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너희도 다 생각이 있구나
15화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를 무시하고 직진하면!
가마우지가 산책길 앞장 선다.
by
시안
Sep 20. 2024
갑자기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아침 해안가를 좀 걷고 싶길래
옆 동네 해안도로 쪽으로 차를 몰았다
.
아침
햇살은 벌써부터 나를 쪄 죽일 듯 이글거리며
어깨에 따갑게 내려앉았
고
수평선 저
멀리 여객선이
파도 가르
며 나아가는 소리가 자그맣게 들려왔다
.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하며
아주 단호하게 서 있는 근처 양식장 경계
팻말에
난 콧방귀를
뀌고서
내
맘이다.
짜샤. 하고는 바닷가로 걸어갔다
.
해안도로가에
있는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양식장
팻말 옆에는
바다로 나가는 좁은 시멘트길이 나 있었고
엉성한
녹슨 철 대문이 잠금쇠를 달고
바다로
향한 시멘트 길을 막고 있었다.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요오?
!
이 바다가
너님 바다세요오?!
나는 양식장 주인에게
속으로 비아냥거리고서
철문 옆에 난
개구멍 같은
공간을 통해
양식장 주인 여어 보란 듯
드넓은 바다로 나갔다
.
바다로 나가는 좁은 시멘트길은
종종 해녀들이
물 질 때 잡은 수확물을
싣기
위한
오토바이를
위한 길이다
.
썰물 때인지
시멘트 위는 맨질맨질한 이끼가
길 위를 온통 도배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아
도 조심성 없는 나는
무심코 한발 내딛다
모양새 없게
미끄덩
미끄러졌다
.
시멘트
길은
약 육백미터가량 해안가 현무암 바위들 사이로 이리저리 구불거리다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가에서
똑깍
부러지듯이
끊어져있었다
.
길 오른편으로
나더러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했던 양식장의
배수구물이 콸콸거렸다
.
양식장 배수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해안가 바닷물과 섞이는데
제주도 양식장
어느 곳이나
이러한 양식장
배수구 쪽에는
가마우지며 해오라기며
근처 온갖 잡새가 다 모여든다
.
배수되는 물속에는
치어들 먹이는 사료가
섞여있기도 하고
운수 나
쁜
-아니다. 운수대통한!
ㅡ
치어들이
본의 아니게
자유의 광명
을 찾아 바다로 흘러나오는 곳이기에
잡새들 먹이가 풍부해서다
나는
콸콸거리는
양식장 배수구 있는 쪽을
살금살금 지나 걸었다
물속에 있던 시멘트
길이 썰물에 드러나자
,
그
길 위에는
온갖 종류의 게들이
부지런히
아침 먹이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출현한 나를 보고는
사방팔방으로 다급히
도망쳤다
.
큰
게
작은
게
딱지가
얇은 게
딱지가 두텁진 게
검은색
게
붉은색 게
그러한
게들 사이로
눈치 빠
른 갯강구 무리들도
바위틈새로 기어들었다
.
가마우지와 해오라기가
저 멀
리 무리 지어
먹이를 잡아먹고 있었다
.
그렇잖아도
길이 미끄럽기에 조심 조심하며
한가로운 저 새떼들
사진 좀
찍어 볼까? 하여
할
수 있는 한
조용하고 천천히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
물속에 헤엄치는
치어들을 건져먹다가
한 놈이 내
인기척을 느꼈던지
푸다다
닥 거리며 날아올랐다
.
겁쟁이
해오라기들은 그 신호로
다 날아갔지만
배짱 좋아 보
이는 가마우지들은
상관치 않았
다
.
가마우지
두 마리가
쫑 쫑 거리며
내 산책길에
앞장섰다.
킁!
배짱 좋
은 가마우지들을 좀 보라지!
나는 속으로
큭큭대며
녀석들 뒤를 따라
살금살금 걸었다
.
가마우지
두 마리가 2미터 앞에서 길을 앞장서고
나는 그
녀석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사뿐사뿐 걸었다
.
