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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20. 2024

어두운 밤, 집 뒤 동산에서 노루가 운다.

저녁 무렵 주위가 어둑해지면

우리 집 뒤 작은 동산에서

노루가 운다.


우리 집 뒤 작은 동산은

곶자왈 지역 끝자락이라

아마도 한라산

밑자락에 사는 노루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해 내려왔거나

애당초

저 동산 후미진 바위틈에

보금자리 틀고 들어앉은

노루들 일지도 모른다.


노루 한 마리가 꺼우꺼우 울어댈 때는

반드시 저 멀리 떨어진 숲에서

다른 노루 녀석이 대답을 한다.


꺼우.. 꺼우...


 커엉... 커엉...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면

사방이 고요하다.


불 꺼진 방에 누워

두런두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 멀리 숲 속에서

혹은

가까운 동산 속에서

노루가 운다.

그러면 아이들이 외친다.


아! 노루소리다!


언젠가는

불끈 방에서 누워 듣다 보니

초원 저 멀리서 울던 녀석이

우리 집 뒤뜰과 초원 경계.

그러니까

우리 집 뒤뜰 돌담 바로 밑까지

다가와서 우는 것이다.


우는 목소리는 가냘프고 여린 것이

영락없는 애기노루 소리였다.


애기 노루가 캐앵 캐앵하면서

 근처에서 울어대니

저 멀리 숲 속에 있는 엄마노루가

꺼우 꺼우 하면서

거긴 위험하다.

가까이 가지 마라

얼른 돌아와라 하면서 난리를 쳤다.


그렇게 노루가 집 근처에서

울어대는 밤에는

릴리와

동네 개들은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미친 듯이 짖어댄다.


어두운 바깥 초원에서

들려오는

여러 소리를 들으면서

각자 나름대로

밖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


그러다가 이불을 포옥 뒤집어쓰고

 밖에서 들리는 노루소리와

그에 응하는

릴리와 동네 개들이

짖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륵 잠이 든다.






#노루는 #보통  #울지

#가끔은 #개처럼 #짖는다

#다급할땐 #개가 #된다

#그러니까

#개들은 #개가 #된 #노루를 # 보면 #미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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