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주위가 어둑해지면
우리 집 뒤 작은 동산에서
노루가 운다.
우리 집 뒤 작은 동산은
곶자왈 지역 끝자락이라
아마도 한라산
밑자락에 사는 노루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해 내려왔거나
애당초
저 동산 후미진 바위틈에
보금자리 틀고 들어앉은
노루들 일지도 모른다.
노루 한 마리가 꺼우꺼우 울어댈 때는
반드시 저 멀리 떨어진 숲에서
다른 노루 녀석이 대답을 한다.
꺼우.. 꺼우...
커엉... 커엉...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면
사방이 고요하다.
불 꺼진 방에 누워
두런두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 멀리 숲 속에서
혹은
가까운 동산 속에서
노루가 운다.
그러면 아이들이 외친다.
아! 노루소리다!
언젠가는
불끈 방에서 누워 듣다 보니
초원 저 멀리서 울던 녀석이
우리 집 뒤뜰과 초원 경계.
그러니까
우리 집 뒤뜰 돌담 바로 밑까지
다가와서 우는 것이다.
우는 목소리는 가냘프고 여린 것이
영락없는 애기노루 소리였다.
애기 노루가 캐앵 캐앵하면서
집 근처에서 울어대니
저 멀리 숲 속에 있는 엄마노루가
꺼우 꺼우 하면서
거긴 위험하다.
가까이 가지 마라
얼른 돌아와라 하면서 난리를 쳤다.
그렇게 노루가 집 근처에서
울어대는 밤에는
릴리와
동네 개들은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미친 듯이 짖어댄다.
어두운 바깥 초원에서
들려오는
여러 소리를 들으면서
각자 나름대로
밖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
그러다가 이불을 포옥 뒤집어쓰고
창 밖에서 들리는 노루소리와
그에 응하는
릴리와 동네 개들이
짖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륵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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