가마우지가
길 옆에 바삐 숨는
게를 보았던지
부리로 바닥을 내려찍으며
톡 하
고 잡아먹더니
다시 유유히 걸었다
.
그들의
걷는 폼은
형편없었다
.
두 날개
를 몸뚱이에 딱
접고서
가는 다리로
휘청 휘청
걷는데
목은 길어
앞뒤로 끄떡끄떡했고
몸뚱이는 좌우로 뒤뚱뒤뚱했다
.
퍽!
바위에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커 놀랬던지
그 생명들은
나를 두고 훌쩍
날아가 버렸다
.
시멘트 길
중간쯤에는
발자국 세 개가
푹
새겨져 있었다.
시멘트
길을
만들 적에
물컹물컹한
시멘트 위로
누군가가
실수로 아뿔싸 내디딘 후
,
혹시나하여
한 번 더 전진해 본
것임이 분명한
세개의
발자국!
요상한 건
발자국 앞에도 뒤에도
다른
발자국들은 없었다
.
이 발자국 주인은
도대체 어떠한 경로를 통해
공중에서
이 자리로 착지하여
세 발자국을 찍고서
다시 연기처럼 사라진걸까!
어..
음...
사건 현장을 유추해보자
.
그는
혹
그녀는
해안도로에서
차에서 내린다음
한 다리
를 들고 발자국 있는 이곳까지
약 200미터를 저어엄프으하여
한 발
로 이 자리에 착지했고
착지할 때 충격으로
한번 더
앞으로
전진하여
착륙했을 것이다
.
ㅡ체조선수처럼ㅡ
물컹한 시멘트에 발이 푸욱 들어가자마자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을 생각해내곤
덜
굳은 시멘트땜에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했는가 생각했을 것이고,
헛.차!
무릎을 굽히고 다시 저어엄프으하여
등 뒤 방향으로
다시 200미터를 부웅 날아가
해안도로
위로 다시 돌아간 게 분명했다!
틀림없다!
보라.
만년 화석이 된 발자국이 그 증거다!
이렇게 사건을 추리하면서 걷다
바다로 잠겨드는
길
끝에
닿았다.
나는 파도치는 바위에
걸터앉아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
자그맣게
어선
한 척과
여객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갔고
파도 닿는 바위 틈새 틈새
파도가 부서뜨린 포말이 밀려들고 밀려나갔다
.
총알고둥이 덕지덕지 앉은
바위에
나도
총알고둥처럼
한참을 앉아
있었다
.
이만하면 흡족하다 싶어
뒤돌아 걸어 나오는데
이끼 깔
린 시멘트길 위에서
역시나 조심성 없는 나는
다시
미끄러졌다
.
왠지
저 멀리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 옆에서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양식장 주인이
나를 보고서서
그것 봐라
!
거기는 들어가지 마시오.라 했잖냐 하며
낄낄대지 싶었다.
냉큼
고개를 들
어 살펴봤으나
아무도 없었다
.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 #할때는 #다 #이유가 #있다
#제발 #말 #좀 #듣자
#좋은 #말 #할때 #거기는 #드가지 #마라마랴
#땡쓰 #출연 #팻말 #갯강구 #한집단 #게 #떼거지 #해오라기 #그리고 #가마우지 #두마리
keyword
가마우지
여기
Brunch Book
너희도 다 생각이 있구나
13
잠시 기절 좀 하겠습니다.
14
어두운 밤, 집 뒤 동산에서 노루가 운다.
15
여기는 들어가지 마시오.를 무시하고 직진하면!
16
뒷산 나무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태풍을 이긴다
17
쓰러진 해바라기가 기어이 꽃을 피우듯이.
너희도 다 생각이 있구나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30화)
38
댓글
3
댓글
3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시안
직업
에세이스트
서울을 도망 나온 지 20년. 시골 삶을 기록합니다.
팔로워
257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14화
어두운 밤, 집 뒤 동산에서 노루가 운다.
뒷산 나무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태풍을 이긴다
다음 1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