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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13. 2024

역시! 돈 뽕은 강력했다!

 년 전에 

집 마당 귀퉁이 땅에

오일장에서 사다 심어둔 매실나무들은

게으른 주인장 만난 탓에

잡초와 칡덩굴에 감겨서 숨을 깔딱깔딱거렸다


매실밭인지

잡초 더민

칡덩굴 난장판인지 하는 곳에

들어갈 엄두조차 나질 않아서

과연 저기에 매실나무들이 있었던가 하며

나는

잡초들의 태평성대와 정원수들의 고난을 외면했다

ㅡ안 보인다. 안 보인다. 나는 잡초가 안 보인다ㅡ


잡초가

매실나무 대추나무보다 창궐한 집귀퉁이 땅.

잡초가

잔디보다 태평성대를 이룬 마당.

잡초가

정원수보다 기고만장했던 울타리 옆.

하여튼

제멋대로 풀어헤친 미친년 머리처럼

자유롭게 난리법석인 잡초들 세상


시골생활 이십여 년쯤 되니

그러한 집구석 몰골쯤이야

아무렇지 안ㅎ...


킁!

아니!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


예초기도 돌려보고

잔디 기계도 돌려보고

아주우 비싼 잔디기계도 돌려보고

호미질도 해보고

낫질도 해보고

효과는 전혀 없었던

친환경 약도 만들어 마당에 뿌려보고

ㅡ자칭 생태주의자이니 제초제는 에베베ㅂ..

해보고

해보고

해봤으나

잡초의 번식력은

나의 게으름 피우는 속도를 초월하여

바야흐로

오늘과 같은 창성함을 이루었다.

ㅡ그들의 질긴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다!ㅡ


시골생활 20년 차 프로 시고르종은 되었으나

잡초에 대한 대항력만은 여전히 대책 없고

더구나 일 년 일 년 더 게을러진 시골아줌마는

급기야 그와 같은 잡초들에 항복하여

급 처방비법 꺼내 들었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마당 일을 해주실,

저 오만방자한 잡초들을 자근자근 조져줄!ㅡ

전문가를 초청하여

이틀 만에 잡초들을 평정했다.


잡초뿐이랴.

칠렐레 팔렐레 우거져

사방 팔방으로

니가 크네.내가 크네.하면서

지들끼리  크기 시합 중이던

마당의 온갖 나무 가지를 쳐냈다.


위로

하늘은 넓다.하며 뻗어나가고

옆으로

땅도 넓다.하면서

환장 나 나가던

가막살나무. 매실나무. 목련과 팔손이.

앵두나무. 체리나무. 애기 단풍나무

소나무와 귤나무 기타 등등등

그들은

비정하고도 얄짤없는 전문가 손에

잘록 잘록 또깍 또깍 잘려나가며

비명을 질렀다.


그 와중

울타리를 뱅둘러 포진하고 있는

편백나무 무리들을

절반씩 키를 낮춰 싹둑싹둑 베어내지 못한 게

남은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ㅡ그건 대공사니 겨울로 미루고!ㅡ


이틀 만에 평정된 마당을 마무리하고

정돈된 마당을 떠나며

전문가는 못미더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ㅡ이제 다음에 올 때까지

   제애애발

   이 상태를 유지해 보세요ㅡ

암요! 암요!

저도 그러고 싶다마다요!


그는 갔고 마당엔 평화가 왔다.


정리된 마당을 둘러보며 서 있자니

골목길을 따라 흘러들어온 바람은

쌔애액 소리를 내며

대문에서 마당 구석으로 흘러 들었다.


바람은

멀구슬 나무 밑에 닿아

마당 귀퉁이 매실 나무들 사이를 훑고

체리 나무와 감나무 밑을 지나

잘 솎아진 소나무를 흔들더니

마당 나무들 사이를 흘러

마당 한가운데에서 흝어졌다.


잡초들이 떠나간 공간에

짙은 초록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을 느끼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 넓다하고 퍼져 나간 잡초들아.


내 영혼을 갈아 돈의 힘을 찬미하노니!!

나는 보았도다. 돈 뽕의 위력을!


기를 쓰며 하늘은 넓다.땅도 넓다

쓸데없이 번성말고,

마땅히 있어할 자리에서

적당히 자중하기 바란다


너희들의 영역침범은

나와의 전쟁이니

각자 자제하여

마당 평화 유지에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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