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기절 좀 하겠습니다.
누구나 집에. 동박새 잡는 유리창 하나쯤 가지고 있잖아요.
퍽!
거실 유리창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 나길래 내다봤다.
저번에 직박구리가
거실 통유리창에 부딪혀서
현장에서 어쩌고 저쩌고 되버린 이후로 두번째다.
얼릉 나가보니
동박새 한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데크위에서
주둥이를 하늘로 쳐들고
등을 바닥에 붙이고서 반듯하게 누웠다.
주둥이는 실처럼
약간 헤에애 벌어진것 같았다.
동박새는 누가봐도 둘 중 하나인 자세였다.
죽었거나 기절했거나.
아이고야.
이눔아.
앞을 잘 보고 다녀야지!
동박새가 우리 집 마당 데크위에서
하늘을 보고 쫙 뻗어있는 장면은
흔한 장면이 아닌고로,
후딱 나가 사진한장 찍고
심장 맛사지라도 해줘야겠지?하는 사이
동박새는 그새 정신이 들었나보다.
오오
죽은건 아니고나!
푸더더더덕더더덕
드러누워서 날개짓은 했는데
부딪힌 머리가 어질어질했는지
하늘로 날아오른게 아니라
오히려
데크 밑 화단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래.
왜 아니겠냐.
유리창에 부딪힌 충격이 크긴 컸나보다.
동박새는 화단에 누워 뒤집어진채로
프다다다닥
푸다다다다닥 몇 번 하다 힘들었는지
호아 후아
가슴이 들썩거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한숨 돌렸다.
난 할쑤이따!
이제 동박새가 진짜 정신이 들었는지
휘청 휘청 바닥을 쓸며
몇번 더 퍼덕이다가
기를 모아서
헙.
끄응차!
단번에 몸을 휘떡 뒤집은 다음에
째에애엑 비명을 지르면서
하늘로 휙 날아갔다.
ㅡ에이 씨. 죽는줄 알았네!ㅡ하면서 말이다
살다 살다 별일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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