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나무 떨 듯
턱을 바들바들거리며
까마귀 울음소리 내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그런 고양이가 우리 집에 산다!
까마귀 떼 흔히 날아드는 집.
까마귀 뷰가 있는 집에 사는
고영희 씨는
급기야
까마귀처럼 울기 시작했다.
냐냑 냐냐낙 나낙 냐냐냑
먀아아오 꺄아아아오. 해야 마땅할
우리 고영희 씨는
매일 유리창 너머
까마귀를 구경하는 덕에
까마귀처럼
냐냑 냐나냑 냐냐냐냑 할 수 있다.
우리 고영희 씨는 이중 언어를 한다.
냐냑 냐냐냑 나낙 냐냑 냐냑 할 때에
고영희씨 모습을 표현하자면,
냐냑 냐냑 우는 녀석 턱은
사시나무 떨듯이
1/10초 빠르기로 위아래 덜덜덜 움직인다.
그 모습은
마치,
까마귀가 갈갈 갈갈 갈 거릴 때
주둥이를 살짝 벌리고
목에서 올라오는 소리 진동에 흔들리며
달달달 주둥이를 떠는 모습.
딱 그것 같다.
태생적으로
먀아아아오오옹 해야할
성대구조를 가진 고영희 씨가
가갈 갈갈 갈 가각 갈갈 갈
분절된 까마귀 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다.
세상만사 한량 같은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영희 씨에게
유리창 너머 떼 지어 울어대는 까마귀는
관찰하며 시간 축내기 딱 좋은 대상이다.
고영희 씨에게 남는 건 시간뿐이고
허구한 날 밥 먹고 하는 일이라 해봐야
창 밖 동네 생명들 관찰하는 것이니,
아니이
누가 가르쳐주길 했나!
누가 시키기를 했나!
우리 고영희 씨는 그 흔한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오로지 지가 좋아서!
낮이고 밤이고 까마귀 발성을 목에 피가 나도록 연습하더니만!
마침내 저렇게 혼자 터득해서
후울륭한 까마귀처럼 울게 된 것이다!
그게 되네!
이 얼마나 천재적인 고양이인 것인가!
사람이 외국어 배울 때도 그러하듯이,
환경에 자주 노출시키고
외국어 구사자를 관찰하고 듣고 보고 따라 하기를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하다 보면,
까마귀도 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며
고양이도 까마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뭐....
외국어를 배우는 방식은
동물이라고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물 부엌 창틀 위에 앉아서
머리와 어깨를 바짝 낮추고
곧장이라도 달려 나갈 듯이 궁둥이를 살짝 높이고
까마귀를 관찰한 이유가
까마귀 사냥을 하려던 건 줄 알았더니
까마귀 말을 배우려고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가 사냥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고양이에게도 고차원적인 욕구가 있는 거다.
외국어도 배우고 싶고
종을 뛰어넘어 짝사랑에 빠진 까마귀와도
까마귀 언어로 대화도 나누고 싶은
고차원적인 욕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고 싶듯이
우리 고영희 씨는 까마귀 말을 잘하고 싶은 것이다.
근데
사냥이라니.
사냥이라니이!!!
아침에도 여전히 창밖 까마귀를 보면서
냐냑 냐냐냑 냐 냑 약.
고영희 씨가 울고 있을 때,
이 모습을 본 큰 녀석은
큰일이라도 났단 듯이
주방으로 달려와
엄마! 엄마!
고영희 씨가 까마귀처럼 운다! 했다.
그 모습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나는
그게 무슨 별스런 일 이냐는 듯
으응!
어제는
데크에 앉은 직박구리 소리도
흉내 내고 앉았더라! 했다.
원래!
하나의 언어를 마스터하고 나면
이게 되네!
자신감이 꽉 차오르면서
그다음 새로운 언어로 관심이 옮겨가서
또 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이종 삼종 사종 오종 언어 능력자 고양이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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