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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16. 2024

새끼 새를 납치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

구조라 쓰고 납치라 읽는다.

식당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려고

골목에 막 들어섰는데

식당건물 측면 화단 아래에

애기 새가 떨어져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새끼 제비아냐?


새끼 제비인지 새끼 참샌지는 모르겠지만

차들이 지나는 곳이라

얼른 손으로 감싸 들어 올렸다.

새끼새는 날개를 쬐끔 푸다닥거리긴 했지만

애기라서 날갯짓이 아주 서툴렀다.


아이고. 너 어쩌다 이지경이 됐냐.

둥지에서 떨어졌어?

니 엄마 어딨어!

하면서 건물위쪽 벽면을 살폈다.

혹시

제비 둥지나 참새 둥지가 있는가 싶어서.

아무리 올려다보고 둘러봐도 새끼가 떨어졌음직한 둥지가 보이질 않는 거다.


아니. 워디서 떨어진 겨어.


새끼 새를 다시 들여다보니

제비도 아닌 것이

참새도 아닌 것이 생김새가 요상했다.


다 큰 참새정도 크기에

참새는 주둥이가 짧은데

얘는 주둥이가 기일다.

코 밑쪽 주둥이는

물렁한 점토를 눌러 논 것처럼 납작했고

주둥이 끝쪽으로 갈수록 뾰족하고 길었다.


번뜩 스치는 게 있었다.

엇! 직박구리 새낀가?

검색해 보니 맞다.

직박구리 새끼 사진이랑 이놈이랑 똑같았다.


아.....

이 일을 어쩐담?!!!

길가에 그냥 두고 가자니 차에 칠 것 같고

데리고 가자니 얘를 어떻게 키우나 싶고!

믿어지지 않겠지만

가 키우는 동물 읊어보자면,

말 13마리. 개 한 마리. 고양이 세 마리.

도합 열 일곱마리인 것이다!


잠시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나는 또 성격이 딱한 걸 못 보는 사람이기 땜에

차가 자주 다니는 이 골목에 그냥 둘 수는 없어서

우야든동

집으로 데리고 가보기로 했다.


작은 종이상자를 구해다가

뒷자리에 있던 수건을 깔고

쓰다 둔 일회용 마스크가 있길래

둥지처럼 동그랗게 구부려서 휴지를 깔고

새끼를 넣어주니 제법 아늑했다.


나는 해안도로에 돌고래를 보러 가던 길이었으므로

새끼 새를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갔다가

새끼 새랑 같이 돌고래를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새끼 새는 종이 상자 마스크 둥지 위에서 앉아

꼬박 두 시간가량 내차를 타고

나랑 같이 드라이브를 했다.


마장으로 돌아와서 새끼 새 상자를 내려놓고

나무 밑으로  가서

낙엽더미를 긁어내고 실 지렁이를 찾았다.


아주 작고 가는 실 지렁이 몇 마리를 종이컵에 담은 후 새끼 새에게 다가갔다.

나무젓가락으로 실 지렁이를 잡고

새끼 주둥이에 가져다며 톡톡 두들기니

ㅡ어미 새들이 그렇게 하드라ㅡ

새끼가 긴 주둥이를 쫘악  v(  ` 0 `)v 벌리고서 받아먹었다.


오오


실 지렁이가 얘 주둥이에 비해 좀 컸던가

주둥이 밖으로 좀 삐져나와 꼼지락대더니

새끼 새가 겨우 겨우 욱여넣어 삼켰다.


오오오오


생수병뚜껑에 물을 담고

물 먹어봐. 하고 주둥이를 넣어주니

코에 물이 들어갔는가 질색해서

이게 아닌가 싶어

새끼손가락에 물을 묻혀

주둥이에 가져다대니

입을 벌려 (   ' <' )q  받아먹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지렁이랑 물을 먹이며 시간이 좀 지나니

새끼 새가 나를 계속 쳐다보면서

삐삐삐삐 울었다.


아. 어쩌라고.

또 배고파?

물 줄까?


인터넷을 얼른 찾아보니

얘는 직박구리 새끼가 맞았고

넷상에서 전문가. 경험자. 조언가들이 말하기로

이런 경우 어미랑 이소 하다가 떨어진 경우라 했다.


(에에. 그러니깐설라므네.

이소란,

새끼가 어느 정도 성장해 어린새 깃을 얻은 후 둥지를 떠나는것을 말한다)


아아아아아아


덧붙이기를

이럴 땐 주위에 엄마새가 지켜보고 있으니

절대로. 새끼를 데리고 오지 말고

헉!ㅡ

그 자리에 그냥 두면

ㅡ또 헉!!ㅡ

어미가 다시 와서 어찌어찌 데리고 간다 했다.

ㅡ헉...아....옴마야....오뭬애!!!!!ㅡ


아니이

그러니까 가만있어 봐 바.

자아 정리해보자아


그니까

내가 이소 하다가 엄마랑 떨어진 새끼를

납.치.했.다는 말이쟈나아!!!

그것도 엄마 새가 근처에서 납치한 걸 보고 있었고!

ㅡ내 새끼 내놔라. 이놈아. 내 새끼 내놔아아!!ㅡ


하아.

