자격증을 딴답시고
말똥지옥 학교에서 말똥을 치우며
말을 타고 강의를 들으며 몰입해 있는동안,
남편은
본인이 맡은
당신은
돈을 버시요.역할에
충실하기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중이었다.
남편은
처음 차렸던
마장을 떠나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마장을
이사
했
다.
처음 마장이 있던 자리는 자연환경은 좋았지만
시설이 너무도 열악했다.
본격적으로 마장을 운영에 들어간 남편은
접근성과 자연환경과 시설이 나름 잘 준비된 마장을 찾아다녔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계약했다.
그곳은 골프 리조트 깊숙한 귀탱이에 들어앉은 조그만 마장이었다.
리조트 시설이 크고 깔끔해서 이전 마장의 환경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새 마장에는 사무실로 쓸만한 건물다운 건물이 있었고
마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샛길로 나가면 삼나무
숲길도
있어서
체험 승마 코스로도 좋아 보였다.
마장에는 20*40 규격의 운동장 하나가 있었다.
사실 그 크기는
운동하기에
아쉬운 크기였지만
첫번째 마장 환경에 비하면
훌륭했다.
남편에게 마장을 넘긴 이가 사용하던
마장용구들
도
( 말을 탈 때 사용하는
도구들.
)
모두 넘긴 상태였기에 여러모로 이제서야 마장다운 분위기가 풍겼다.
역시나 남편은
내게
새 마장을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을 했다.
처음
나 몰래 마장을 차렸을때는
나랑 일언
상의도
없이
마장을 차렸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나는
모른척
뭉개다가
5개월만에
남편이 차린
마장을 들여다 봤다.
내가
지.인.지.조를 하겠다 자청하며
(
다시
말하지만.지
인생 지가 조진다의 약자다)
말과
사는 제2의 인생에
스스로
내
발을 들여 놓았으므로
나는 냉큼
달려가
남편의 새 마장을
둘러봤
다.
어
?
나쁘지 않은데?
!
남편.
이제 돈만
잘
벌면
되것어
!
당신은 돈을 버시요.
나는 자격증을 딸라니까!
승마장 운영시에 법적으로 갖춰야할 자격증을
따는데 나는 실패했다.
아득바득 용을 썼으나 그 자격증을 따지 못한건 어쨌든 부족한 내 실력때문이었다.
난
인정했다.
내가 자격증 시험에 실패하자
당시
남편은 내색하지 않았으나
솔직히 새 마장을 꾸린 시점에서 꼭 필요했던 자격증이 없으니
매우
난감해했다.
운영자가 자격증을 갖추고 있거나
직원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하는 자격증이었으므로
내가 자격증을 실패하자마자
남편은 그 자격증을 갖춘 직원을 교관으로 들였다.
마장에는
늘 일이
넘쳐났다
.
개인
사정이 있어
육지에서 내려와 있던
남편의 30년 지기 친구에게
남편은
마장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남편 친구는 말을 1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워낙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어서
남편에게 말 관리하는것과 말 타는법을 배우며
남편이 처음 마장을 연 시작부터
마장의 모든 궂은 일을 내 일처럼 맡아줬다.
지금도 그렇지만
남편은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땐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짠!하며
그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 친구 역시 그런 존재였다.
그리하야
이제 남편 친구와 교관
까지
더해져
새 마장 식구들이 늘었다.
우리가 데리고 있던 말들과
새 마장에 있던 인수받은 말 3마리와
임대해 온 말들까지 말 식구들은 도합
20
마리가 되었다.
말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남편은 이제
내 가족들과
직원 두명과
말 20마리와
개와 고양이 세마리를 먹여살려야하는 팔자가 됐다
나는 당시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말에 홀려서 벌인 일 치고는
남편.
이거슨 장난이 아닌데?!
남편은 새 마장
홍보를 위해
광고비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레슨 타임별로 차츰차츰 회원들이
들어찼다.
교관은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 1기 선배로서 정식으로 승마를 전공한 친구였다.
육지에서 대회 출전 수상 경력도 있는
실력좋은 친구였다.
그러니 레슨도 디테일이 있었고
키도 크고
잘생긴
데다 친절해서
회원들이 좋아했다.
마장 옆 샛길로
통하는
삼나무 숲
에 만들어 놓은
체험 코스
길은
마장에서 말을 타고 숲길로 들어가
밀도있게 들어선
삼나무
사이로 난
삼나무
낙엽으로
푹신거리는
길을
산책하다 돌아오는
코스였다
.
그 숲길은 원래 있던 길이 아니고
숲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
남편과
직원들
이 직접
돌을 골라내고
낸
길이었다.
여느
숲길이 다 그렇듯이
원래 그 길은 크고 작은 돌들이
불규칙하게 박혀있었고
울퉁불퉁했다.
남편은 그 길을 말들이
지나다니
기에
말
발이
편안하도록 길을 다듬어 나갔다.
남편은
삼나무
숲 흙바닥을
기어다니며
하나 하나
돌을
골라냈다
.
바닥에 깊숙하게
박힌 작은 바위돌 같은
큰 돌들은 비가 온 뒤 땅이 물러지면
온갖 도구를 총동원해서 기어이 파내
땅을 골랐다.
바닥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들을 골라내고
말들이 지나다닐때 발에 걸릴 만한 죽은 나무들을 옆으로
치워놓고 보니 드디어 길이 완성 되었다.
남편과 나는 말을 타고서
늦은
오후
숲으로
들어가
남편이 애써 돌을 골라 만들어 놓은 숲길에서 산책을 했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빽빽하게 서있는 삼나무 틈새로
비스듬한 사선을 그으며
깊숙하게 들어왔다.
남편과
내가
탄
말들이 마른 나무 가지를 밟고
지나갈 때
뚝 뚝 잘 마른 나무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위에선 높은 삼나무 꼭대기에 앉은 까마귀가 울었다.
숲은 고요했고 평안했다.
습기를 머금은 숲이 숨을 쉬고 내뱉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나왔다.
숲길을 찾아오는 이들이 말을
타고서
이 길을 걸으면
비현실적이고
이국적인 공간으로
들어온
듯 느끼겠구나.생각했다.
남편이 만들어 놓은 숲길은 참 멋졌다.
남편. 이 길 참 멋지다.
그동안 숲길 만드느라 고생했어. 애썼네.
내 생각처럼
마장
숲길
체험
코스를
다녀간
사람들의
평이 좋았다.
말을 타고서
그 숲길을 산책해본 이들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고
온라인
에
체험 후기를
남겼다.
그 숲길은 다녀간 사람들 입소문을 타고
금새 사람들이 찾아오는 체험 숲길이 되었다.
남편은 새 마장에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사람좋은 남편의 성품은 회원들이 먼저 알아봤고
회원들이 앞장서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신입으로 데리고 오는 일이 많았다.
교육 회원들의 수가 매일 늘어났고
체험을 오는 관광객의 수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남편의 마장은 차츰 활기를 띄었다.
남편은 새 마장을 운영하느라 몰입했고
나는 다음해 자격증 시험을 기약하며
학교에서 말똥을 치우고 수업을 들으며
내 실력을 끌어올리는데 몰입했다.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각자 해야할 일들에 집중했다.
남편이 원했던 말과 함께 사는 삶이
남편과 나의 삶에 엄청난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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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 치우는 중년은 상상도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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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야.니가 제 정신이냐.시꺄!
15
제발. 119 구급차만 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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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거슨 장난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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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일들이 파도처럼 다가오고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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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버지를 태운 말은 애도하듯이 숲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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