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나비가 불쑥 날아왔다.

이젠 꽃이 필 차례야.

by 시안

초원에 풀어둔 쿤타를 데리고

마장으로 걸어 들어올 때

거짓말처럼

노랑나비가 나풀나풀

우리 앞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노랑 나비는 쿤타 오른쪽 뺨 쪽에서 나타나

쿤타 코 끝을 아슬아슬 지나

구불 구불 실처럼 가는 동선을 그리며

내 앞을 지나 나의 왼쪽 너머로 사라졌다.


아직은 한기가 도는 2월 끝자락.


어!

쿤타야.

방금 너 나비 봤니?

노랑나비말이야.

이제 정말 봄인가 부다.


그 해 겨울은 유독 길었다.

마장에 발목까지 쌓였던 눈은

녹을 새도 없이 한 달째 쉬지 않고 내리고 쌓여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눈 쌓인 마장.

남편과 나는

내 말들과 마장에 고립되어

지난하고도 우울한 겨울을 보냈다.


죽어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강추위와 날 선 바람.

오도 가도 못하게 우릴 고립시켜 버린 눈 밭.


한겨울 중산간 마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이제 막 유채싹이 올라오는 초원 어딘가에서

우리 앞에 거짓말처럼 나타난

그 해 봄

첫 노랑나비.


이른 봄에

처음 보는 나비가 노랑나비라면

그 해엔 행운이 온데.


나는 우리 앞을 지나가는 노랑나비를 보며

누군가 나에게 해준 그 말을 떠올렸다.


그 해 처음 본 나비가 노랑나비라면

행운이 오는 신호래.

나는 내 옆에서 얌전히 걷고 있는

쿤타에게 그 말을 들려줬다.


겨울이 아직도 꿈지럭거리며

떠나지 않고 머무르고 있는 건지,

봄이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는 건지,

오감으로 깨달을 새도 없이

하루를 살고 있을 때.


노랑나비가 불쑥 나를 찾아와 말했다.


이젠 꽃이 필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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