이걸 어쩐다지?


인터넷에서 그런 글도 읽었다.

어떤 이가 직박구리 새끼 주워다가 키웠는데

어느 정도 큰 거 같아서

야생동물보호협횐가에 문의했단다.


전문가 가라사대,

그대로 날려 보내면 사람과 비교하길

어린애더러 사회에 나가

니 혼자 밥 벌어먹고 살아라. 하고

날려주는 꼴 이었댔다.

그렇게 집에서 사람이 키우다가 바로 방생하면 그렇단다.

그래서 결국 보호협회에서 적응훈련을 몇 주 거친 다음 방생했다는 썰이었다.


그 사람 역시 당부하기를,

이런 경우 길에 떨어진 새끼를 보더라도 그냥 냅두라 했다. 어미가 데꼬 간다고.

ㅡ하아...... 왜 나는 이 새낄 주워왔능가!!!!!ㅡ


그렇다는데 어쩌겠나.


나는 남편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ㅡ아이고 오지랖아!ㅡ했다

새끼 새를 주웠던 식당 골목길로 다시 차를 몰았다.

새끼와 어미 새 거리는 차로 약 30분 거리였다.


새끼가 납치당한 시점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보자.

새끼를 주웠고,

해안가 드라이브했고,

집으로 데리고 가서 먹이고

인터넷 새 정보를 써칭했고

아뿔싸!

내가 새끼를 납치해부렀네!하며 깨달으며 보니

딱 다섯시간 만이었다.


골목길에 들어서서 새를 주운곳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렸고

새끼가 있는 조수석 문을 열고

새끼 새를 집어 들고 차에서 몸을 빼내자마자!

ㅡ차에서 새끼새를 꺼내자마자 동시에!ㅡ

삐이이익 삐이이익. 빼빼 삐이이익

아주 크게 직박구리가 울었다.


어미 새가 식당건물 전선에 앉아서

내가 새끼를 데리고 간 그 시간부터

지금까지 새끼를  찾으며 기다렸던 거다.

내 새끼 납치당했다아!

내 새끼 납치당했다!! 하면서 말이다.


다시 내가 나타나자

어미 새는 새끼가 돌아온 게  반갑기도 하고

자기 새끼 납치해 간 나한테 화가 나기도 해서

이렇게 외쳤을 거다.


아. 내 새끼 왜 데꼬 갔어!

내 새끼 왜 데꼬 갔냐고 오오!!


차에서 새끼를 꺼내자 어미가 내 뒤통수 위에서 울어대니 나는 저절로 혼잣말을 했다.

ㅡ허어얼. 진짜로 어미가 있네. ㅡ


식당건물에 바싹 붙은 화단 속

은 동백나무속 깊숙한 곳에

새끼 새를 조심히 넣어주고

슬그머니 트럭 뒤로 숨어서 몰래 지켜봤더니

엄마 새가 동시에 동백나무를 향해

로케트처럼 날아왔다.


와 씨! 진짜네.

진짜 어미가 있네.


그러더니 나무속으로 들어가서

빼빼빽 삐이이익 빼빼빽 거리다가

나무주위를 오르락 내리락 했다.

새끼를 보니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새끼도 같이 삐삐삐거렸다.

이렇게 고자질하면서 말이다.


엄마아.

으응 어떤 아줌마가아아

나아 차에 태우고오

돌고래를 보러가자고 꼬셔서 가서 봤꼬오.

자기 집으로 데꼬가서어

어엄청 큰 지렁이를 먹으라고

 입에 쑤셔 넣어가꼬오

나아 목에 걸려서 죽을뻔 했따?!

물에다가 내 주둥이를 쑤셔 넣어가 꼬오

코에 물이 들어가서도 죽을뻔했다?!ㅡ


잠시 후 어미새가 동백나무에서 나와

바로 옆 유리창 난간에 잠시 앉았는데

트럭뒤에서 훔쳐보던 나와 어미  시선이

딱 마주쳤다.


어미는

새끼 납치해 간 년이 네 년이렸다. 하는

레이저 눈빛이었고

나는 눈빛으로 사과했다.


아.미안해애.

내가 알고 그랬냐고오오.

그래도

지렁이도 주고. 물도 주고

돌고래도 보여주고

바닷가 드라이브도 시켜줬다고오.


내가 눈빛으로 사과하기가 무섭게

직박구리 엄마는

빼애애애액

ㅡ꺼져라. 만나서 드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ㅡ

내게 큰 소리로 화를 내면서

식당 건물옆 전선위로 휙 날아갔다.


다시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직박구리 엄마한테 욕은 먹었으나

다시 생각해 봐도

그 일이 어찌나 신기하고 재밌는지

자꾸 웃음이 나왔다.


가족 톡방에서 실시간 영상과 메시지로 전달된

새끼 새 구조 상황은

결국

새끼 새 납치 사건이 되었다가

어미 찾아준 미담으로 끝났더니

아이들과 남편도 신기해했다


남편은 그날 저녁 내내 나를 이렇게 불렀다.

ㅡ어이! 새끼 새 납치녀!ㅡ


에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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