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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20. 2024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를 무시하고 직진하면!

가마우지가 산책길 앞장 선다.

 갑자기 허파에 바람이 었나

아침 해안가를 좀 걷고 싶길래

옆 동네 해안도로 쪽으로 차를 몰았.


아침 햇살은 벌써부터 나를 쪄 죽일 듯 이글거리며

어깨에 따갑게 내려앉았

수평선 멀리 여객선이

파도 가르며 나아가는  소리가 자그맣게 들려왔.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하며

아주 단호하게 서 있는 근처 양식장 경계 팻말에

난 콧방귀를 뀌고서

 맘이다. 짜샤. 하고는 바닷가로 걸어갔다.


해안도로가에 있는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양식장 팻말 옆에는

바다로 나가는 좁은 시멘트길이 나 있었고

엉성한 녹슨 철 대문이 잠금쇠를 달고

바다로 향한 시멘트 길을 막고 있었다.


여기는 들어가지 요오?!

이 바다가 너님 바다세요오?!

나는 양식장 주인에게 속으로 비아냥거리고서

철문 옆에 난 개구멍 같은 공간을 통해

양식장 주인 여어 보란 듯 드넓은 바다로 나갔다.


바다로 나가는 좁은 시멘트길은

종종 해녀들이 물 질 때 잡은 수확물을

싣기 위한

오토바이를 위한 길이.


썰물 때인지

시멘트 위는 맨질맨질한 이끼가 길 위를 온통 도배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조심성 없는 나는

무심코 한발 내딛다

모양새 없게 미끄덩 미끄러졌다.


시멘트 길은

약 육백미터가량 해안가 현무암 바위들 사이로 이리저리 구불거리다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가에서

똑깍 부러지듯이 끊어져있었다.


길 오른편으로

나더러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했던 양식장의

배수구물이 콸콸거렸다.


양식장 배수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해안가 바닷물과 섞이는데

제주도 양식장 어느 곳이나

이러한 양식장 배수구 쪽에는

가마우지며 해오라기며

근처 온갖 잡새가 다 모여든다.


배수되는 물속에는

치어들 먹이는 사료가 섞여있기도 하고

운수 나

-아니다. 운수대통한!

치어들이 본의 아니게

자유의 광명을 찾아 바다로 흘러나오는 곳이기에

잡새들 먹이가 풍부해서다


나는 콸콸거리는

양식장 배수구 있는 쪽을

살금살금 지나 걸었다


물속에 있던 시멘트 길이 썰물에 드러나자,

길 위에는

온갖 종류의 게들이

부지런히 아침 먹이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출현한 나를 보고는

사방팔방으로 다급히 도망쳤다.


작은

딱지가 얇은 게

딱지가 두텁진 게

검은색 게

붉은색 게

그러한 게들 사이로

눈치 빠강구 무리들도

바위틈새로 기어들었다.


가마우지와 해오라기가

저 멀리 무리 지어

먹이를 잡아먹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길이 미끄럽기에 조심 조심하며

한가로운 저 새떼들 사진 좀 찍어 볼까? 하여

수 있는 한 조용하고 천천히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물속에 헤엄치는 치어들을 건져먹다가

한 놈이 내 인기척을 느꼈던지

푸다다닥 거리며 날아올랐다.

겁쟁이 해오라기들은 그 신호로 다 날아갔지만

배짱 좋아 보이는 가마우지들은 상관치 않았.


가마우지 두 마리가

쫑 쫑 거리며

내 산책길에 앞장섰다.


킁!

배짱 좋은 가마우지들을 좀 보라지!

나는 속으로 큭큭대며

녀석들 뒤를 따라

살금살금 걸었다.


가마우지 두 마리가 2미터 앞에서 길을 앞장서고

나는 그 녀석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사뿐사뿐 걸었다.


가마우지가

길 옆에 바삐 숨는 게를 보았던지

부리로 바닥을 내려찍으며 톡 하고 잡아먹더니

다시 유유히 걸었다.

그들의 걷는 폼은 형편없었다.


두 날개몸뚱이에 딱 접고서

가는 다리로 휘청 휘청 걷는데

목은 길어

앞뒤로 끄떡끄떡했고

몸뚱이는 좌우로 뒤뚱뒤뚱했다.


퍽!

바위에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커 놀랬던지

그 생명들은

나를 두고 훌쩍 날아가 버렸다.


시멘트 길 중간쯤에는

발자국 세 개가 새겨져 있었다.


시멘트 길을 만들 적에

물컹물컹한 시멘트 위로

누군가가 실수로 아뿔싸 내디딘 후,

혹시나하여

 더 전진해 본 것임이 분명한

세개의 발자국!


요상한 건

발자국 앞에도 뒤에도 다른 발자국들없었다.

이 발자국 주인은

도대체 어떠한 경로를 통해

공중에서 이 자리로 착지하여 발자국을 찍고서

다시 연기처럼 사라진걸까!


어..

음...

사건 현장을 유추해보자.


그는  그녀는

해안도로에서 차에서 내린다음

한 다리를 들고 발자국 있는 이곳까지

약 200미터를 저어엄프으하여

한 발로 이 자리에 착지했고

착지할 때 충격으로 

한번 더 앞으로 전진하여 착륙했을 것이다.

ㅡ체조선수처럼ㅡ


물컹한 시멘트에 발이 푸욱 들어가자마자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을 생각해내곤

 굳은 시멘트땜에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했는생각했을 것이고,


헛.차!

무릎을 굽히고 다시 저어엄프으하여

등 뒤 방향으로

다시 200미터를 부웅 날아가

해안도로 위로 다시 돌아간 게 분명했다!

틀림없다!


보라.

만년 화석이 된 발자국이 그 증거다!


이렇게 사건을 추리하면서 걷다

바다로 잠겨드는  끝에 닿았다.

나는 파도치는 바위에 걸터앉아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자그맣게

어선 한 척과

여객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갔고

파도 닿는 바위 틈새 틈새

파도가 부서뜨린 포말이 밀려들고 밀려나갔다.


총알고둥이 덕지덕지 앉은 바위에

나도 총알고둥처럼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만하면 흡족하다 싶어

뒤돌아 걸어 나오는데

이끼 깔린 시멘트길 위에서

역시나 조심성 없는 나는

다시 미끄러졌다.


왠지

저 멀리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 옆에서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양식장 주인이

나를 보고서서

그것 봐라! 

거기는 들어가지 마시오.라 했잖냐 하며

낄낄대지 싶었다.


냉큼 고개를 들어 살펴봤으나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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