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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09. 2024

소 잃고 뇌 약간 고쳤다!

도망간 송아지 찾아 초원 십만평 뒤집니다.

팔자에도 없는 송아지 찾아

네 시간 초원을 헤맸다.


릴리가 우리 집 돌담 돌덩이 몇 개 허물고

집 근처 소 축사로 마실 나간 통에

ㅡ19년 묵은 할머니 진돗개 릴리는

    시골 모든 할머니들이 그렇듯

    밤새 동네 친구 소들 안죽고 살았능가 궁금해

    아침 인사 나누러

    동네 마실을 나간것일 뿐!

갑작스러운 릴 방문

그 집 어린 송아지 두 마리가 기겁을 했나 보다.


송아지 두 마리가 놀래 날뛰다가

한 마리는 울타리를 벗어나 도망가버려서

초원 어딘가로 실종 중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쇠 울타리에 끼어서

거대한 기계를 동원한 후에야

겨우 겨우 끄집어냈다.


잘 자고 일어나 새벽부터 날벼락을 맞은

송아지 주인아저씨는 분노했고

ㅡ당연하다. 왜 아니겠는가!ㅡ

남편과 나는 축사를 찾아가

고개를 수십 번 조아려 사과를 했다.

송아지 주인아저씨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우리를 보더니

목소리가 아주 쪼끔 가라앉았다.


그러나

아저씨는 아주 낮고 굵은 목소리로

반복적으로 겁을 주며 말했다.

송아지 실종.

송아지 값.

휜 울타리 수리.

송아지 다리 골절.

송아지 정신피해 예상..... 등등.


우리는

송아지 주인아저씨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박자를 맞춰 고개를 조아리며

수십 번 대답했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죽을 죄를 졌다.

당연히 우리가 책임을 진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또 미안하고 죄송하다.

진짜로 미안했고 죄송했고

지금도 미안하고 죄송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미안할것이고 죄송할것이다.

암만 생각해봐도 우린 죽을 죄를 졌다.


하아.

진짜 이 일을 어쩐다냐...


졸지에 천하의 몹쓸 죄인이 된 남편과 나는

실종된 송아지를 찾아

그렇게  시간 넘게 초원을 뒤졌으나

수만 평 광활한 초원 어디에서

송아지를 찾을 것인가.


쪼끄만 녀석이 초원에 들어가 웅크려 앉아있으면

보일 턱도 없었.

송아지 주인아저씨는 우리더러

일단 집에 가서 기다려보라고 했다.


수십 번 죄송하고 미안하다.가 효과가 있었는지

아까  반복적으로 겁을 주며 말할 때보다는

주인아저씨 목소리는

힘이 살짝 빠지고

한층 분하게 이야기했다.


이미 죄인이 되어버린 우리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스스로 속죄하는 심정으로다가!

남편이랑 둘이서 송아지를 찾으러 초원을 뒤진 것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턱이 없는

우리 집 할머니 릴리는

마당에서 벌을 .


어린 송아지가

어미 떨어져 멀리 갔을 리는 없을 텐데

주변 초원이 너무 넓다 보니

찾을 길이 막막했다.


어미 찾아 제 발로 돌아오면 좋으련만!

송아지가 사라진 초원은 십만  규모라

사람이 돌아다녀도

길을 잃었다고 뉴스에 나올판에,

어린 송아지가 어찌 혼자 어미를 찾아오겠나!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송아지는 이제 막 어미젖을 떼고

이유식을 하고 있다 했다.

릴리 이 망할 놈!ㅡ


좀 전에

송아지 주인 아저씨가 찾아 와서

송아지를 찾았다고 했다.

휴우우우

할렐루우야!

다행이다.

다행이야.


송아지는 그새

저 너머 초원 어딘가를 혼자 헤매고 다니다

근처 농장 주인이 발견하고는

아저씨에게 연락을 해주었다 한다.

다친데도 없고.

(어..., 그래도 정신적인 피해는 입었게ㅆ..ㅜㅜ.)


진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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