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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18. 2024

제 발로 집 찾아가는 소.있습니다

옵션; 달리는 소. 점프하는 소도 있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 쪽 초원 저 멀리 사는

한우들 행동들 중에

내 짧은 지식으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녀석들은

저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다가도

축사로 어갈 타이밍이 되면

제 집에 제 발로 찾아 들어간다.


어떠한 신호도 없이,

자발적으로다가,

그것도 한 떼거지가

우르르 축사로 다시 되돌아가냐. 하는 점이

나에겐 미스터리다.


축사를 나올 때야 물론

축사 문 만 열어 놓으면

감옥에 갇혔다가 자유의 광명을 맞이하는 이들처럼

초원으로 와르르 달려 나온다지만

저 녀석들이 축사로 돌아가야 할 타이밍에

 주인이 저 녀석들에게

보내는 신호 따위는 전혀 없다.


이를테면,

. 이제 많이 묵었으면 그만 들어 온나. 하면서

종을 땡땡 친다거나

소몰이 꾼이 있다거나

혹은

소몰이 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조금 전에

비가 얼마나 오나 하고

주방  유리문으로 고개를 쭉 내밀고

비 내리는 초원을 바라보았다.


평상시 누우런 빛나는 황금빛 털을

자랑하는 한우들 떼거지가

밤새 비를 맞은 건지 어쩐 건지

털이 비에 잔뜩 젖었다.


우중충하고  꾀죄죄한 모습을 하고서

 멀리 초원 쪽에서 축사 방향

즉.

우에서 좌 방향으로 우당우당 달려갔다.


음.

소가 달리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갈 테지만,

소들이 달리기 하는 모습은

실로 놀랍기 그지없다.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하시기를

멋지게 달려라. 허락하시며

날렵한 신체적인 구조를 만드신 말들에 비해

소들의 신체구조란,

 발은 굵직굵직하고

등판은 넙데데한 것이

달리는 모양새는 도무지 어색하고

어딘가 참 코믹스럽다.


날렵한 말도 아닌 것이

일단 초원 위를 달리기 시작하면

묵직한 몸이 불안 불안하고

땅이 우르릉 우르릉 중후하게 울리는 것이

참 볼만한 구경거리인 거다.


하물며

그런 소가 한 마리도 아니고 한 떼거지가

우르릉 지축을 흔들며

동시에 우에서 좌로 초원을 가로질러

축사로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소가 달리는 모습보다 더 놀랍고 충격적인 모습은

소들이 높은 곳에서 점프를 하는 모습이다.

소가 점프를 하다니,

상상이 되는가!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남편의 증언을 들어볼라치면 다음과 같다.


집 뒤뜰엔 그 너머 초원 보다

1.5미터의 비스듬한 높은 바닥이 있는데

간혹

소들이 풀을 뜯어먹다가 무너진 돌담을 넘어와 돌아다니다 그곳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 집 뒷마당으로 넘어

풀을 뜯던 소가

남편 인기척을 느끼자 깜짝 놀라 도망친다는 것이

우리 집 뒷마당에서 초원 쪽으로

무너진 돌담을 넘어 부우웅 난 것이다.

ㅡ소가 도약한 지점과 착지 지점사이에는

 1.5미터가량 높이가 다.ㅡ


소가 나는 모양새는 어떠했냐면

일단 그놈은 네 다리를 방향으로

15도 각도를 유지하며

 펼치고

마치 

날다람쥐 마냥 하늘을 날았다고 했다.


그날 남편

소가 공중으로 사지를 쫘악 펴고

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고

 집안에 있던 나를 불러 제켰다.

ㅡㅇㅇ아! 일루 와봐라.

    소가 난다!


이 집으로 이사 온 후에 나 역시,

축사에서 막 방목된 소들이

다른 소들이 먼저 초원풀들을 먹을세라

죽을 둥 살 둥 빠르게 축사를 빠져나와

저 넓은 초원으로 우르르

달려 나가는 광경을 처음 보고는,


우아!

소들도 달리기를 정말 잘하는구나! 감탄했고

그건 참 볼만한 구경거리였던지라

나 역시

자고 있던 남편님을 불러 깨운 적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소무리 들은  만평되는

깊고 넓은 초원에서 널브러져 풀을 뜯다가

절묘한 타이밍만 되면

어떻게 동시에 축사로 되돌아가나. 이 말이다!

이건 도대체 생각할수록 미스터리다.


날이 개고

축사 쪽으로 산책을 나가면

저 축사 주인어른에게 꼭 한번 물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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